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경마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제화를 위한 바쁜 행보 속 개개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한해라고 할 수 있다. 레이팅 시스템, 산지 통합 경주를 통한 경마 내실 강화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경마 선진국가들과의 경합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관 조교사의 맹활약으로 한국 경마 역사에서 다시보기 힘들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까지 변화무쌍했던 2015년을 돌아본다.
‘최강실러’, 아시아챌린지컵(GⅢ) 우승으로 한국 경마 자존심 살려
아시아챌린지컵(GⅢ, 혼합, 3세 이상, 레이팅오픈, 1200m) 우승은 한국 경마가 국제화 3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마사회는 한국 경마의 선진화를 위해 2013년 최초의 국제경주로 경마 한일전을 개최, 2014년 아시아챌린지컵으로 출전 국가를 확대했다. 올해는 뚝섬배를 비롯해 첫 싱가포르 오픈 원정경기 출전, 아시아영건챌린지 대회 개최 등 국제 활동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강실러’(한국, 거, 4세, R123)는 제2회 아시아챌린지컵에서 일본과 싱가포르 등 경마선진국의 최강마들을 물리치고 시상대에 올라 한국경마의 자존심을 살렸다.
국제 영웅 ‘천구’, 싱-한-일 트리플 도전
천구(미국, 수, 3세, R120, 서인석조교사)는 3세의 어린나이에도 불구, 올 한 해 동안 그 누구보다 착실하게 국제무대 경험을 쌓은 마필이다. 지난 7월 싱가포르 터프클럽(Singapore Turf Club, STC)이 개최하는 제6회 KRA 트로피 경주에 한국대표로 출전했으며, 8월에는 아시아챌린지컵에 출전, 일본 및 싱가포르 말들과 경합했다. ‘천구’는 아시아챌린지컵 당시, '최강실러', '엘파드리노'에 이어 3위로 입상한 저력을 보여줬다. 10월에는 한일 인터랙션컵에 한국대표마로 출전, 서울과는 반대방향인 주로 적응에 실패 4위 입상으로 그쳤다. 서인석 조교사는 '천구'가 성장 중인 말은 맞지만 국제무대에 출전할 만한 능력을 갖췄다. 말이 환경적응이 빠르고 영민해서 국제무대 진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 내년을 바라보고 국제무대 경험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구는 2016년 1월 한국 대표로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에 도전한다.
경마혁신-레이팅시스템 도입, 1, 2등급 산지 통합
올해 경마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레이팅 시스템과, 산지통합 경주였다. 경마시스템의 국제표준화 및 국산마 수준 향상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는데, 레이팅 시스템은 핸디캐퍼가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의 성적 등을 판단해 능력치를 수치로 표현해 공표한다. 레이팅에 따라 경주마의 등급이 조정되고 레이팅이 비슷한 말끼리 묶어서 경주가 편성되었다.
이와 함께, 국산마와 외산마의 전면 경쟁에서 국산마 생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산지통합 경주가 시행되었다. 올해는 1, 2등급에 한해 국산과 외산마의 산지통합 경주를 실시했다. 올해 산지통합경주 운영 결과, 당초 외산마가 휩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산마가 선전을 했으며, 레이팅 도입 후 착차가 축소되어 경주의 박진감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통합 경주는 올해 시행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이후 추가 확대여부가 결정된다.
김영관 조교사 한국경마 사상 최초 ‘수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2015년은 김영관 조교사(55세, 2004년 데뷔, 19조, 2908전 834승, 승률 21.3%)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 브리더스 컵 우승으로 서울 부경 통합 오픈경주 석권이라는 한국경마 역사에 두 번 다시없을 큰 기록을 남긴 것. 오픈경주 석권이 힘든 이유는 모든 조건에서 우수한 말들을 고르게 관리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암말 한정 대상경주, 국산말 한정 경주, 2세마, 3세마 등 연령, 성별, 산지에 따른 조건별로 오픈 경주가 구성되기 때문에 이 조건에 부합하는 말들을 마방에서 고루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 결국 김영관 조교사의 ‘매직’은 한국 경마 역사에 남게 되었다.
브리더스컵 우승 직후 김영관 조교사는 "경마가 최선을 다한다고 기계처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출전마의 당일 컨디션, 상대전력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강한 국산말을 만들어서 해외무대에서 우승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트리플나인', 경마팬들의 각별한 사랑으로 관심 집중
2015년은 김영관 조교사의 해이기 이전에 트리플나인(한국, 3세, 수, R118, 김영관 조교사, 최병주 마주)의 해이기도 했다. 올해 대통령배를 포함해 12전 7승을 기록하며 수득상금만 10억 원을 넘게 가져갔다. 한국경마에서 유일하게 경마팬들이 출전마를 뽑는 그랑프리(GⅠ) 경주 투표에서도 트리플나인은 부경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를 기록했다. 이어 2015년 연도대표마이자 최우수국내산마로 선정되었다.
트리플나인은 상금, 승률, 오픈경주 우승 등 5개의 선정 기준 중에서 경마팬 투표(그랑프리 인기투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실제 그랑프리 우승마인 ‘볼드킹즈’(미국·수·3세·레이팅 121·임용근 마주·울즐리 조교사)를 제치고 연도대표마로 선정되었다. 트리플나인이 연도대표마로 선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최우수국내산마 타이틀도 함께 가져가면서 국내 경주마 생산자와 경마팬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연도대표마 및 최우수국내산마 수상 직후 최병부 마주는 “올해는 즐거운 날이 많은 한 해였다. 대통령배 등 굵직한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달성했고, 별다른 부상 없이 건강히 잘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며 ”그랑프리 인기투표에서 ‘트리플나인’에 많은 애정을 보여준 경마팬에게 너무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해 ‘트리플나인’을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대표마로 만드는데 마주로서 모든 역량을 쏟을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전해, 경마팬들에게 다시 한 번 큰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외국인 기수, 조교사의 활약
2015년은 외국인 기수 및 조교사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부경에서 활동하는 울즐리 조교사는 외국인 조교사로는 최초로 그랑프리를 우승했으며, 김영관 조교사에 이어 다승 2위이기도하다. 내년부터는 서울에서도 외국인 조교사들의 활동이 예고되고 있어 더 많은 외국인 조교사들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기수의 경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수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일본과 이탈리아인데, 대표적인 기수가 페로비치 기수와 이쿠야스 기수이다. 이쿠야스 기수는 한국 경마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평가를 듣는데, 현재 활동하는 외국인 기수들 중 유일하게 대상경주 우승이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2007년 농협중앙회장배, 2014년 KRA 컵 클래식,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서 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경마팬에 가장 친숙한 외국인 기수이기도 하다.
페로비치는 7월 활동 이후 빠르게 한국에 적응하면서 14% 이상의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마의 성장과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페로비치의 등장 이후 한국 경마가 빨라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 경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렛츠런 CCC 지정좌석제 실시
한국마사회는 지난해부터 전국 30개 장외발매소에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지정좌석제로 이용 가능한 고객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고객에 집중되는 서비스를 높임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경 김영관, 조성곤 100승 이상 달성
부경에서 김영관 조교사가 시즌 100승을 달성했다. 기수의 100승 달성만큼이나 조교사의 100승 달성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2013년 104승으로 시즌 100승 달성 이후, 2년만인 올해 자신의 기록을 깨고 105회로 100승을 달성했다. 2013년 당시 100승을 기록할 때에도 한국 조교사 중 최초였다. 조성곤기수 (33세, 30조, 2005년 데뷔)는 올해 105승으로 부경의 시즌 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09년 71승으로 데뷔 후 첫 다승왕에 올랐고, 2010년 84승 ·2011년 86승으로 3년 연속 최고의 리딩 자키로 군림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시즌 91승을 기록한 김용근 기수에 밀려 아쉽게 4년 연속 다승왕에 오르지 못했으나, 지난해에는 개인 시즌 최다 91승을 올린데 이어 부경 기수부문 다승왕 탈환에 성공했다. 조성곤 기수는 2016년부터 서울로 이적해서 활동할 예정으로, 서울의 다승왕 문세영 기수와 어떤 경합을 펼칠지 기대된다.
문세영 기수, 통산 1200승 달성
문세영 기수(34, 프리, 2001년 데뷔), 통산 1200승, 6시즌 연속 100승 달성이라는 기록으로 2015년을 마감한다. 문세영 기수는 한 주 평균 4~6회의 우승을 추가하면서 지난 10월 무난하게 통산 1,200승을 달성했다. 문세영 기수는 2001년 데뷔해 2007년 KRA컵 클래식(GⅡ), 2007년 그랑프리(GI), 2012년 코리안더비(GI) 등 총 23회의 대상경주 우승 이력을 가지고 있다. 문 기수는 2008년 128승을 기록, 처음으로 연간 10승을 넘겼으며 올해까지 6년 동안 매년 100승 이상의 성적을 기록해왔다. 그는 2001년 7월 데뷔해 2014년 1,000승을 달성, 기존 박태종 기수가 세웠던 1,000승 기록을 3년 이상 단축시키기도 했다. 문세영 기수는 6년간 큰 부상 없이 경주에 임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며 승수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서울경마에서 최고기록은 1,976승(13108전)으로 박태종 기수(49세, 프리, 1987년 데뷔)가 가지고 있다.
8년만의 영예기수 탄생, ‘함완식, 유현명 ’
‘영예의 기수’는 말 그대로, 모든 기수들이 꿈꾸는 동시에 기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상징한다. 한국경마에서는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데, 선발기준이 녹녹치 않아 2014년까지 박태종 기수 등 7명만 가입되어 있었다. 2007년 임대규 기수를 마지막으로 지난 8년간 대상자가 없다가 올해 드디어 두 명의 영예기수가 배출되었다. 바로 함완식(37세, 프리, 98년 데뷔), 유현명 기수(36세, 21조, 2002년 데뷔). 유현명 기수는 부경 최초의 영예의 기수이기도 하다.
영예기수는 경력, 통산기승횟수 및 기승정지일 등 기본 요건 심사와 기량, 규정준수 등의 정량적 평가를 통해 배점된다. 이 외에도 경주 공정성, 책임감 등 기수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진행되어 100점 만점 중 9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에만 영예의 기수로 선발될 수 있다.
함완식 기수는 98년 기수 면허 취득 이래 총 4,772전 596승을 거두었으며, 농협중앙회장배, 동아일보배, YTN배 등 6회의 대상경주에 우승한 바 있다. 유현명 기수는 4,296전 41승으로 국제신문배, KRA컵 마일, 경남신문배, 오너스컵, 그랑프리 등 총 8회의 대상경주 우승 이력을 가지고 있다.
※ 역대 영예기수 명단: 박태종, 배휴준, 우창구, 최봉주, 천창기, 김효섭, 임대규, 함완식, 유현명(부경) 총 9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