[오늘 우리에게 이금주는…]
"이금주 자료는 뼈를 깎고 피를 찍어 만들어낸 기록"
매우 외로웠습니다. 나라가 없었습니다. 아주 고단했습니다. 그러나 강인했습니다. 올곧았습니다. 이금주 회장님의 일생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일제강점기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가정을 이뤘으나 남편을 일제에 빼앗겼습니다. 그 마지막 생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마감하였습니다.
피붙이 하나를 안고 광주에 와서 정착해서 월산동에 사실 때는 월산동 천주교 형제들과 힘을 합쳐 그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았습니다.
빼앗긴 남편을 돌려달라고 외쳐도 그를 돕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물며 나라도 없었습니다. 나라 간에도, 나라 밖에도….
늘 외로웠습니다.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힘을 합하여 또 다른 외로운 유족들을 찾아내고 뼈를 깎고 피를 찍어서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법정을 찾아 판결을 구했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싸웠습니다. 일본의 시민운동가들, 이국언 이사장, 김선호 고문, 최봉태 변호사 등이 앞장서 외로운 싸움을 지원했고, 뜻있는 시민들이 호응 했습니다.
이금주 회장이 사는 월산동의 작은 한옥은 어느새 이금주 회장님 손수 작성한 기록들로 채워지고, 역사의 기록이 됐습니다. 매우 정밀했습니다. 역사성이 높습니다. 인류가 저지른 전쟁의 잔혹함과 피해 진상을 밝히려는 외롭고 치열한 노력의 결실입니다. 인류 역사의 자료로 그 가치가 크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하자고 합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야 합니다. 이금주 회장이 평생을 외롭게 싸울 때 돕지 못하고 외면했던 부끄러움을 씻어내야 합니다.
우선 이 기록을 보존하고 지킬 공간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일제 노동 착취의 흔적인 전·일방직 부지를 개발하는 자리에 기록역사관(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의 자리를 내어달라고 요청했고, 강기정 광주시장의 긍정적 언질이 있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 진전은 없습니다. 민중의 도시, 역사의 도시, 인권 도시라 자랑하는 광주에 걸맞은 조치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윤석열의 내란 극복 과정에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입을 모아 광주의 아픈 기억이 나라를 옳게 붙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제의 식민 독재에 맞선 항거의 역사를 한데 묶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의 원동력으로 삼는 기억의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통의 흔적을 기록하고, 고통을 극복하려 노력한 생생한 기록을 보존하고 전하여,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리는 시민교육의 틀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들은 야만의 윤석열과 그 일당이 일으킨 내란을 극복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총을 막았고 내란 우두머리를 가두었지만, 아직도 공범자들을 다 잡아들이지 못했고, 이를 비호하는 정치집단을 해체하지도 못했고, 내란 극복을 가로막는 법비들을 징치하지도 못했습니다. 조희대, 천대엽, 지귀연…. 소위 영장 전담 판사들을 비롯한 법비들의 만행을 징치하고, 또 그들의 행동을 제어해야 합니다.
이들을 제어하는 일,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국민주권의 확립 기반을 다지는데 역사의 올바른 인식이 매우 중요함을 유념해서, 이금주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에도 사회의 지도층들이 함께 힘쓸 것을 호소합니다. 지역의 정치인들은 물론 지식인들, 언론인들 모든 사람들이 이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어디에도 없는 나라』 이금주 회장 평전 제목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고통을 극복하려 노력한 인격, 그 인격을 본받는 것이 큰 교훈이 되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여기면서 읽었습니다.
잔인한 고통을 마주하고 외롭게 그리고 의연하게 싸워내는 한 고귀한 인격을 만났으며, 그분을 중심으로 일궈지는 사람다움을 찾는 참사람들의 노력들에 감동했고, 연대와 연민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대하며 나의 정신이 고양되는 경험을 하였고, 이를 외면하는 정치권력, 자본 권력, 소위 기득권 세력들을 보면서 인간으로서의 절망을 느꼈습니다.
꺾이지 않는 의지의 사람 이금주를 만난 것은 매우 큰 감동이었습니다만, 그분을 자꾸 잊혀진 자리로 몰아내는 것을 보면서는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평전을 기획하고 추진한 시민모임, 그리고 집필한 송경자 작가한테도 매우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평전이 널리 읽혀서 이금주와 그 역사를 기억하고, 나라와 국민의 주권을 지키는 마음이 더욱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12월 14일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