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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와 주자의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은 빅리그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운영의 묘가 필요합니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 |
원아웃에 주자 1,3루에서 롯데 박종윤이 1루 땅볼을 치자 3루 주자 가르시아가 홈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공을 떨어뜨렸던 LG 1루수 박병호가 재빨리 공을 잡아 홈으로 송구했고 포수 김태군은 공을 잡고 3루 라인을 블록하며 주자를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가르시아는 마치 풋볼의 러닝백을 연상시키듯 온 힘으로 질주해 포수 김태군을 밀치며 충돌했습니다. 김태군은 뒤로 나뒹굴었지만 공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 가르시아는 아웃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료가 충돌로 나뒹굴자 박병호와 김광삼 투수 등이 다가와 강력히 화를 냈고, 가르시아도 발끈하며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맞서자 양 팀 벤치 클리어링을 몰고 왔습니다.
똑같은 규정으로 진행되는 야구지만 각국의 문화가 다르듯 야구 문화도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경우도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의 명백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가르시아의 입장을 볼까요.
타이밍 상으로는 무조건 아웃인 그 상황에서 가르시아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가르시아가 살 수 있는 아주 희박한 확률이라면 포수와 충돌해 공을 떨어뜨리게 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미 공을 잡은 포수가 홈플레이트로 가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슬라이딩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서서 들어가 아웃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주자는 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하고, 그의 유일한 선택은 충돌해서 포수가 잡고 있는 공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물론 타이밍 상 가르시아의 충돌은 조금 무리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주자로서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고 봅니다.
한국 야구 3년째인 가르시아는 어쩌면 어제 사건을 계기로 또 한국형 야구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을 것입니다. 바로 다음 타석에서 오상민의 명백한 목적구를 등에 맞고도 잠깐 노려보고는 군말 없이 1루로 걸어 나갔습니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던 2003년 ALCS 펜웨이 파크 원정 경기에서 당시 레드삭스 선발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설전을 벌이고, 불펜에서 동료 투수 제프 넬슨을 도우려고 몸싸움을 벌였던 다혈질의 가르시아가 분위기 파악을 못 했더라면 큰 불상사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야구에서는 그렇게 아웃이 확실한 경우 무리한 충돌을 하는 일은 보기 드뭅니다. 접촉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약한 충돌에 그치고 맙니다. 작년 시즌 초에는 당시 한화의 김태균이 오히려 포수와 큰 충돌을 피하려다가 잘못 넘어져 뇌진탕으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덜 공격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런 야구 문화가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8개 팀 선수 대부분은 거의 다 선후배 관계로 이어집니다. 코치도 그렇고 심지어는 심판도 그렇습니다.
선후배 간의 예의와 끈끈함 등은 야구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과격하고 예의에 크게 벗어난다고 여겨지는 플레이는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경기에 임하면 그런 관계는 모두 잊고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켜지는 선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태군 포수는 그런 충돌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미 공과 자리를 확보했기 때문에 만약 충돌을 예상했더라면 가볍게 피하면서 태그를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다행히 김태군은 큰 부상 없이 경기에 계속 임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아마 온몸이 쑤시고 아플 것입니다.
주자가 포수와 충돌하는 이유는 단 하나, 포수의 미트에 들어간 공을 떨어뜨려 득점을 얻으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포수는 야구의 3D 포지션
포수는 정말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해야 할 일이 다른 어떤 포지션보다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잡는 것이 포수의 임무입니다. 그러나 공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심판의 판정이 달라질 정도로 예민한 것이 캐칭입니다. 그리고 투수를 리드하며 경기의 완급을 조정하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포수의 투수 리드 능력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자 견제를 하고 도루를 저지해야 합니다. 폭투를 방지하려고 온 몸으로 150km의 강속구를 막아내야 하고, 패스트볼이 나오지 않도록 한순간도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없습니다. 희한한 스핀이 걸린 높이 뜬 파울볼을 잡아내야 하고, 번트나 빗맞은 짧은 땅볼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공의 진행 방향에 따라 1루와 3루의 백업을 하려고 달려가는 일도 반복됩니다.
그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한 경기에서도 2백번 이상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정말 보통 힘든 직업이 아닙니다. 또한, 타자와 심판과 벌이는 신경전도 치열해 몸과 정신이 모두 피로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요즘 빅리그에서는 걸출한 미국 출신 포수를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소위 포수는 야구에서의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입니다.
그런데 정작 포수가 야구에서 가장 위험한 포지션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 혹은 풋볼, 아이스하키 등과 달리 신체적 접촉이 거의 없는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포수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제 가르시아와 김태군의 충돌처럼 때론 풋볼이나 아이스하키 이상의 격렬한 충돌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야구의 포지션이 바로 야구입니다.
그래서 포수는 야구에서는 유일하게 각종 보호대로 중무장을 합니다. 머리에는 헬멧, 얼굴에는 마스크를 씁니다. 아주 두툼한 글러브인 미트를 착용하고 가슴에도 프로텍터를, 양다리에는 정강이 가드로 무장합니다. 요즘은 목 부분의 보호대도 있고,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 보호대도 있습니다. 미트 안에는 종종 장갑을 끼기도 합니다. 1900년대 초 강속구의 대명사였던 월터 존슨의 공을 받을 때면 포수가 미트 안에 고깃덩어리를 대고 받기도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종 보호대로 무장을 함에도 포수는 정말 많이 다칩니다.
우선 투수가 던진 공에 맞는 경우가 있고, 타자가 스윙한 배트를 스친 파울볼의 충격은 정말 끔찍합니다. 때로는 타자가 휘두른 방망이에 맞을 때도 있습니다.
파울팁이 얼마나 큰 충격인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크 마테니의 예에서 알 수 있습니다. 빅리그에서도 수준급 포수이던 마테니는 2006시즌 중에 몇 차례 파울팁을 마스크에 맞은 후에 뇌진탕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결국 2007년 초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주자와 충돌은 경기의 일부, 운영의 묘를 살려야
그러나 포수가 받는 가장 큰 충격은 바로 6일 롯데 전에서 발생한 주자와의 충돌입니다.빅리그에서는 포수와 주자의 홈플레이트 충돌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 여파로 다치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박찬호의 전담 포수였던 채드 크루터도 홈플레이트의 충돌로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으로 선수 생활을 중단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하는 것이 포수의 임무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포수가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는 주자에게 주행선의 우선권이 있지만, 일단 포수에게 공이 연결되면 포수도 주자의 진행 방향을 막아설 권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충돌은 어쩔 수 없는 경기의 일환입니다.그러나 최대한 큰 불상사를 막아야 하는 동료 의식의 발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칫하면 그 충돌로 말미암아 포수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큰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1년 올스타전의 마지막 플레이는 그래서 두고두고 야구팬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당시 AL 올스타전의 포수는 앞길이 창창한 인디언스 루키 레이 포스였습니다. 그 경기의 마지막 플레이였는데 주자 피트 로스가 홈으로 질주했습니다. 타이밍 상으로는 슬라이딩을 해도 충분히 세이프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유명했던 로스는 그대로 포스와 충돌했습니다. 경기는 NL 올스타의 승리로 끝났지만 포스는 어깨가 탈골되는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 경기가 친선 경기에 가까운 올스타전이었고, 타이밍을 볼 때 그렇게 무리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로스는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레이 포스는 그 부상으로 후반기에 제대로 뛰지 못하더니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다른 부상도 이어졌지만 196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뽑힐 정도였고, 빅리그 데뷔 후에도 좋은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포스는 그 충돌 사건 이후 아쉽게 능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기본적으로 포수와 주자의 충돌은 경기의 한 부분이고, 소중한 득점을 두고 벌이는 정당한 격돌입니다. 그러나 운영의 묘를 살려서 큰 부상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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