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장교 임관식에서 국방부장관상 받은 류창훈 신부
“힘들었던 군생활 되돌아보며 다른 장병들 돕고파”
성소 고민과 어머니 투병 겹쳤던 군생활
주변 신학생과 신부님 덕분에 힘 얻어
당시의 감사함 잊지 않고 베풀고 싶어
올해 군종장교 임관식에서 국방부장관상을 받은 류창훈 신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받은 감사함을 군대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군종교구 경기도 연천 육군 제5보병사단 열쇠본당 주임 류창훈 신부를 처음 본 느낌이다.
류 신부는 지난 6월 26일 군종장교로 임관해 7월 1일 육군 제5사단에 전입신고를 했다. 군종신부로서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새로운 사목에 대한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는 시기지만 류 신부는 말로 표현하기 전에 짧게 깎은 머리로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류 신부는 4월 23일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 제78기 군종사관 후보생으로 입교했다. 입교 동기 신부는 모두 18명이었다. 류 신부를 본래 알고 있던 신자들이라면 입교 당시 류 신부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길게 기르던 머리를 삭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리캉을 이용해 스스로 깎았다. 바리캉으로 자른 뒤 면도기로 완전히 밀었다. “머리에 쓰던 시간과 신경을 조금이라도 줄여 새로운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학생군사학교에서 5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동안과 이어 충북 영동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4주간 군종장교에게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는 동안, 교관들에게 “법사님”(불교 군종장교)나 “스님”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류 신부는 올해 군종장교 임관식에서 최고상인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군장병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군종신부에게 임관식에서 받은 상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류 신부 역시 “제가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78기 군종사관 후보생들의 분위기가 좋아 다 함께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수상의 영광을 동기들에게 돌린다”면서 “상을 받겠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창훈 신부가 6월 26일 충북 영동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열린 임관식에서 계급장을 수여받고 있다.
류창훈 신부 제공
류창훈 신부(앞줄 왼쪽 세 번째)가 임관 동기 신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류창훈 신부 제공
중요한 것은 군 내에서 가톨릭 선교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류 신부는 “두 달 동안 군종목사님들, 법사님들과 교육 받았고 함께 조를 이뤄 조별 과제 수행도 했는데 내가 열심히 안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군종목사님들과 법사님들이 부임한 부대에서 가톨릭에 대해 좋게 말할 리 없고 가톨릭 선교에도 도움될 리가 없다”고 밝혔다. 군종장교들은 부대 내에서 신자, 비신자 장병 모두를 사목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신자나 타 종교 장병들이 가톨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류 신부가 임관식에서 국방부장관상을 받은 것은 훈련 기간 중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이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군사목에 원의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생 신분으로 2009년 논산 육군훈련소에 첫 입대한 류 신부는 육군훈련소에 남아 조교(분대장)로 군생활을 했다. 훈련병들에게 훈련시범을 보이고 일과 후에는 훈육을 담당하는 임무였다. 류 신부는 “군생활 즈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사제의 길이 맞는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하필 군생활 중에 어머니께서 암에 걸리셔서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 때 육군훈련소 연무대본당 주임이셨던 박근호 신부님, 김성현 신부님 그리고 다른 교구 신학생들이 저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받은 감사함을 군대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지난해 군종신부 자리가 생겼고 출신교구인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가 류 신부의 사목 지향을 기억하고 군종교구로 파견했다.
류 신부는 “7월 26일 주일 제2독서 중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가 저의 서품 성구”라고 소개하며 “군생활 때 어려워 보고 도움 받아 본 사람이 힘든 사람을 알아보고 도와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하느님께서 군생활의 어려움을 이렇게 군종신부로 살아가라는 좋은 일로 만들어 주셨다”고 고백했다.
류 신부는 ‘요즘 군대 편해졌다’는 말에 대해서는 “시대가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도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받는 존재여서 나와 남의 고통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가 군대에 두 번째 와서 군종장교 교육을 받을 때 간식을 챙겨 주신 군종신부님들과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며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에 신자들의 많은 후원도 요청했다.
류 신부는 오늘도 열쇠본당과 대마리·상승·내산리·인덕공소 미사 봉헌, 5사단 예하 연대 취사장 방문, 군사경찰대대 수용자 위문, 사생관 교육 등 분주한 군종장교 직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