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에 이어 이 사진을 보면 남편과 제가 가위 바위 보에서 누가 이겼는지
알겠지요.
남편이 이겼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단지님 댁과 우리는 만나면 정말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럴 때만 남편은 국회로 보내야 합니다.
농사에 대하여 농민을 위하여~
단지님이 담은 포도와 양파와인을 한잔씩 나누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새롭게 배워 온 것도 많구요.
특히 이번에는 청국장 쉽고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워 왔습니다.
단지님댁 마당 겸 정원 입니다.
마당과 정원이 같은 개념이라도 오늘은 이렇게 나누어 쓰고 싶습니다.
마당한켠에 잘 자라고 있는 여러가지 화초 중 오늘 제 일기 사진에 올라 가는 영광을 얻은
화초는 이 보드랍게 생긴 바위채송화를 닮은 것 인데요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여러가지 사진이 많은 관계로 한가지만 선정 하였습니다.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까 솔숲에 예전에 왔을 때 못 보던 정자가 하나 생겼습니다.
거기 편히 쉴 수 있는 요런것도 있어서 누워 보았는데 참 편하고 좋았지요.
캄보디아에 갔을 때 이것이 10달러를 했는데 엄청 비싸게 느껴져서 안 사왔더랬는데
두고두고 후회를 했습니다.
하나 사서 마당 한켠에 달아 두었더라면 하구요.
막 아침해가 떠 오르는 솔숲이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거기에 누워 편하게
아름다운 장관들을 바라 보았습니다.
집에서는 왜 그게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집에서는 먹지도 않는 아침을 숲에서 먹는 중입니다.
그것도 아침 일곱시도 안된 시간에 삼겹살을 먹는 중입니다.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해서 고기를 구어 먹자고 하시는 것을
서로 만사 다 귀찮아서 저녁은 나가서 사 먹기로 하고
면소재지에 나가 사 주시고
아침부터 그걸 구어 먹는 중입니다.
어제 저녁에 보니까 이렇게 생긴 것이 있었습니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고기 구어 먹을 때 쓰이는
짚 번개탄 입니다.
유기농 볏짚으로 만들어서 한살림에서 판매 한다는군요.
단지님이 한살림에 가셧다가 신기해서 사 오셨다는데 저도 이런것은 궁금해 못 견디는
사람이라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어 먹는 중입니다.
짚 번개탄은 처음에 피우기가 좀 까다롭기는 한데 한번 불이 붙으니 화력이 아주 좋아서
삼겹살 두세근은 너끈히 구울 수가 있겠더군요.
짚불 냄새가 샥~ 감도는 것이 고기가 아주 잘 구어졌습니다.
그래서 단지님네는 생전 처음으로 우리는 생애 두번째로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손님 아닌 손님인데요.
손님 접대 하기로는 고기 굽는 것 만큼 쉬운것이 없습니다.
오늘은 손님 입장이 아니고 그냥 우리집 입장에서 고기는 있는 채소와 장아찌류 한두가지만 있으면 되니
서로간에 편한 것입니다.
단지님이 된장찌게와 어묵볶음을 하고 저는 주위에서 왕고들빼기를 몇개 꺽어서
고추장과 매실효소를 넣고 조물조물 하고 깨만 뿌렸습니다.
참 저 초록색 나는 반찬은 풋고추인데 풋고추를 다져서 들기름 넣고
소금 간해서 살짝 볶았는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침부터 밥 한그릇 다 먹구요.
단지님이 카페라떼 만들어 주셔서 마시고......
누가 보면 놀러 온 도시사람 인 줄 알겠어요.
지금은 완전 농삿꾼인 단지님 내외분도 고향으로 처음 귀농하셔서는
얼마나 얼띠기 농부였는지 포도 알갱이 따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주위에 물어 보니까 60-70알만 남기고 다 솎아 주어야 한다하여
종일 매 달려서 하나, 둘, 셋 ......칠십 요렇게 새어서
솎아 주었다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깔깔깔 웃으며 옛날 우리가 귀농하여 만난 어떤분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처음 귀농하여 고추농사를 하기로 하고 고추를 심었는데
분명 자기는 고추가루용 붉은 고추를 사다가 심었는데 파란고추가 달리더랍니다.
속으로 에이 속았다 하고서는 다 뽑아 버렸다는 어떤 사람 이야기요.
단지님이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곧이곧데로 배워서 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가지를 잘도 응용해서 저도 잘 배워서 쓰고 있지요.
더군다나 두 분은 상주시 귀농멘토링 역할을 잘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단지님 댁과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돌아 올 때는 갈 때와 다른 길을 달려 왔습니다.
들녘은 벌써 입추를 지내서 그런지 가을색이 나는 것 같습니다.
무심히 가다 보니 길 옆으로 넓은 면적의 연꽃단지가 갑자기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게 뭐지?
남편과 저 동시에 궁금해 졌습니다.
차를 돌려 거꾸로 달려가서 내려 가 보니 생각지도 않은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 공갈못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 공갈못은 만든연대가 삼한시대로 추정한다고 하니 1400년 정도나 되었답니다.
우리나라 인공못이면서도 그 규모가 세계적이라고 하구요.
지금은 많이 축소가 되었다지만 그래도 꽤나 넓은 규모의 습지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수문도 참 오랫만에 보는 옛날것이네요.
그 시대에 한 것은 아니겠지만 참 오래된 느낌이 정겹습니다.
엄청난 규모지요.
오래 묵은 것들도 있고 새로 올라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연꽃들도 많았습니다.
남편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참 깨끗하고도 고귀해 보이는 연꽃들을 감상하였습니다.
아쉬운 것은 연못에 물이 많아서 밖에서만 감상을 하니
그 향이 어떤지 맡아 보질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보니 연꽃이 정말 키가 크더군요.
거의 모두 다 남편 키 보다도 더 컸습니다.
물이 아니라면 저 사이를 산책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제가 잠자리가 되어 저 연꽃위를 마음껏 날아 다니고 싶었지요.
말이 필요 없는 연꽃의 모습들.....
햇살이 뜨거워서 남편은 연잎 하나 얻어서 모자 대신 썼습니다.
연잎도 무척이나 연해서 아주 쉽게 꺽어졌습니다.
남편이 쓴 것은 꺽인 것을 얻어서 작은편이고 큰 것은 양산이나 우산만 한것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소리를 죽이고 사진을 찍느라 집중하기에 보니
수련단지에는 물닭이
연꽃단지에는 쇠물닭이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주둥이가 빨간 쇠물닭의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키가 작은 수련단지에는 색색의 수련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그 뿐만이 아니라 수염가래, 보풀, 자라풀 등의 수생식물들도 꽤 여러가지가 있었죠.
그렇게 생각지도 않은 옛 연못 공검지 공갈못을 만나 보았습니다.
말이 1400년이지 그 년대는 얼마나 오랜 세월일까요.
그 때의 사람들은 이런 세상이 있을까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
공갈못은 잠시 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