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닷다 / 임연태
해가 지면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다.
덧칠되는 어둠의 두께를 따라
손에 손에 불꽃 피어나는데
데바닷다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의 심장 깊은 곳에
참회와 구원의 꽃송이 던져 주리라는
저 함성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붓다의 혈족인 것이 괴로웠던 데바닷다여,
진정 너를 괴롭게 한 것은
네 안에서 들끓는 욕망이란 걸 일깨워 주려고
밤마다 촛불 밝혀 온 몸 태우는 저 군중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촛불보다 뜨거운 욕망은
전생부터 이끌고 온 카르마(業)여서
아직도 붓다를 죽이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데바닷다여,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붓다를
아무리 밟아도 주눅 들지 않는 영혼을
더 이상, 미친 코끼리도 돌덩어리도
손톱 밑에 숨긴 독약일지라도 어쩔 수 없어
오히려 선명하게 타오르는 저 촛불의 행렬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중 속의 데바닷다여,
밖에서 구경하는 데바닷다여,
무수한 붓다를 죽이려는
무수한 데바닷다여,
꺼질 줄 모르는 촛불 하나가
지옥까지 밝히려는 이 장엄한 열망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2천 5백 년 전에 붓다를 죽이지 못해
아직도 죽지 못하고 시퍼런 눈으로
붉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는
데바닷다여, 붓다의 사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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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온통 거리를 덮던 그 때 시인은 그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진리를 본다.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세상을 본 것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친척으로 남달리 큰 야심을 품고
무서운 음모를 꾸며 부처님을 해하려 한 <데바닷다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데바닷다의 사건은 실패했지만 부처님의 일생에서
가장 큰 아픔이었다.
시인은 ‘데바닷다 사건’과 ‘촛불 집회’를 함께 병치시켜
현대인의 삶 속에 내재된 불온성과 어리석은 인간 욕망의
날카로운 징후들을 시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미친 코끼리도 돌덩어리도/ 손톱 밑에 숨긴
독약’도 ‘촛불의 행렬’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선명하게
타오른다’고 한다.
여기서 ‘촛불’은 진리를 향한 열망이며 곧 진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촛불보다 뜨거운 것이 욕망’이다.
수많은 ‘데바닷다’들에게 ‘진정 너를 괴롭게 한 것은/
네 안에서 들끓는 욕망’이라는 것이다.
번뇌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이다.
‘여래는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법이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 ‘군중 속’에 있거나 또는 ‘밖에서 구경하는’
‘데바닷다’들이다. 즉, 피를 나눈 한 민족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천둥 같은 울림이
우리의 심장을 쿵쿵 두드린다.
사회성 짙은 시 안에서 생의 이면을 잠식하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드러내어 진리와 욕망 사이에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김미정 시인
[출처] 데바닷다 / 임연태|작성자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