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일 연중 제17주간 (토) 복음 묵상 (마태 14,1-12) (이근상 신부)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 주라고 명령하고,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다.(마태14,9-11)
죄의 역동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화가 없다. 죄는 늘 괴로워하며 시작한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이가 어쩌지 못하며 질질 끌려가듯. 그리고 끌려간 그가 참혹한 짓을 저지르고, 또 그 참혹한 짓으로 위로받는 이가 있다. 죄란 어둠과 빛의 중간, 어떤 금이 있다면 그 금 위를 걷는 위태로운 시간으로 인간을 초대하며 마치 '인간이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리 위로하며 그리 격려하며 참혹한 짓을 저지른다.
살인만이 아닐 것이다. 우릴 폭포의 끝으로 마치 별일이 아니란 듯 초대하는 미풍들. 작은 '인간적' 약함들.
숨을 크게 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 순간이 있고, 숨을 크게 쉬고 자리에 앉아야 할 시간이 있다. 우린 쉬지 말고 깨어서 움직여야 산다. 그 작은 선택들, 그 작은 저항들이 인간에게 참으로 귀하고 거룩한 순간을 선사하다. 우리가 언젠가 꽃, 영혼의 꽃을 본다면 그건 그 움직임이 빚어낸 바람같은 순한 한 순간들. 우주가 깃들일, 인내? 선택? 식별? 아니다... 그저 인간이 참 약하여 입을 좀 벌리고 하늘을 향하던 순간의 조각들.
죄를 많이 짓는 인간도 그 조각들을 모아야 하고, 모을 수 있고, 모아왔다. 작을 수록 더 반짝이는 작은 노력들.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jTDSGYD9gXJFBa6aJUVRSs1D2MXJbhgbNgK1TpLtC9a5N63KFBBqqQtfegJQtkPZl
첫댓글 우리가 언젠가 영혼의 꽃을 본다면, , ,
그저 인간이 참 약하여 입을 좀 벌리고 하늘을 향하던 순간의 조각들 . . .
작을 수록 더 반짝이는 작은 노력들 /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