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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격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백혈병동 앞. 하지만 이곳은 격리실과 같이 면회자와 출입자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환자의 입원건수 998건 중 격리실 입원료가 적용된 것은 단 19건밖에 없으며,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의 입원건수(576건) 중에는 29건만이 격리실 비용이 산정됐다. 그 외 장기이식 환자의 입원건수 1364건 중 신장이식 환자는 단 한 건, 간이식 환자는 5건만 격리실 입원료를 인정받았다. 이식환자 대부분이 두 달씩 격리병실을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각 대형병원들은 이식환자들의 격리실 입원료를 1인실 상급병실 입원료로 계산함으로써 지난해만 수백억원의 이득을 취한 셈이다.
또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도 이상 화상환자의 입원건수는 1655건이었으나 격리실 입원료가 산정된 건수는 단 한 건에 그쳤다. 물론 ‘신체 중 36% 범위 이상에 화상을 입어야 하고, 진료에 반드시 필요할 때’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지난해 이 조건에 맞는 환자가 단 한 건밖에 없었을까.
더욱이 장기이식이나 화상과 같은 질환은 통계에 잡히는 질환이지만 백혈병이나 각종 암과 같이 환자의 면역력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에는 통계조차 잡기 힘들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다인실의 비중이 적어 면역수치와 관계없이 무조건 상급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대형병원 병상 회전 시스템에서 환자들은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입원료를 정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격리실 입원료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고, 스스로 병실료를 깎아주는 ‘친절한’ 병원은 어디에도 없다. 각 대형병원들은 “이런 기준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지만, 복지부는 “대형병원에 이런 기준을 모두 배포했으며 이들 병원이 이 기준을 모를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장기이식 2938건 중 54건만 적용 횡포 심각
여기에다 올 들어 대형병원의 횡포에 맞서 자신이 부당하게 낸 상급병실 입원료를 돌려받은 격리실 입원 환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형병원의 이런 변명은 더욱 궁색해졌다. 물론 이중에는 아직도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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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원으보부터 상급병실료를 환불받으라는 통보서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박민지씨.
지난해 11월 어머니 전모씨(55)를 급성 백혈병으로 잃은 박민지씨(26·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전씨는 죽기 전인 2002년 8월 말 서울대병원 백혈병 병동(101병동)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으면서 자신의 1~2인실 입원료가 격리실 입원료로 인정받아 보험이 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101병동은 일반인이나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출입자의 소독과 감염을 막기 위한 각종 시설 및 물품을 구비해놓음으로써 격리실과 마찬가지 구실을 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이 병동을 ‘격리병동’으로 부르고 있다.
전씨는 2002년 6월 항암치료를 위해 처음 입원하면서 50일간의 입원료 명목으로 186만원을 병원 측에 지불했다. 9000원만 내면 되는 6인실에만 있었으면 전씨가 내야 할 입원료 총액은 45만원이지만 1~2인실을 왔다갔다하면서 입원료가 크게 불었다. 전씨는 면역수치가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에 맞는 기간 동안의 상급병실료의 환불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그렇지만 병원 내규가 만들어지지 않아 환불이 힘들다”며 거절했다. 전씨는 재차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그러는 사이 2003년 4월까지 4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입원기간은 150일가량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입원료(400만원)를 비롯한 진료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전씨는 2003년 4월 1종 의료보호대상자로 지정됐지만 1~2인실 병실료는 줄지 않았다. 상급병실료는 의료보호 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후 백혈병이 악화되면서 전씨는 2003년 4월부터 11월20일 퇴원 전까지 3차례 입원했고 상급병실료만 753만원이 나왔다. 250여일의 입원 기간에 전씨는 입원비로만 1200여만원을 낸 셈이다.
전씨는 퇴원 9일 만인 2003년 11월29일 세상을 떠나면서 딸 박씨에게 “내가 환불받지 못한 병실료를 반드시 받아내라”는 유언과 함께 1년 5개월간의 투병기간에 모아놓은 입원 관련 자료들을 건네주었다. 그중에는 매일 병원 측이 기록한 면역수치도 있었다. 박씨는 이를 근거로 병원 측과 싸움에 들어갔고 7개월간의 실랑이 끝에 7월9일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서울대병원 측에 과다징수한 상급병실 입원료를 돌려주라고 통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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