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사이렌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결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가 탈레랑이 커피를 묘사한 말이다.
커피의 속성을 이처럼 도발적이고도 매력있게 표현한 예는 달리 없으리라.
커피의 어원은 아랍어의 '카바(Qahwah)' 에서 시작해서 터키어 '카베(Kaveh)' 로
발전했고, 이어 이탈리아어 '까페(Caffè)' 로, 프랑스어 '까페(Café)' 로, 영어
'코피(Coffee)', 그리고 독일어 '카페(Kaffee)' 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변천 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에서도 커피를 프랑스어와 똑 같이
'까페(Café)' 라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어로 커피는 '카페이(咖啡)', 일본어로는 '고히( コーヒ)' 또는
'홋토(ホット)' 라 불린다.
맨 먼저 대중을 위한 사교장 으로서의 카페가 등장한 곳은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이었다.
이스탄불에는 1500년대 부터 초기 살롱 형태의 카페가 성행했다.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유명인사 들의 사교장이 된 대형 커피숍으로는 파리에서 1686년
개업한 "까페 프로코프 (Café Procope)" 가 있다.
이어서 "까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 1885년 개업)", "까페 드 플로르 (Café
de Flore: 1880년대 개업)" 등 유서 깊고 우아한 카페들이 잇달아 파리에 생겨 났다.
이들 카페에서 예술가들은 창작에 몰두하고, 서민들은 끝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지친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이들 파리의 카페를 자주 찾았던 인사 중에는 루소, 볼테르, 젊은 시절의 나폴레옹 보나
파르트, 사르트르와 보봐르, 헤밍웨이, 피카소 등 현란한 이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탈리에는 1720년 문을 연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까페 플로리안(Caffè
Florian)" 이 유명하다.
'플로리안 까페' 는 지금도 성업 중이어서 이태리 여행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요즘 에스프레소 한잔에 10,000-원 가량 받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1650년에 옥스포드에서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나타난 이래로 1652년에
런던에 "파스카 로제 커피하우스(Pasqua Rosée Coffeehouse)" 가 본격적인 사교장으로
개업했었다.
1660년대에는 런던의 윌즈 커피하우스(Will's Coffeehouse) 가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존 드라이든, 조나단 스위프트, 다니엘 디포 등 당대 대표적 문인들이 드나 들었다.
한편, 독일의 베를린에는 "로마니쉐스 카페 (Café Romanisches)"가 유명했고, 비엔나에는
1876년에 "첸트랄 카페(Café Central)"가 개장하여 명성을 떨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는 1800년대 중•후반에 처음 소개되어 고종황제의 유별난 커피
사랑으로 널리 알려졌다.
황제는 덕수궁내 "정관헌" 에서 커피를 즐기곤 했었다.
지금의 세계 카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서 젊은이 셋이 모여
커피 원두 판매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초대형 글로벌 커피체인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벅스 코리아가 1999년 1호점으로 이화여대점을 오픈하면서 대중적인
카페문화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현재 1,700여 곳의 체인점을 보유 중이다.
지금 많은 커피 브랜드가 서로 경쟁하며 선전(善戰)하고 있어 한국을 가히 커피에 빠진
나라로 만들고 있는데 나쁘지 않은 문화 현상이다.
스타벅스의 로고에 그려진 매력적인 여자 얼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Siren,
그리스어 : 세이렌; Σειρήν)을 형상화한 것이다.
세이렌은 이탈리아 서부 해안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시레눔 스코풀리(Sirenum Scopuli)
라는 섬에 사는 님프들이었다.
강의 신 '아켈레오스' 와 뮤즈 여신 '멜포메네' 사이에서 난 세 명의 바다 님프들이다.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며, 하반신은 물고기로 된 인어였다.
이들 인어 요정들은 섬 근처로 배가 지나가면 형언할 수 없을 만치 아름다운 노래를 합창하여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호머의 일리어드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10년에 걸친 귀국길에
이 섬 곁을 지나게 된다.
꾀 많은 오디세우스는 미리 모든 선원들에게 밀랍으로 단단히 귀를 막게 했으나, 자신은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은 유혹에 귀마개 없이 돛대에 몸을 결박하게 했다.
오디세우스는 님프들의 합창에 매료되어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으나
몸이 결박된 덕분에 간신히 그 섬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영어로 Siren은 남자를 파멸시키는 요부(팜므 파탈 : Femme Fatale),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고동 등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