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세대들은 동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린시절 저의 우상은 단연 게르만 전사들
이였고 퍼스트 초이스 역시 독일 전차군단이였습니다. 왜냐면 당시만 해도 그들이 최강의
전력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잠시 90년대로 회상해보면 90'이태리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득점왕이었던 스킬라치와 38살의 늦은나이에 황혼기를 맞은 로저 밀러, 바람을 타고 등장한
카니자, 월드컵 최초 헤딩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스쿠라비, 아르헨티나의 골리 고이고체아,
천재 미들필더의 등장을 알린 폴 개스코인 등을 들 수 있지만 대회의 메인 하이라이트 필름
을 장식한건 베켄바워가 지도한 독일(서독)팀이였습니다. 마라도나 중심의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만난 서독에게 비참하리만치 무기력했고 반대로 이는 서독의 전력이 얼마나 강했
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기억이 진하게 남는 94'미국월드컵에서 전차군단은 전 대회에 비해 부진한 성적이였지만
로베르토 바조의 환타지함과 베베토의 아기자기함, 게오르게 하지의 마법보다 그들의 투박함과
파워가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필드를 서서히 조이며 경기를 지배하는 그들의 플레이스타일과
관록이 묻어나며 경기를 압도했던 그 힘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마치 전차의 톱니바퀴처럼
계산되어진 듯한 패스웍과 결국 그 패스의 종착역에 위치해있던 위르겐 클린스만이나 리들레의
깔끔한 피니싱은 당시 한국팀을 응원하던 나에게 공포감마저 느끼게 해주었던...
Cleans Man 이라 불리며 그야말로 결정력의 극치를 보여줬던 위르겐 클린스만,
그와 짝을 이루며 위협적인 공간침투과 저돌성의 진가를 발휘했던 루디 푈러,
앞선 두 스트라이커와 훗날 등장하는 헤딩머신 비어호프 사이에서 큰 빛을 보지못했지만
자국리그에선 이름을 드날렸던 하인츠 리들레.
90년대 독일 축구의 핵심이었던 게르만의 혼이자 전차군단의 총사령관 로타르 마테우스,
그와 함께 베켄바워의 뒤를 이었던 위대한 리베로 마티아스 잠머,
어딜가든 악역대접을 받았던 특유의 광끼와 천재성으로 대변되는 마리오바슬러,
바슬러의 절친한 친구이자 비슷한 길을 걸었던 문제아 정통 카리스마 에펜베르크(말년을 둘다 카타르에서 보냈던)
뛰어난 스피드와 몸놀림으로 80년대에 황혼기를 보냈던 특급윙어 리트바르스키,
그 시절 지존의 데드볼스페셜리스트였던 윙백 안드레아스 브레메,
과연 독일선수가 맞나하는 의문이 들게했던 사나이로 놀라운 발재간을 갖춘 독일이 배출한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작은 거인 토마스 해슬러,
에페와 함께 전차군단 중원을 지배하던 그라운드의 모짜르트 안드레아스 뭘러,
90년대 초중반 세계적인 수문장중 하나였던 일그너, 안정감있는 디펜스라인을 구축하던 콜러와 헬머,
독일인에게 사랑받으며 천재수비수로 평가받은 부흐발트 등등...
실없는 소리지만 이들의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들의
존재는 나의 머릿속에 언제나 환상의 인물들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부질없는 짓
이지만 90년대 초 독일과 현재의 브라질 혹은 90년대 말 프랑스가 맞붙으면 어찌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설사 독일이 진다거나 전력이 떨어진다 해도 실망하거나 그런일은 없습니다. 그들은
어찌됐건 영원히 나의 머릿속에 최고로 남아있고 잊을 수 없는 레전드이며 어린시절 소중한
추억의 인물들이니까요. 훗날 나의 아들이 당신이 여태 본 팀중 가장 강한 팀이 어디였나고 가령
나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90년대초 독일이라고 말할 듯 싶군요^^ 다만 우리 세대가 죽은 뒤
후세 사람들이 마테우스 시절의 독일이나 지단이 이끌던 프랑스같은 팀들을 잊지 않고 꾸준히
기억해주길 바랄 뿐.
-이 글의 비하인드 스토리-
"다가오는 월드컵은 독일 홈이니 유력한 우승후보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요 얘기를 원래 주 논지로 할려고 했는데 서두부터 다짜고짜 옛날얘기를 하다 끝나
버렸네여 ㅡ.ㅡ
한때 독일을 좋아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내년에 좋은 성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서술할려고 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논지가 많이 흐트러졌군여.
거두절미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독일이 부활의 새역사를 썼으면 합니다^^
p.s 그리고 디스커스 게시판에 월드컵관련 설문조사해봤어여^^
요즘 글이 뜸하길래 ㅡㅡ;
첫댓글 님께서 열거하신 선수들 중에 모르는 선수들이 아이러니컬 하게도 더 많아 아쉽지만 .. ;; 그 시절 독일이 정말 막강했던 것 만큼은 충분히 알고있고, 클린스만,푈러,마테우스,헤슬러,비어호프등은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 ..
독일이 대단했던건 맞죠. 근데 님 정말 글 잘쓰시네요 ㅋ
클린맨 하니까 리네커가 생각나네요..쌩뚱스럽지만..ㅋ
독일이라...90년대까지 다 좋았는데 포그츠의 지나친 안정중심전력이 결국 이렇게까지 화를 부르고 말았다는...대회가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전력극대화를 위해 어쩔수없이 안정적으로 가는건 이해가 가지만 계속 그렇게하는건 너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독일이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커리어면에서는 유럽 최강입니다
하인츠 리들레->칼 하인츠 리들레...저의 축구인생에서도 특별한 선수들이죠. 전 피에르 리트바르스키의 플레이를 가장 좋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