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용 요셉 신부님
가해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요한 15,26─16,4ㄱ
지옥 탈출법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한 나의 결심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의지를 가진 이에게 주시는 성령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진리를 말하는 이는 이 세상에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이 거짓임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새로운 진실을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하느님을 믿어도 진리를 증언하는 이를 박해할 때가 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이를 박해하며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이미 이런 말씀을 해 놓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박해받아도 움츠려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에 속하는 방법은 그리스도, 곧 진리를 증언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옥에 살게 되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가 증언하는 세상에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란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그의 일생일대의 회개를 상징합니다.
그는 천재적 재능으로 많은 교회의 성화들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타락한 생활을 하여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고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탈옥에 성공하여 몰타섬으로 도주하여 거기서 숨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하도 커서 칼을 차고 신발을 신고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합니다.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이 너무나 지긋지긋한 나머지 그는 유일한 사면권을 가진 교황을
설득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어린 다윗이 골리앗의 칼을 들고 잘린 골리앗의 머리를
들어 올리는 그림을 완성해냅니다.
그림 속의 다윗은 어렸을 때의 순수했던 자기 모습이고 목이 잘린 흉측한 골리앗의 머리는
지금까지 거짓으로 살았던 자신을 상징했습니다.
사실 그의 진심을 담아 그린 그림은 이 그림이 처음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 진정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또 교회와 하느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분이 아버지를 증언하니 아버지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계신 곳은 천국입니다.
그러니 천국에 사십니다. 천국은 행복입니다.
반면 거짓을 말하는 자는 자신이 드러내는 악마를 봅니다.
주님께서는 “너희는 너희 아비인 악마에게서 났다”라고 하시며 거짓말 안에 악마가 활동하고 있음을
폭로하셨습니다(2482 참조).
거짓말하는 자 안에 있는 악마는 “거짓말쟁이이며 거짓의 아비”(요한 8,44)입니다.
아무리 거룩한 성화를 그리더라도 삶이 거짓이고 거짓을 증언하면
그런 성화 안에서도 천국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거짓을 증언하는 사람은 거짓의 아버지를 보며 장차 자신이 가게 될 어둠의 세계의 공포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리를 증언하는 이는 죽음 앞에서도 장차 만나게 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분을 기대하며
기쁠 수 있습니다.
진정 이 세상에서부터 진리의 왕국의 향기를 맡으며 살려면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거리낌 없는 양심을 간직하려고 애를 써야”(사도 24,16)합니다.
무하마드 알리가 조지 포먼과의 일전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엄청난 펀치력을 가진 조지 퍼먼이 무하마드 알리를 이길 것이라 점쳤습니다.
시합 전날 무하마드 알리는 링 위에 올라 쇄도우 복싱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해도 조지 포먼을 이길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무대에 누워 넉다운 당한 자신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rope-a-dope”로 알려진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포먼이 펀치를 던지고 지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로프에 기대어 팔과 몸으로 타격을 흡수했습니다.
약자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싸움이 계속됨에 따라 포먼의 체력이 약해졌고
드디어 알리는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8라운드에서 알리는 포먼을 쓰러뜨리고 헤비급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진실을 받아들이면 평화 속에 살게 됩니다.
그래야 하는 일도 다 잘 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모든 어려움을 끌어들입니다.
솔직합시다. 그것이 진리를 드러내는 첫 걸음입니다.
그 첫 걸음은 우리를 지옥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