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UFC 파이터 김동현(28.부산 팀매드)은 잠시 수면 아래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UFC 105 대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댄 하디와의 경기를 위해 일본에서 훈련을 하던 도중 그만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죠. 프라이드FC와 UFC에서 활약한 바 있는 나카무라 카즈히로와 스파링을 하다가 그만 무리한 테이크다운 동작에 큰 부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그 사건으로 경기가 무산된 것은 물론 김동현은 한참 동안 제대로 치료와 재활에만 몰두해야 했습니다. 김동현으로선 댄 하디를 이겼더라면 그만큼 챔피언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었기 때문에 부상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김동현 대신 다른 선수와 싸워 이긴 댄 하디는 다음 대회에서 챔피언 조르쥬 생피에르에게 도전할 자격을 얻었죠.
하지만 김동현은 실망하지 않습니다. 비록 격투기 데뷔 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던 흐름은 잠시 깨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밝고 자신만만합니다. '네이트 Pub' 스타인터뷰를 위해 부산에서 만난 김동현은 "이제 레슬링 훈련을 조금씩 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흐뭇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김동현 인터뷰에 많은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여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동현 선수 본인도 팬들이 이처럼 관심이 높은 것에 대해 놀라는 눈치더군요. 김동현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동시에 "종합격투기가 잔인하다, 싸움이다 그런 얘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아무리 작은 대회에 나가는 선수라도 안좋은 얘기 보다는 응원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라며 종합격투기에 대한 애정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내 체급에선 GSP가 제일 잘해. 헤비급에선 브록 레스너와 효도르가 최강" "아오키 신야 문제 있지만 실력은 일류, 얼마나 강한지 느껴보고 싶다" "최종목표는 챔피언. GSP와 타격으로 맞서 필승전략 펼칠 것" "서양선수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투지가 좋아. 야생동물과 싸우는 느낌"
"UFC 선수들 정말 잘해. 힘이 너무 좋아 당해내기 힘들다" "타격 공포증은 절대 아니다. 타격이든 테이크다운이든 언제든지 환영" "타격 못하냐라는 질타보다는 힘에서 안밀리고 그라운드도 잘한다고 칭찬해줬으면" "승리했을 때 많은 분들이 자랑스러워하고 한국의 대표라고 말해줄 때 큰 힘"
(사진=이석무 기자)
▶체급별로 최고의 선수는 누구라 생각 하나요.(노세혁)
"내 체급에서는 조르쥬 생피에르(GSP)가 제일 잘합니다. 또 비제이 펜. 앤더슨 실바 등 현재 UFC 챔피언들도 정말 강해요. 헤비급에서는 브록 레스너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가 붙으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어요. 둘 중 한 명이 최강인 것 같아요"
▶체급과 상관없이 가장 붙어보고 싶은 상대는 누구인가요?(주강호)
"아오키 신야에요. 아오키의 경기를 봤는데 언젠가는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수가 경기 후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경기에서 무슨 행동을 했건 간에 실력은 확실히 일류에요. 체격이 호리호리한데 근육질의 일류 선수를 남들이 쓰지 않는 기술로 이기는 것이 신기하기만 해요. 얼마나 강한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진짜 감동받을 정도에요"
▶최종 목표는 GSP인가요?(제경모. 박성혁) GSP와 맞서기까지 앞으로 몇 경기 정도 더 예상하는지 궁금해요.(김호경)
"최종목표가 GSP는 아니라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에요. 만약 댄 하디가 GSP를 이기면 당분간 내가 타이틀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대로 GSP가 이긴다면 타이틀 기회가 금방 찾아올 수도 있어요. 앞으로 2~3경기를 더 이기면 타이틀 도전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GSP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맞붙을 생각인가요(김호경)
"무조건 타격으로 맞서면서 필승전략을 펼칠 것이에요. 필승전략은 있습니다. 먼저 테이크다운을 시키고 체력으로 밀어붙이면서 상대를 분쇄시키는 것이에요. GSP의 레슬링 실력이 대단하지만 난 절대 안넘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레슬링으로 제대로 맞붙고 싶습니다"
▶자신이 닮고 싶은 우상이나 롤모델이 있다면?(김준수)
"솔직히 생각 안해 봤어요. 우리나라에선 제가 처음이니까 누군가를 롤모델로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또 외국은 환경 자체가 틀려 롤모델로 삼기 어려워요. 대신 스스로 우리나라 대표선수라 생각하고 다른 선수에게 롤모델 되기 위해 노력해요. 개인적으로는 격투기 선수보다는 영화 속 첩보원이나 영웅의 모습을 좋아해요. 평소에 조용하지만 가정과 주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의 모습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닌자 어새신' 같은 영화를 보면 멋있어요"
▶지금까지 치른 경기를 다봤는데 유독 얼굴에 상처 안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합니다. 시합 하면 얼굴에 멍들거나 피나는 적은 없는 것 같네요.(설효철)
"온라인 게임을 보면 영웅 능력 가운데 회피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 회피율이 강해요(웃음). 선수들을 보면 다 스타일이 틀린데 전 난 회피율이 뛰어나요. 상대 공격을 잘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상대 주먹을 보고 피한다기 보다는 나올 타이밍에 맞춰 미리 대처하는 것 같아요. 펀치 타이밍이 보인다고 할까요"
김동현의 UFC 경기장면 (사진=슈퍼액션 제공)
▶동양 선수와 서양 선수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류한성,김현식,최준석, 김지완)
"차이는 못 느껴요. 장단점만 있을 뿐입니다. 서양 선수는 딱딱한 느낌이에요. 힘으로 버티는 건 좋지만 부드럽게 연결이 안돼요. 주짓수는 무조건 힘만 하는 것 아니에요. 작은 선수가 큰 선수의 힘을 이용해 기술을 거는게 주짓수입니다. 레슬링은 오히려 내가 서양선수들을 넘깁니다. 하지만 서양선수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투지가 좋습니다. 마치 야생동물과 싸우는 느낌이에요"
▶링에 올라 상대방의 눈을 바라봤을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장세훈. 김동현)
"'저 놈이 날 죽이려고 하나. 그냥 편하게 해라'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경기 끝날 때도 그 표정인지 보자'라는 오기도 들어요. 난 일부러 눈싸움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종종 서양선수들이 보통 동양선수를 약하게 보는 경우도 있어요"
▶세계적인 격투기대회 UFC의 선수들은 확실히 다른 대회 선수들보다 잘하나요.(정환수)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그래요. 프라이드FC나 WEC 등 다른 단체의 챔피언 하다 UFC에 오면 중위권 선수에게도 밀리잖아요. 처음에는 나도 잘 몰랐는데 정말 잘한다는 것 느껴요. 서양 선수들 자체가 투박하고 어설프면서 불완전해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스타일인 것 같아요. 투지가 넘치고 힘이 너무 좋아 당해내기 힘들어요"
▶살인적인 감량을 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걸 버티는가요. 또 감량으로 인해 경기를 위한 체력이 많이 다운되지는 않는지 궁금하네요.(고광일)
"감량은 정말 살인적이에요. 그런 살인을 1년 몇 번 하는 것이네요(웃음). 감량을 하다보면 체력이 다운은 되요. 선진 프로그램 배우기 전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해서 많이 편해졌어요. 몸상태가 100%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 체중대로 경기에 나서면 힘이 너무 딸리기 때문에 감량을 해야되요. 체격이나 힘에서 열세를 느끼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감량해야 합니다. 동양 선수들이 더 감량해야 하는 이유는 서양선수 보다 머리가 크고 내장이 길기 때문이에요. 서양선수와 비교했을 때 근육에서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UFC가 정해준 호텔 사우나에서 감량하면서 ‘그래도 난 선택받았고 행복하다’라는 것을 느껴요. UFC는 정말로 선수들에게 대우를 잘 해줘요"
▶킥은 잘 안쓰시던데 킥을 연마해 보실 생각은 없나요?(임혁)
"하이킥은 종종 써요. 킥은 잘 쓰는 선수가 있기는 한데 종합격투기는 잡히는 경우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킥 연마는 항상 하고 있어요"
▶타격에 대한 부담감이나 공포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배태훈) 의도적으로 그라운드로 가려는 것이 본인의 고집인가요.(신기철)
"타격 공포증은 절대 아니에요. 그럼 이미 선수생활이 끝났겠죠. 매 경기 중요하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타격이 약하다는 생각은 안해요. 미국에서 연습할때는 킥복서 같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만 상대 선수가 모두 뛰어나고 먼저 붙어서 들어오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하는 걸 하다 보니 그렇게 되요. 상대가 타격으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먼저 붙으려고 들어오더라고요. 하지만 전 타격이든 테이크다운이든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과거 일본에서 보여줬던 시원한 주먹맛은 언제쯤 나올까요? 타격에 대한 보완을 할 생각은 없나요.(유기훈, 박재성)
"전기 충격기가 잘 작동하지 않네요(웃음). 아무래도 레벨 자체가 틀리니까. 일본에서는 화끈하게 하기 위해 타격을 많이 했어요. 또 상대가 작아 리치를 살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UFC에 오니까 덩치도 비슷하고 매 경기가 중요하니 상위 레벨로 안착하기 위해 내가 더 잘하는 것을 하고 있어요. 료토 마치다도 그렇듯이 UFC에 더 적응하게 되면 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100% 적응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팬들도 격투기 불모지에서 힘들게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것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왜 타격을 못하냐'라는 질타보다는 힘에서 안밀리고 그라운드도 잘한다고 칭찬해줬으면 좋겠어요"
▶경기 도중 로블로를 맞았을 때 감정이 실렸다고 판단되면 은근슬쩍 보복을 하기도 하나요?(임범준)
"감정적으로 하는 선수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로블로를 맞아본 적은 없는데 다른 선수들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경기 중 반칙이나 보복에 신경쓰면 말리는 것이에요. 무조건 시합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도 UFC 선수들은 모두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요"
▶경기를 할 때 김동현 선수에게 방해가 되는 요소와 힘이 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백윤희)
"아무래도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혼자 생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방해되죠. 운동을 마친 뒤 쉬고 싶은데 혼자 밥 해 먹고 빨래하고 쓰레기를 치워야해요. 그런 시간이 아쉽죠. 가장 힘이 되는 건 역시 이겼을 때에요.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죠. 승리했을 때 많은 분들이 자랑스러워 하고 한국의 대표라고 말해줄 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