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스더 시집 『고향』 발간
이 에스더(본명 이옥분, 목사) 시인의 첫 시집 『고향』은 나고 자란 곳으로서의 고향, 현재 살고 있는 터전으로서의 고향, 그리고 종교적 초심으로서의 고향을 일컫는다. 또한 자신을 양육하느라 희생하신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정서도 고향과 닿아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이 10여 년전에 제주도에 정착하고, 그 곳에서의 삶과 지향이 작품에 녹아 있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시인, 종교적 염결성을 추구하는 시인, 음악 선교로 행복을 찾는 시인, 이 에스더 시인의 삶이 작품에 투영되어 1권의 시집에 담겨 있다.
* 서평
--이 에스더 시인의 시집 『고향』을 첫 작품부터 읽으면서 맑고 정갈한 시심에 동화되었습니다. 시어가 어렵지 않아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어서 그랬겠지만, 작품마다 순수한 동심이 내재되어 있었고, 때로는 신앙의 신비와 성령의 충만함이 가슴에 전달되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경험하였는데, 이와 같이 감동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학과 예술의 본령(本領)일 터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에스더 시인의 작품은 가끔 필자를 미소 짓게 하였으며, 때로는 빈 가슴을 채우는 듯한 충만감에 젖도록 작용하였습니다. 한 작품씩 감상하던 중 「그리운 벗」에 이르러 상쾌한 전율이 밀려왔습니다.
산에는 꽃이 피고
시인의 가슴에도
꽃물이 든다.
―「그리운 벗」 전문
3행의 단형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1행의 <산에는 꽃이 피고> 다음 행에는 ‘00에는 00하고’가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산에 피어 있는 그 꽃을 바라보며 시인은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린 듯합니다. 그들과의 추억을 되살리며 시인의 가슴에 벅찬 그리움이 생성되었을 터입니다. 그리움은 산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어지고, 이는 다시 ‘꽃물’로 승화됩니다. 그래서 산에 꽃이 피면 시인의 가슴에는 꽃물이 들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살고 있는 터전을 아름답게 생각하지만, 이 에스더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도를 특별히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오솔길/ 흙 내음/ 고요한 평화/ 새들의 노래>는 물론 노루가족도 산책을 나오는 ‘에덴’과 같은 곳으로 묘사합니다. 그 노루들과 <후미진 산모퉁이/ 돌아가도록/ 동행>하는 깊은 애정을 작품에 담습니다.
--리헌석(문학평론가, 문학사랑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