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삶은 옥수수를 좋아하시더라.
등산, 비가 내린 직후엔 대상 산과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산(肉山)이냐 골산(骨山)이냐에 따라 등산로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우량이 많을 경우 육산 점토 길은 질퍽거리고, 골산 사토 길은 괜찮으나 바위는 미끄럽다.
비가 적당히 내린 다음엔 육산이나 골산 둘 다 등산로 컨디션이 좋다.
어제 14시부터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 대입수시설명회’에 참석했다.
13시 30분까지 설명회장에 들어가려고 맘먹었기에 12시 30분까지 하산을 완료해야 했다.
검단산은 육산이라서 ‘등산화를 삼키는 등산로가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하고 우려(憂慮)했다.
불암산은 코스를 잘 잡으면 예정된 시간 내에 산행을 끝낼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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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41분에 집을 나서면서 검단산과 불암산 중 어느 산으로 갈까 저울질했다.
또한 간혹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어 등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불암산을 오르기로 결정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10시 43분에 상계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곧장 불암공원 쪽으로 갔다.
그리고 다람쥐광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유해 11시 38분 정상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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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방 전경은 비구름이 가리고 있었다.
정상에 인접한 다람쥐광장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14시에 시작하는 입시설명회에 늦지 않기 위해 정상에서 잠깐 머무르다가 곧바로 내려왔다.
깔딱고개를 11시 56분에 지나갔고, 12시 33분에 상계역 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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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에서 내려 한양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점심으로 옥수수 빵을 먹었다.
빵 한 개를 한양대병원을 지나갈 때까지 먹었을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씹었다.
이번 주에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 일정을 잡을 것이다.
할머니를 뵈러 가야 했기 때문에 입시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체육관에서 나왔다.
16시 30분 워커힐실버타운에 도착해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할머니 방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체위를 좌우로 번갈아 변경시키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할머니 곁에서 <저항 안내서(하랄트 벨처)>를 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이동 작은아빠가 들어왔다.
작은아빠는 강원도산 찰옥수수(삶은 옥수수 2개 포함)와 유기농 두유 두 팩을 가져왔다.
작은아빠는 아빠에게 옥수수 생것 묶음을 가져가라고 했다.
아빠는 배가 고팠던 차에 삶은 옥수수 한 개를 두유와 함께 먹었다.
아빠가 옥수수를 먹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겼다.
할머니께서 옥수수를 달라고 하셔서 하나를 잘라 그 가운데 작은 것을 할머니께 드렸다.
할머니께서는 맛있게 잡수시면서 누가 가져갈까봐 자꾸 봉투째 숨기시곤 했다.
작은아빠와 아빠는 웃으면서 할머니께 아무도 안 가져가니까 숨기지 말라는 말씀을 드렸다.
여태 할머니께서 삶은 옥수수를 이렇게 좋아하신 줄도 모르고 지냈다.
할머니께서 음식을 드실 때는 틀니를 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할머니께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는 바나나, 황도, 홍시 같은 말랑말랑하고 달짝지근한 과일만 드렸다.
요 근래 들어서는 황도나 바나나도 좋아하지 않으셨다.
할머니 방을 나서기 전에 바나나와 잡수시다 남은 옥수수를 냉장고에 넣어뒀다.
요양보호사님께 간식으로 옥수수를 꼭 챙겨드리라는 부탁을 드리면서.
근무조가 바뀌어도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면 좋겠다.
할머니께서 옥수수를 즐길 수 있도록.
할머니께서 말씀을 못하시니 걱정이 된다.
아빠는 할머니께서 식사를 마치면 정리정돈을 한 후 항상 시편 1편과 23편을 읽어드린다.
목회하느라 바쁜 전주 작은아빠가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들도 휴가를 나와 할머니께 들르면 그때마다 읽어드려라.
할머니께서 끝나는 것을 아시고 ‘아멘!’을 외칠 수 있도록 편마다 끝 어절은 길게 빼야 한다.
할머니께서는 아들 얘기만 나오면 늘 환호하신다.
할머니께서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고 있겠지?
대한민국 모든 장병들과 함께하는 태풍부대 육군 28사단 상병 김0, 오늘도 화이팅!!!
첫댓글 어머님께서 건강상태가 하루속히 좋아지시길 기도합니다.
삶은 옥수수 어머님이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죠.
늘 멋진 에릭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놀랐습니다.
불효자였습니다.
금주 한 주간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옥수수가 딱 시즌이죠 ㅎ
어머니 챙기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인수인계까지 신경쓰시는 철저함^^
고맙습니다.
우리는 모두 웃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요.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이십니다!
광석님!
좋아하는것들 하고싶은것들 먹고싶은것들!
축복받으셨습니다!
화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입니다.
내일(아니 오늘)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좋은 꿈 많이많이 꾸시길 바랍니다.
다정다감한 가정사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동생과 나이차가 열두 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일 때도 있습니다.
저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만요.
편안히 주무시길 바랍니다.
삶은 계란에서 삶은 옥수수로 바귀었네요.
강원도 옥수수 참 맛있는데 뭐라 말할수도 없고 일단한번 드셔보세요~~~~
고맙습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