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표충사에서
쇠잔해진 가을이
침묵만 내려놓는 오후
무수했던 붉은 잎 다 떨군
감나무가지에
빈 둥지만 걸린 표충사 뜰
아 ! 400여년 전
하늘을 우러러 중봉선생 천기보니
풍전등화 국운 앞에 애끓는 충심
도끼날 지부상소 올릴 제
굳게 닫은 궁궐문 벽으로 서니
님의 추상같은 진노
궁궐 밖 하얀 주춧돌에 피 맺힌 탄식은
궐 안 붉은 매화 화르르 서릿발로 박혔다
홍살문 위 빈 하늘가엔
바람만이 휑하고 곧게 뻗은 용마루로
내려앉은 팔작지붕 끝이
하늘로 오르려 날개깃을 세운다
내삼문 앞뜰엔 빈 손 마다
하늘 맛 나는 홍시 내놓는 중봉선생
도포자락이 가을처럼 선선하고
쓸쓸한 시비만이 겨울로 긴 그림자 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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