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등 비상시 수송대책의 역발상 - 전 열차의 급행화

[Techno_H]

내용 자체는 아주 오래 전에 올렸던 글의 재탕이긴 합니다만 한번 더 올려봅니다. ^^:;

이번에 철도공사에서 내놓은 파업 대비 전동열차 운행계획을 보면 청량리-덕소간 전철의 경우 배차시격이 30분으로 늘어나는 등 파업이 열차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가져오게 될 것임은 틀림 없어 보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그나마 이 정도까지 운영이 된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번에도 급행열차 운행이 거의 전면 중단된다는 것입니다. 경부선급행은 2회로 줄고 경인선급행은 52회(4분의 1)로 줄어드는 등입니다.

사실 파업시에는 완급 결합 등 정상적인 다이어그램 운용이 불가능하다 보니 급행전철 같이 신경쓸 곳이 많은 경우는 대개 운행이 완전히 취소되고,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는 완행 위주로 열차를 돌려 오고 있지요. 아마도 그것이 당연한 선택으로 보이겠지만... 발상을 뒤집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방안 : 파업기간 중 일부 역의 영업 중지 및 대부분 열차의 급행화.

(1) 급행열차는 열차 / 승무원의 회전율을 향상시킨다

제한된 수의 기관사로 최대한 많은 편수의 운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해결과제라고 하면. 차량과 기관사를 "빨리빨리 돌리는 것" 이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천안의 편도의 경우 완행이 2시간. 급행이 1시간 20분 걸린다고 합니다. 왕복하는 승무사업이라면. 완행은 4시간. 급행은 2시간 40분이므로. 급행 쪽이 1시간 20분 일찍 승무를 종료할 수 있습니다. 좀더 명확하게 설명하면, 완행 사업을 부여받은 승무원이 서울-천안간을 2회 왕복하는 시간 동안. 급행 사업을 부여받은 승무원은 서울-천안을 3회 왕복. 요컨대 한탕 더 뛸 수 있다는 의미로.

만약 서울-천안간의 모든 열차를 전면적으로 급행화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평시 대비 66%의 인력만으로 평시와 완전히 동일한 운행편수와 배차시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2) 늘어진 배차시격을 빨라진 운행속도로 보충한다.

게다가 급행위주로 고속운행을 하게 되면 열차 운행속도가 빨라져, 평소보다 길어진 배차시격을 차내에서 벌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부차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분당선 (RH 4분, NH 7분시격으로 운행) 을 한번 예시로 들어 구체적인 계산을 해보면

선릉-오리간 25.1km를 완행으로 운행하는 데는 본래 46분이 소요됩니다. (32.74km/h) 파업기간 중에는 다음 역들의 영업을 중지해볼 수 있겠습니다. (역간거리 등만 고려해서 일단 무작위로 선정했습니다.)

한티, 도곡, 구룡, 개포동, 대모산입구, 복정, 태평, 이매, 수내

위 9개 역의 영업을 중지 / 승강장을 폐쇄시키고. 이들 역을 고속통과하면 역당 1분씩. 선릉역까지 약 10분 정도의 시간단축을 통해 36분 정도 (41.83km/h) 에 주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파업기간 중에는 RH 10분, NH 20분 시격으로 배차시격이 각각 6분과 13분 늘어난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열차가 전면 급행화되어 평시대비 10분 빨리 운행해 준다면 이렇게 늦어진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 수가 있는 것이죠. 오히려 오리->선릉을 이용하는 분당선 최장거리 통근자의 경우. 평상시보다 2~4분 정도 먼저 선릉역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3) 예상되는 문제점

물론 이렇게 운영을 하게 되면 급행 정차역에서의 서비스 수준은 평시와 비슷하게 유지가 되겠지만, 반대급부로 열차 정차편수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개중에는 아예 열차가 한 편도 서지 않는 역이 여럿 생겨나기는 할 것입니다. 이런 역의 승객들은 열차가 서는 역까지 버스, 택시 등 대체연계교통편을 타고 들어가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1) 곧이곧대로 완행만 운행한다고 해도, 어차피 배차시격이 상당히 길고

(2) 콩시루 지하철을 타는 불편이 있기는 마찬가지인 데다.

(3) 또한 파업이라는 것은 한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 정 시급한 경우에는 가까운 정상영업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추진해볼 수 있습니다. (가끔 사고가 나서 열차운행이 어려워지면 하고 있듯이)

무엇보다도 '다같이 죽자' 보다는 한정된 자원이나마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한 최대한의 전체 편익을 추구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은가 생각 됩니다.

PS > 물론 가장 훌륭한 대안은...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 것입니다. ^^

[TSR★러시아!]

제가 생각 못한 좋은 제안이라 봅니다. 버스와 연계성이 강하면서 수요가 적은 역을 우선 통과시 하여야 할듯 합니다. 수요 많은 경인선이라 하여도 일부 역 같은곳은 조건을 봐서 통과해야 할듯 합니다.

[DL-7234]

저도 어느정도 찬성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에 급행열차가 운행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급행은 완전히 운행중지가 되었지요)

[K125 양정역]

급행은 주로 주박차들때문에 운행중지가 불가피 했던걸로 알고 있는데(뭐 맘만 먹으면 충분히 운행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급행이 운행되긴 하는군요. 님 의견에는 적극 동감하는 바입니다.

[대화급행]

찬성합니다

[서재희]

와!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일어나더라도 이렇게 대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DL-7234]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출퇴근 시간에는 급완 1:1 또는 2:1로 운행하고 출퇴근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전 노선에 급행열차만 운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럴경우 대피선이 없는 노선이 문제가 되겠지만.... 파업시 배차간격이 길다보니 어느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