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에서 등장한 MC몽의 버스안 흡연장면으로 인하여 한바탕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1박2일 백두산을 가다' 2회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의미깊고 감동적인 방송이었다는 사실이다. 하루중 23시간을 버스에서 자고먹고하면서 버텨야만하는 고된 여정, 철교를 통해서 압록강을 건너는 모습, 윤동주 시인의 고향인 용정에서의 즉석 콘서트 등등 여행을 통해서 소통과 자아성찰의 계기를 갖는다는 '1박2일'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난 방송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기사의 제목처럼 고생고생하며 만든 89분간의 감동이 단 1분동안 방송된 MC몽의 흡연장면으로 인하여 무의로 돌아가고 말았다. 칭찬받아 마땅한 방송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C몽의 흡연장면으로 인하여 '1박2일'은 구설수에 휘말렸고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미디어들은 '1박2일'이 용정에서 행한 감동적인 소통과 하나됨의 노력은 거의 평가하지 않은 채 오로지 MC몽의 흡연논란에 대해서만 선정적으로 보도하였으며, 대중들도 89분간의 감동을 평가하기보다는 단 1분동안의 흡연장면만을 주목했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1박2일'과 쌍벽을 이루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생활을 통해서 다양한 결혼생활의 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바로 그것이다.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 적지않게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것은 김현중과 커플을 이루고 있는 황보의 등에 새겨진 선명한 문신이다. 남성들, 특히 힙합을 하는 랩퍼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문신을 여성 연예인에게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지만, 무엇보다도 문신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더욱이 황보는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할때 주로 등이 깊이 파인 옷을 많이 입는 편임으로 황보의 등에 새겨진 무지개 모양의 선명한 문신이 시청자들의 눈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흡연과 문신은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강요할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강제할 수 없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취향은 존중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C몽과 황보가 출연하고 있는 시간대가 일요일 저녁인 가족시간대라는 점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특수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용정에서 즉석으로 개최된 한민족 콘서트의 감동을 한방에 날려버린 MC몽의 버스안 흡연이 문제시되고 있는 이유는 MC몽의 흡연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흡연장면이 방영된 시간대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1박2일'은 일요일 저녁 7시대에 방송된다. 이 시간대는 방송사마다 가족시간대라고 정해놓은 시간대이다. 일주일에 단 한번일지라도 가족들이 TV앞에서 모여앉아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세대간의 벽을 허문채 소통하기를 바라는 시간대인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지켜지냐 아니냐는 여기에서 중요치 않다.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그린벨트가 우리나라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듯이, 가족시간대란 핵가족화되고 세대간의 벽이 점점 높아져만 가는 현시대에 있어서 일종에 방송의 그린벨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박2일'은 온가족이 모여앉아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청할 수 있는 방송 3사를 통틀어 몇개 안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1박2일'에 대한 애정과 기대치가 큰만큼 그 애정과 기대치에 못미치는 모습이 등장하면 그에따른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 여행을 한다 하더라도 밀폐된 버스안에서의 흡연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쌀이 찌푸려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간접흡연문제는 흡연을 더이상 개인적 취향으로 취급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신 역시 개인적 취향임이 분명하다. 특히 황보의 문신은 패션을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등에 선명한 문신을 한 황보의 모습이 가족시간대에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과연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족시간대에 TV를 보는 세대는 황보의 등문신을 보고 개인적 취향과 패션의 일종으로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세대도 있지만,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서 강한 비호감을 느끼거나 맹목적인 따라하기가 유발될 수 있는 세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황보의 등문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노출되자 따라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십대들의 생각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방송의 힘이며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가진 파급력이다. 특히 가족시간대에 허용되는 것은 실생활에서도 허용된다고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다. 황보의 등문신이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거나 흉하다는 말이 아니라, 비키니를 입었을때 굳이 모자이크로 가려야만 한다면 그 등문신은 가족시간대에 어울리지 않는것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되는 가족시간대에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이라고 해서 개인적 취향이 무시되는 것이 정당하냐 아니냐는 논란은 최소한 가족시간대에서만큼은 설자리가 없다. 그런 논란이 싫다면 가족시간대를 피하면 되는 것이다. 가장 파급력이 큰 가족시간대에서 활약하며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개인적 취향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일 뿐이다. 자고로 모든 사물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특정한 환경에서는 특정한 모습을 취해야만 한다는 말이된다. 따라서 아무리 개인적인 취향이 존중받아야만 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일주일에 한번뿐인 가족시간대에는 그에 어울리는 자세가 연예인에게 필요하다.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이 되어가는 우리나라 방송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일주일에 한번뿐인 가족시간대라는 '청정지대'마저도 개인적인 취향을 내세워 침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향력이 큰 방송이라는 매체와 시청자들에게 파급력이 남다른 연예인이기에, 누리고 있는 영향력과 파급력에 어울리는 책임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제작진도 가족시간대에 어울리는 노력과 마인드를 갖추어야만 한다. 89분의 감동을 단 1분동안의 편집실수로 날려버린 것이 가장 뼈아픈 사람들은 89분의 감동을 만들기 위해서 안보이는 곳에서 열과 성을 다했던 '1박2일'의 제작진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동정할 수 없는 이유는 가족시간대가 누리는 수많은 이점만큼 가족시간대에 어울리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가족시간대란 아무리 99%가 잘되었다고 하더라도 단 1%의 모자람으로 얼마든지 질타받을 수 있는 시간대인 것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제작진도 황보의 등문신이 가지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할지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비록 아직까지는 단순한 헤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크게 문제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황보의 문신이 방송에서 자주 비추어진다면 머지않아 문제시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가족시간대라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만큼 가족시간대에 활동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은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