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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아이디어를 상사들에게 보여줄 때 꼭 듣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광고가 있는지라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으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이겠죠.
자사가 만든 자동차를 ‘불량품’이라고 해서 크게 성공한 폴크스바겐의 광고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특히 모델에 대한 ‘역발상’ 광고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광고는 브라질의 한 광고회사에서 만든 면도기제품 광고입니다. 면도기 광고에 여자 모델이라…. 일단 재미있지 않습니까? 깎아놓은 사과처럼 잘 생긴 남자모델이 나오는 면도기 광고는 너무 많이 봐 왔으니까요.
다음 순간, 너무도 섹시하고 당당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서 ‘왜 하필 여자일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남자친구의 면도기에 너무 만족해하는 여자들의 증언일까요. 아니면 여자가 써도 될 정도로 섬세한 면도기라는 걸까요. 어쨌든 카피를 보지 않고도 많은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 광고는 확실히 역발상에 성공한 광고 같습니다.
그런데 보일 듯 말 듯하게 작은 캡션에 달린 그녀의 이름이 제 눈을 의심하게 합니다. ‘데이비드 24세’. 여자 이름이 데이비드일리는 없고….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여성, 아니 총각이 게이라는 말인가요?
이쯤 되면 무릎을 칠 만합니다. 제작자는 한번의 역발상으로 만족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 면도기를 쓰고, 여자보다 더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하라!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한 화장품 회사가 트랜스젠더 하리수를 모델로 써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또 생리대 광고에 남자가 출연하기도 했었지요. 이처럼 재미있는 역발상은 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가 무슨 생리대 광고!’라며 광고주가 도리질을 했을 아이디어가 가능한 걸 보면 우리 광고계도 참 많이 변했나 봅니다. 저는 이 유쾌한 행진을 계속 지켜볼 작정입니다.
박희진 오리콤 캠페인3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