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권 손에 넣었다..노봉법 통과 하루 만에 파업 전운 짙어져

[螢雪]

현대차 노조, 파업권 손에 넣었다..노봉법 통과 하루 만에 파업 전운 짙어져

재적인원 86.15%의 찬성으로 파업안 가결
중노위도 조정 중지 결정 내리며 합법적 파업권 획득
노봉법 현실화 앞두고 파업 전운 짙어지며 업계 '우려'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지난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내 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25일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쥐게 됐다. 국회에서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하루 만이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노란봉투법에 따른 노조 움직임이 가열될 경우 기아를 비롯한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물론 향후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연쇄 파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전체 조합원 4만2180명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적인원의 86.15%가 찬성표를 던지며 파업안이 가결됐다. 투표자는 전체 조합원의 94.75%인 3만9966명으로 투표자의 90.92%가 쟁의행위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부터 6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합의를 도출해 왔지만,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7년 만에 무분규 합의 기록이 깨지게 될 전망이다. 노조가 파업권을 사측 압박용으로만 사용하고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도 표결을 거쳐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지만, 실제 파업엔 나서지 않았다.

다만 올해 노조가 역대급 요구안을 내밀고 있어 사측과의 최종적으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1인당 2000만원 위로금 지급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또는 신설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정년을 최장 64세까지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900%로 인상하는 내용도 요구안에 들어갔다.

올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이미 조 단위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사측은 이 같은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란봉투법 통과도 부담이다. 합법 파업의 범위가 기존의 노동 처우뿐 아니라 해외 공장 투자 등 '경영진의 주요 결정'으로 대폭 확대돼서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점도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이미 완성차 업계에선 올해 파업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한 곳인 한국GM은 이미 정부에 노란봉투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자리에서 "본사로부터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불거졌던 ;한국GM 철수설'이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노조 측도 단순 위협용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업 카드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법안이 시행될 경우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