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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별세, 시민들 글‧사진으로 애도하고 추억나눠
2001년 고양시민회 주말가족농장. 오른쪽 고 김민기 선생, 가운데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사진제공=이은영]
[고양신문] “오래된 사진을 올려본다. 동네에서 같이 주말농장 할 때 둘러앉아 막걸리도 마시고 그랬다. 2001년이니 모두 젊다.
나는 술안주꺼리도 만들고 두 아이도 보고 그랬지. 그때 내가 선생님께 사인해달라고 그랬는데. 선생님은 안하겠다고 그러셨다. 그때 얼굴 뵙고 술도 같이 마신 건 정말 영광이었다.” -이은영
“2008년 8월경 이백천 선생님 모시고 호수공원 석양음악회 공연할 때 호수마을 사시는 김민기 형님이 자전거 타고 마실 나오셔서 제가 찍은 사진이 있네요. 아흔이 넘으신 이백천 선생님도 살아계시는데 왜 이리 급하게 가시는지. 동시대에 같이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호운
2008년 호수공원. [사진제공=강호운]
“위암 발병 소식을 듣고 몇 차례 안부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번 뵙고 싶다, 했는데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총총히 가셨네요. 2년여 전쯤 원당 공연장에서 수척한 얼굴 뵌 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김민기 선생님, 우리 어린이들을 사랑해서 ‘아빠 얼굴 예쁘네요’ 같은 탄광촌 이야기부터 아이들의 삶과 웃음을 담은 ‘고추장 떡볶이’ 등 감동깊은 어린이극을 만들어 주셔서 더없이 존경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산외곽 주말농장에서 만날 때마다 조금도 유명인 행세하지 않고 친근한 민기형이 되어주셔서 참 따뜻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최창의
[사진제공=최창의]
“김민기님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아침 밖에는 비가 내린다. 그분이 살았던 시대는 대서인 오늘처럼 타는 목마름이었고 대한처럼 혹독한 추위였다. 그렇게 70년 ~90년 김민기님과 함께 한 세대는 격랑으로 출렁거렸다. 김민기님은 돌아가셨다. 그가 남겨준 시대의 위로와 낮은 곳에서부터 함께 했던 바름은 사랑의 속삭임이 되고 노래가 되고 성명서가 되어 거리에 휘날렸던 기억을 선물한다. 그래서 따뜻했고 그래서 외롭지 않았던 우리의 마지막 의지가 떠나가는 날 청승맞게 장대비가 내린다.” -이재준
“1990년대 고양시민회에서 운영하던 주말농장에서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던 중 선배 노래 얘기가 나온 김에 당시 임재홍 부회장과 노래극 ‘공장의 불빛’ 수록곡을 주섬주섬 완창했더니 갈수록 동그래지던 선배의 눈동자가 선합니다. 후배들 눈초리 무서워 잘 살아야겠다는 덕담성 다짐도 함께 해주셨죠. 그리고 그렇게 사셨고요. 늘 처음을 만들고 조용히 뒤를 지키며 평생을 살다 간 선배님, 애쓰셨습니다. 저 세상에선 좀 편히 쉬십시오. 쉬다가 심심하면 거기서도 길 미리 닦아놓아주시면 더욱 좋고요. 곧 찾아갈 좀 덜떨어진 후배들을 위해.” -이춘열
‘아침 이슬’의 작곡가이자 연극 연출가, 소극장 학전을 만들고 이끌어왔던 김민기 선생이 21일 세상을 떠났다. 지병인 위암이 악화되어 20일 병원으로 옮겨진 후 다음날 오후 8시26분 별세했다. 학전은 재정난과 김민기 선생의 건강악화로 올해 3월 문을 닫게 되었다. 이 사연이 SBS다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로 만들어지면서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생전에도 남앞에 나서지 않고, 인터뷰 등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김민기 선생은 조용히 고양시민으로 호수공원 등을 산책하며 전 고양시민회 이영문 대표,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 등 소수의 지인들과만 연락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민이었던 선생은 고양시민회 회원으로 90년대 초부터 2001년도까지 산황동 주말가족농장을 함께 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회 가족농장에는 이인용 MBC 앵커, 이은홍 만화가, 유재찬 전 고양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최근 이영문 전 고양시민회 대표는 당시의 인연으로 최근까지도 김민기 선생과 인연을 맺어 왔다.
이영문 대표에 이어 고양시민회 대표를 맡았던 최창의 전 의원은 “당시 주말농장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동네, 세상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김민기 선생님은 제가 회장일 때 2년 정도 더 주말농장 나오다가 친분 깊던 이은홍, 신혜원 화가 부부가 제천으로 귀농하면서 그만 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