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불구(旣往不咎)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旣 : 이미 기(无/7)
往 : 갈 왕(彳/5)
不 : 아닐 불(一/3)
咎 : 허물 구(口/5)
(유의어)
기왕물구(旣往勿咎)
불념구악(不念舊惡)
출전 : 논어(論語) 팔일(八佾)
노나라 애공(哀公)이 사(社)에 대해 묻자 재아(宰我)가 대답했다. '하후씨는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은 잣나무를 썼습니다. 주나라 사람은 밤나무를 썼는데, 백성을 전율(戰栗)케 하려는 뜻입니다.'
논어 '팔일(八佾)'에 나온다. 나무의 종류가 바뀐 것은 토질 차이일 뿐 밤나무로 백성들을 겁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
공자께서 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뤄진 일이라 말하지 않고(成事不說), 끝난 일이라 충고하지 않는다(遂事不諫).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탓하지 않겠다(旣往不咎).'
기왕불구(旣往不咎), 이미 지나간 일은 허물 삼지 않는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더 이상 말은 않겠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말씀이다. 묵인 아닌 깊은 책망의 뜻을 담았다.
성대중(成大中)이 '성언(醒言)'에서 이를 받아 말했다. '공자께서 '이미 지나간 것은 탓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은 다만 한때에 적용되는 가르침일 뿐이다. 지난 일을 탓하지 않는다면 장래의 일을 어찌 징계하겠는가?
일을 그르쳤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고, 직분을 저버렸는데도 죄 주지 않는다면 되겠는가? 공이 있는 자에게 상을 주고 허물이 있는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은 나라가 흥하는 까닭이다.
선한 이를 표창하고 악한 이를 징계함은 풍속이 바르게 되는 이유다. 이미 지난 일이라 하여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나라를 망친 대부와 싸움에 진 장수는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확포(矍圃)에서 활쏘기 할 때 쫓겨남을 당했으니, 이것이 참으로 만세의 법이다.'
잘못을 앞에 두고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덮어두면 안 된다.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반성도 없고 진실이 은폐된다.
확상포(矍相圃)에서 활쏘기 할 때 일이다. 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화살을 나눠주게 하면서 말씀하셨다. '싸움에 진 장수와 나라를 망친 대부, 제 부모를 두고 남의 후사가 된 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이미 지난 잘못의 책임을 물어 사례(射禮)의 출입을 엄격하게 막았다. 기왕불구는 하도 한심해 한 말씀이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말이 아니다.
▶️ 旣(이미 기, 쌀 희)는 형성문자로 既(기)의 본자(本字), 既(기)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이미기방(旡, 无; 없음)部와 皀(핍)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먹을 것을 수북히 담은 모양인 문자의 왼쪽 부분 皀(핍)과 배불리 먹고 옆을 보고 있는 모양인 문자의 오른쪽 부분 旡(기)로 이루어졌다. 실컷 먹었다는 뜻이, 전(轉)하여 끝났음을 뜻하는 '이미'의 뜻이 되었다. 문자의 오른쪽 부분인 旡(기)가 음(音)을 나타낸다.①이미, 벌써, 이전에 ②원래, 처음부터 ③그러는 동안에, 이윽고 ④다하다, 다 없어 지다, 다 없애다 ⑤끝나다, 끝내다, 그리고 ⓐ쌀(희) ⓑ녹미(祿米: 녹봉으로 받는 쌀)(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미 이(已)이다. 용례로는 이미 존재함 또는 이전부터 있음을 기존(旣存), 이전이나 그 전 또는 이미나 벌써나 이왕에를 이르는 말을 기왕(旣往), 이미 정함이나 미리 작정함을 기정(旣定), 이미 결정했음 또는 해결했음을 기결(旣決), 주문에 의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고 미리 상품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기제(旣製), 사물이 이미 이루어짐을 기성(旣成), 이미 결정하거나 결재함을 기재(旣裁), 일을 이미 다 마침을 기수(旣遂), 이미 얻어서 차지함을 기득(旣得), 이미 결혼함을 기혼(旣婚), 미리 약속되어 있음을 기약(旣約), 일이 이미 발생함을 기발(旣發), 이미 다 썩은 백골을 기골(旣骨), 하여야 할 말을 이미 대략 다함을 약기(略旣),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는 말을 기왕불구(旣往不咎), 이미 벌린 춤이란 뜻으로 이미 시작한 일이니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다는 말을 기장지무(旣張之舞),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말을 기왕지사(旣往之事) 등에 쓰인다.
▶️ 往(갈 왕)은 ❶형성문자로 徃(왕), 泩(왕)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王(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풀의 싹 틈을 나타내는 철(艸; 글자중 한 개만 쓴 글자)과 음(音)을 나타내며 크게 퍼진다는 뜻을 가진 王(왕)으로 이루어졌다. 이 두 글자를 합(合)한 主(왕)은 초목(草木)이 마구 무성하다, 어디까지나 나아가는 일을,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는 간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往자는 '가다'나 '향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往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主(주인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王(임금 왕)자 위로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王자는 발음역할만을 한다. 이것은 '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彳자가 더해지면서 '길을 가다'는 뜻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전과 해서에서는 止자와 王자가 主자로 바뀌면서 지금의 往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往(왕)은 ①가다 ②(물품을)보내다, 보내 주다 ③향하다 ④과거(過去) ⑤옛날, 이미 지나간 일 ⑥이따금 ⑦일찍 ⑧언제나 ⑨뒤, 이후(以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거(去), 갈 서(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올 래(來), 물러날 퇴(退), 머무를 류(留)이다. 용례로는 가고 오고 함을 왕래(往來), 갔다가 돌아옴 또는 가는 일과 돌아오는 일을 왕복(往復), 이따금이나 때때로를 이르는 말을 왕왕(往往), 이 세상을 버리고 저승으로 가서 삶을 왕생(往生), 지나간 해나 옛날을 이르는 말을 왕년(往年), 지나간 옛날을 왕고(往古), 갔다가 돌아옴을 왕반(往返), 가서 다달음을 왕예(往詣), 이미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란 뜻으로 이전 사람이 행한 일의 자취를 이르는 말을 왕철(往轍), 지난 지 썩 오래된 때를 왕대(往代), 윗사람을 가서 만나 뵘을 왕배(往拜), 이미 잊을 듯 지나간 해를 왕세(往歲), 지난날이나 지나온 과거의 날 또는 그런 날의 행적을 왕일(往日), 비행기나 배가 목적지로 감을 왕항(往航), 의사가 병원 밖의 환자가 있는 곳에 가서 진찰함을 왕진(往診), 이전이나 그 전 또는 이미나 벌써나 이왕에를 이르는 말을 기왕(旣往),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르는 말을 이왕(已往), 오고 가고 함을 내왕(來往), 홀로 감으로 남에게 의지하거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힘이나 생각으로 떳떳이 행동함을 독왕(獨往), 아직 가지 않음을 미왕(未往), 마음이 늘 어느 사람이나 고장으로 향하여 감을 향왕(向往), 마음이 늘 어느 한 사람이나 고장으로 쏠림을 향왕(響往), 가는 것은 그 자연의 이법에 맡겨 가게 해야지 부질없이 잡아 두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왕자물지(往者勿止),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또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지어낸다는 말을 왕래자재(往來自在), 거리낌이 없이 아무 때나 왔다갔다 함을 이르는 말을 무상왕래(無常往來), 남의 태도나 주장에 조금도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의 주의나 주장대로 행동함을 자주독왕(自主獨往),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하며 종잡지 못한다는 말을 우왕좌왕(右往左往),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 한다는 말을 설왕설래(說往說來),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는 말을 기왕불구(旣往不咎),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간다는 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지난 일을 밝게 살피어 장래의 득을 살핀다는 말을 창왕찰래(彰往察來)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咎(허물 구, 큰북 고)는 회의문자로 人(인)과 各(각; 다름)의 합자(合字)이다. 만사가 뒤틀림의 뜻이 전(轉)하여 허물, 재앙(災殃)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咎(구, 고)는 ①허물, 저지른 잘못, 죄과 ②재앙(災殃), 근심거리 ③미움, 증오(憎惡) ④종족(種族)의 이름 ⑤꾸짖다 ⑥미워하다, 증오(憎惡)하다 ⑦책망하다, 비난하다, 벌(罰)하다, 그리고 ⓐ큰북(대형의 북)(고) ⓑ사람의 이름(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허물 건(愆), 허물 하(瑕), 허물 자(疵), 허물 죄(罪), 허물 고(辜)이다. 용례로는 재앙의 징조를 구징(咎徵), 재앙이나 요사스런 기운을 구려(咎沴), 잘못을 들어 나무람을 구책(咎責), 남의 꾸지람을 듣고 스스로 뉘우침을 구회(咎悔), 큰 북을 이르는 말을 구고(咎鼓), 길吉한 것과 흉凶한 것을 휴구(休咎), 원망하고 꾸짖음을 원구(怨咎), 재앙과 허물을 재구(災咎), 재앙과 허물을 화구(禍咎), 흠이나 허물을 이르는 말을 흔구(痕咎), 남에게 허물을 돌려 씌움을 귀구(歸咎), 스스로 책임을 짐을 인구(引咎),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천구(天咎), 지나간 뒤에 옛날의 허물을 나무람을 추구(追咎),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랴 라는 뜻으로 남을 원망하거나 꾸짖을 것이 없다는 말을 수원수구(誰怨誰咎),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는 말을 기왕불구(旣往不咎), 가득 차면 기울고 넘친다는 뜻으로 만사가 다 이루어지면 도리어 화를 가져오게 될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을 영만지구(盈滿之咎)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