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밑에 끝내야 할 일들을 무사히 마쳤다
와중에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졌다.
여기 K쇼핑인데요ᆢ 저희 담당자가 23일 추석배송 마감 전에 주문하신 상품을 깜빡 빼먹는 바람에ᆢ (더듬더듬)
배송을 할 수 없게 되어서ᆢ
하필 현장팀들에게 선물할 보따리가 구멍이 난 것이다.
조금 싸게 구입하려다가 망했다. 똑같은 상품을 오프에서 8,000원씩 더 비싸게 사면서 발품 팔은 것까지
민원실에 청탁을 해 기필코 응징하리라 다짐했다.
적반하장으로 따로 별실에서 거래를 요구했다거나
다른 쇼핑 상급자가 방문해 압력을 행사했다거나
아니면 병장회의를 소집해 배상불가를 통지했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실컷 농락하고도 되려 사과를
요구하는 후안무치에 치를 떨게 될지라도ᆢㅎㅎ
어쨌거나 현장팀들이 빈 손으로 떠나지 않아 다행이고
시공사 사장님에겐 날개를 달 추석결제와 함께
끝까지 잘 버티시라 정관장 에브리타임 로얄로 모셨다^^

무조건 1억을 올릴 때
무조건 가감없이 현장을 전하기로 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게 현장이지만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장이다. 뒤늦게 소통
부족이나 착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타나 현장을
뒤흔들기 일쑤다. 지나고 보면 반면교사 투성이다.
외벽을 빙 둘러 마무리하고 나니까 습기가 차오른다며
지면에서 10전을 더 올려 osb 합판 밑둥을 자르라는
바람에 그라인더로 이를 간 건 그나마 약과다. 먼지를
뒤집어써도 털면 그만이다.

콘센트 위치를 표시해뒀는데도 전기가 빼먹는 바람에
합판을 다시 뚫는 것도, 콘센트 선을 빼뒀는데도 뭣에 씌였는지 목수가 보고도 합판을 덮어버려 다시 콘센트
위치추적에 나서는 경우도 수습하면 그만이다.


반면에 물러서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분전함 위치가
그랬다.메인전선을 중정 쪽에 빼놓아야 하는데 대충
발로 거리를 재는 바람에 칸을 지르고보니 화실입구에
선이 빠져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며 어물쩡 넘어갔다.
나 없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처음으로 핏대를 세웠다.
무조건 중정으로 선을 넘기시라. 지금이라도 구멍 뚫으면 될 일이었기에 사실은 맞지 않아도 될 매였다.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거 일도 아닌데 두고두고 꼴 보기
싫을 뻔 했다.

아참~ 잠정적으로 이 집을 악양 '산들내'라 부르기로 했다. 하도리와 뼈대를 잡아주는 경첩을 불편한 자세로
망치질 하시는 산들 하우징 사장님의 노고에 더하여
우리 샘터만 해도 5억 가치는 된다며 노골적으로 탐심을
드러내는 내 천을 접목해 산들 내ᆢ
옆집 아줌마처럼 부르시라 산들네~산들내^^


(김재경 건축가의 상주 세 그루집)
이제 바야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갈 차례다.
경량철골에서 하루아침에 중목구조로 바뀌면서 유로
징크 지붕에 전면 벽체를 무엇으로 마감할지가
화두였다. 목재 사이딩은 일단 배제했다. 농막 관리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감히 대한민국 목조건축 대상을 받은 상주 세 그루집 외장재를 차용하기로 했다. 아라우코 합판 위에 스프러스 각재를 대고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골판 ᆢ
시골집에서 흔히 덧대는 싼 자재에 공기층까지 더해져
단열효과는 물론 스토리까지 있어 보이겠다 싶어서다.

그러나 골판은 아무래도 창호마다 마감선을 맞추기 힘들
것 같아 복층 폴리카보네이트로 대체하기로 하고
시공사례를 찾아 나섰다.
사장님이 벌렁 바닥에 누워 마감을 어찌 했나 점검하는
열의까지 보였지만 역시나 골판처럼 깔끔하게 마감하기
힘들 것 같아 자포자기ᆢ
대신 (송판) 노출 콘크리트 판재를 생각했는데 건식
시공을 하기 위해 밑틀 짜는 게 예사 일이 아니란다.
세라믹 시공은 간단하지만ᆢ
그런데 갑자기 내가 지금 뭘 하나 싶다. 애초 가격 때문에 선택지에서 제외된 자재들을 외벽마감은 뭐를 하든 시공사 부담이라는 걸 핑계로 마구 들이밀고 있지 않은가? 제 정신인가?
앞서 문 때문에 해프닝이 있었다.
사장님이 정색을 하고 나를 보자더니 무조건 1억에 맞는
초심을 잃지 마라고 당부하셨다.
진작 방화문부터 발주해야 하는데 개인사 때문에
실기했다. 현관과 화실은 뒤로 미루더라도 지붕과 이어지는 다용도실 마감은 문이 달려 있어야 한다.
맘에 드는 문은 공장까지 찾아 갔으나160만원×3ᆢ
문값만 500만원이라 포기한 터다. 시공사 견적은 30만원대 방화문ᆢ급히 거래처라는 중용문 카달록을
뒤져 모델을 지정해줬다.
그러나 추석밑인데다가 하필 그 모델만 고가라 별도 제작하는데 한 달이 걸린단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져
발주를 하려고 했는데 담당자 연락이 없는데다가 통화가
되자 바빠서 따위 흰소리를 늘어 놓는다.
그 바람에 다시 찾은 곳 ᆢ연휴 끝나고 5~7일이면
제작이 가능한데 70만원대ᆢ 두 짝만 발주하기로 하고
가장 급한 뒷쪽 다용도실에 쓸 문은 중용문 다른 모델로
했더니 그 과정을 모르는 사장님께서 추가부담이 취지에
어긋난다고 쓴소리를 하신 거다.

밤새 뒤척이다가 사장님에게 통상 외장재로 쓰는 스타코
시공방식으로 스티로폼 치고 매쉬망 위에 프라이머 바른
다음 뿜칠 대신 노출 콘크리트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물었다.
바로 페인트팀에게 연락하더니 밑작업 해두면 별도로
노출 콘크리트팀이 붙는데 '바라봄'이라는 카페에 그 작업이 되어 있다며 같이 가보잔다.
바라봄은 아니었다. 아직 에폭시를 올리지 않은 산들내 베란다가 차라리 내가 원하는 노출에 가깝다.
마침 떠올랐다. 베란다와 중정 바닥을 에폭시로 하기로
하면서 벽면은 노출 콘크리트 효과를 내는 페인트를
알아본 적이 있는데 붓으로도 가능하다지만 노출은 역시
핸디코트처럼 발라야 맛이다.
그 정돈 페인트팀이 시공할 수 있단다.
잘하면 초심도 되찾는 한편 보온단열과 자연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겠다^^




전면 벽체 외장과 함께 떠안은 숙제가 상부 지붕선 두께
시각적으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중용 라인ᆢ
적어도 500 정도 두께감은 있어야 날리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는데 역시 맞아 떨어졌다.





또 한 가지, 양쪽 기둥을 세우며 입구기둥 사이는
구조목을 촘촘히 세워 빛의 통로로 할 예정이었으나
전면벽체와 동질감을 줄 수 있는 19×19 큐빅 시멘트 블럭으로 대체했다. 중정 서까래와 함께 산들내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큐빅 사이딩ᆢ
그 과정에서 기둥 주춧돌과 벽체 사이에 들어설 큐빅
간격 때문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터졌다.
복기해도 소용없는 창호가 복병이었다.

1억 예산에 창호를 독일 살라만더 3중 로히드 창으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비싼 몸값이라 당연히 몇 번씩
검토했다. 그런데 위 아래로 나눠 개폐하기로 한
화실창과 침실창이 슬라이딩 문으로 왔다.
화실은 그렇다 쳐도 침실은 그 바람에 침대 놓을 자리가
사라졌다. 설치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주방과 거실 창틀 사이즈 때문에 손을 본다고 난린데 법석까지 떨 순 없었다.








시공은 거의 완벽했다. 기밀도를 보강하는 이중
테이핑까지 나무랄 데 없었다. 본사보다 경남 시공팀이
한 수 위라고 은근 자랑하던 게 빈 말이 아니었다.



집을 짓다 보면 별 것 아닌 게 사람 잡는다. 그걸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에 따라 집이 살고 죽는다. 수습 가능할 때 잡아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은
몰래 닦아내는 수밖에 없다.
침실에 생각지도 않은 문이 생겼으니 동선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옷장 자리에 침대를 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앞산은 또 다른 느낌이다. 더 좋다고 긍정에 긍정을 불러도 좋다.
전기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침대 따라 콘센트 위치를
바꿀 수 없겠느냐 조심스레 운을 뗐다.
지금 샤워 끝냈다면서도 즉각 올라와 보겠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돌격에 순간 내가 당황했다.
진짜요? 말 끝나기 무섭게 땡땡이 몸빼 차림으로 등장한
전기사장님ᆢ 이때만은 신의 손이었던 것이다.
온 김에 비데 위치에 있어야 할 콘센트 행불까지 잡아내는 혁혁한 전공을 세우는 바람에 대식이아빠에게
줄 추석선물을 양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ㅎ
산들 사장님에겐 그냥 지나치려다가 다음 날 고백했다.
수습과 대안은 언제나 널려있다. 관건은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창호와 기둥이 든든하게 산들내를 받쳐주는가 싶더니





중정에 투명 폴리카보네이트까지 ᆢ
합판처럼 낱장으로 오는 게 아니라 600 폭에 4,800
길이에 맞춰 왔다. 이음매 쫄대까지 물 샐 틈 없는
시공ᆢ
우여곡절을 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물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산들내에 어서 사람내가 나면 좋겠다ᆢㅎㅎ



정말 풀리지 않는 숙제ᆢ
중정 앞뒤를 비워둘 것인가 문을 달 것인가
1300벽체와 1100벽체 사이 4100공간
중정 천장과 일체형으로 폴리카보네이트로 할 것인가?
폴딩 도어를 설치할 것인가?
유력후보는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또는 복층 폴리ᆢ
1,400×3,050 픽스 2,700×3,150 행거 레일
제일 가벼운 소재로 문틀을 짜는 수밖에 없다. 될까?
불을 밝히면 은은하게 산들내가 비치면 좋겠다만ᆢ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회원님 의견 받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caIo1UGSDgw
한가위에 달을 볼 수 있는 건 어머니인 지구가 있기 때문
ᆢ
첫댓글 산들내... 정말 어울리는 멋드러진 작명입니다..^^
명절엔 숙제좀 내면 안되는것 아닙니까? ㅋㅋ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보금자리가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합니다..
하여 숙제를 곰곰히 생각하려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것은 렉산보단 폴딩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비워두면 여러가지로 후회의 뿌리가 될것이라 생각이 들며 저같으면 지금이 아니라면 추후라도 폴딩을 하겠습니다..
신축이라는것이 지금이 아니면 3~4배는 더힘든 일이기에 정색을 하여서라도 손을 보는것이 정답이지요..ㅎㅎ
암튼 명절전에도 수고 많으셨고 명절 잘 보내시고 산들내가 더욱더 사람냄새나는 멋진곳으로 만드세요..^^
혼자 끙끙대려니 억울해서요^^
산들 사장님도 폴딩을 추천해 자재단지에서 견적을 받아 봤는데
700폭× 6=4200 개방공간ᆢ
한 짝에 30만원 했던가?
30만원×6=180만원 앞뒤 360만원 ..
대충 400만원 ᆢ 높이가 있으니까 500만원? 재질에 따라 또 다르겠쥬
아무튼 깔끔하게 마감할 수는 있는데
진부해서요ᆢ자금도 현재로선 딸리지만ᆢㅎ
그래도 소중하게 접수하겠심더^^
의견은 몰라서 못하겠고..
와 ~~엄청 빠르게 진행되는군요..
멋진 풍경과 세련된 집은 확실하고...
겨울이 많이 추울거라는 외신뉴스도 있으니 그것도 참고 하시도록..
오겠다는 서울식구 오지말라 하고
tv에서 명화극장보니 하루해가 다 저물어가네요..
일 하는분들도 쉴테니 좀 쉬셔요...^^
티비 못 본지 꽤 되네요ᆢ
몸을 쉬면 마감재로 머리가 채워져 골이 지끈지끈
해서 내일은 완전무장하고
현장청소나 하려고요
일하시는 분들 오면 유쾌상쾌하게 볼 수 있도록^^
집도 이름도 참 멋있습니다.
글도 참 잘 쓰시네요.
명절인데 좀 쉬면서 하셔유~~^^^
아효
댓글이 넘 풍성하여
한가위 보름달 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글도 집도 맛깔납니다
여자라고 막보는 공사업자들 땜에 다 때려치고 '내가 배워서 내가 집 짓고 만다'라고 다짐했던 때가 생각나서 관심있게 글 보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나 건축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하고 맘 비우고 사는데 '화실'이란 말에 또 귀가 뜨이고 마음이 동하는군요...
집을 짓고 싶단 이 바람은 언제야 잦아들런지...
그냥 하던 일이 그림이라면
계속 그림에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그림 그리는 감각이나 감성으로
제대로 된 건축가를 보는 눈만 있으면
제대로 된 집을 지어주는데 뭣하러
시간 낭비 하겠습니까
좋은 취미 살리면 그림 같은 집도
딸려오리라 봅니다.
틈 나실 때 화가의 집 같은 거
검색해 보시고요
화가들 집은 역시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관심 감사합니다^^
이그림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제가 집을 짓는 것같이 긴장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엄두가 나지않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예전,
사무실 인테리어 직접 몇 번 해봤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분명 내가 시켰는데,
공사 도중 마음에 들지않아 다른 것을 요구하게 되고
공사하시는 분들은 대충 하려고 하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그래서 저는 조카가 인테리어 가게 차린다고 하여 극구 말렸습니다.
정확한 디자인이 없으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 일어날 거고,
일을 시킨 사람은 본인이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했으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되면 돈을 받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산들내'
너무 좋은 이름입니다.
지형도,
전망도,
집도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시행착오가 있다해도
이노래님이 공사에 대해 잘 아시니 금방금방 대처하시니
이제 곧 멋진 이노래님의 쉼터 '산들내'가 완성이 되겠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 공정 글
기대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슨 일이든 신뢰가 바탕이고
그 신뢰는 다름아닌 실력에서 나오는 게지요
저는 예산만 된다면 집쟁이가 아니라
건축가한테 의뢰를 했을 갑니다
자신한테 맞는 건축가를 찾는 게 어쩌면
집 짓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ᆢㅎ
다행히 저는 차선책을 구하다가
우연찮게 개념을 장착한 시공자를 만나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도 올릴 여유가 생긴 것이고요^^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격려해 주시는 만큼
끝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잘 하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농막 지으실 때 연락 주시면
그 외에도 참고할 수 있는 타이니 하우스
협소주택ᆢ 그리고 집중검색할수 있는 앱까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산들내는 집을 지어주시는
산들하우징 사장님에게 헌정하는 이름이라요^^
@지금사랑... 저는 전라도가 좋은디요 ㅎㅎ
용접 좀 하신다는 말에 오메 기 죽어~^^
다른 건 몰라도 터는 믿을만한 사람 통해
빨리 구하시고 건축 동선 안 걸리게 나무부터
몇 그루 심어두는 걸 권합니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른다면
그동안 자라난 나무가 보물이 될 것입니다^^
멋지네요~ 제 고향도 하동이라.. 맛난거 손에들고 찾아 뵐 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