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겨울 바다-김남조
겨울바다
ㅡ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의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소망의 새도 죽고 사라진 겨울 바다
사랑의 진실마저도 얼어버린 겨울 바다
그 앞에서
불과 물이 허무와 새 힘으로 싸울 때,
언제나 약이 되는 건 시간
한 없이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를 다독인다.
기도로 남은 날을 채우며
더욱 뜨거운 기도로 살아갈 힘을 얻고자
겨울 바다 앞에서, 인고의 기둥 앞에서
그렇게 한없이 끄덕이며 소망한다.
■ 실의에 빠져 살아갈 힘이 없을 때 겨울바다에 가본 적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이라는 바다를 쉼없이 혜엄쳐 나가는 일이다.
짙푸른 몸 자체가 웅변인 바다, 때론 잔잔하게 꿈꾸는 바다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발끝으로 쉼 없이 숨을 쉬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겨울바다 앞에서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도 겨울바다와 같다. 소망의 새도 진실함도 사라진 이 바다!
“언제나 약이 되는 건 시간... 더욱 뜨거운 기도로 살아갈 힘을 얻고자 겨울 바다 앞에서, 인고의 기둥 앞에서 그렇게 한없이 끄덕이며 소망한다. ” 는 시인의 말이 우리모두의 가슴에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입춘 지나 춘삼월이 저만치 다가온다.
아직 시린 몸 뒤척이는 겨울 바다도 머잖아 봄의 옷을 갈아입을 것이라고 그렇게 끄덕이며 봄은 다가오고 있다.
김남조 시인 /
1927 대구 출생
1950년 <연합신문>에 시 '성숙', '잔상'을 발표하며 등단
제25회 김달진문학상 제11회 만해 문학상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