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는 계책이다.
적의 눈을 속여 판단을 흐려 놓음을 이르는 말이다.
瞞 : 속일 만
天 : 하늘 천
過 : 건널 과
海 : 바다 해
출전 : 삼십육계(三十六計)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손자병법(孫子兵法)과
같은 병법 또는 모략(謀略)을 말한다.
손자병법이 손무(孫武)와 그의 손자인 손빈(孫臏)에 의해
저술된 것과 달리 삼십육계는 누구에 의해
저술된 것인지 모르며 오랜 시간이 흐르며
36가지 모략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삼십육계의 36가지 각각의 모략을
역사상 주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정리하고자 해서 기획된 것이
'소설 삼십육계'이다.
그 첫번째가 '만천과해(瞞天過海)' 편이다.
'만천과해'는 당태종(唐太宗)과 장군 설인귀(薛仁貴) 간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늘을 속이고(瞞天; 여기서의 하늘은 당태종을 의미)
바다를 건넌다(過海)'는 뜻이다.
당태종이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高句麗)를 침공하려 할때
바다에 당도하여 부담스러운 고구려 침략을 철회하려 하였다.
대부분의 자료들이 바다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당의 전왕조인 수나라가 고구려 공략의 실패로
멸망한 것으로 감안할 때 바다 보다도
고구려 공략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고구려 침공의 부담스러움을
바다를 핑게로 되돌아 가려 할때
장수 설인귀가 당태종을 배 위에
마련한 술자리로 유인하였다.
물론 당태종은 자신이 마시던 술자리 장소가
배 위인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설인귀는 그렇게 당태종을 속인 것이다(瞞天).
술에 취했던 당태종이 술에서 깨어 났을 때에는
이미 30만 대군이 바다를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過海).
이는 당태종과 설인귀 사이 뿐만 아니라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모략이다.
열국지(列國誌)에 보면 나중에 춘추(春秋) 시대
두번째 패자가 되는 진문공(晉文公) 중이(重耳)가
열국의 떠돌다 아내를 맞이하여 생활에 안주하게 된다.
진나라로 돌아갈 때가 되었음에도 다시
고생길을 떠나기 싫은 중이는 출발을 미룬다.
이에 진나라에서 부터 함께 떠돌던 신하들이
어느날 술자리를 마련하여 술이 취한
중이를 수레에 실고서 떠나버린다.
중이가 술에서 깨었을 때에는 이미 멀리 떠나와 뒤였다.
소설 삼십육계 1의 만천과해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 무대인 전국(戰國) 시대를
마무리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생부로 알려진 대상인 여불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불위는 진소양왕의 손자 이인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이인이 진의 왕이 되면 자신이 후원했던
물질과 공로를 인정 받아 그에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렇게 결정한 순간부터 여불위는
이인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인다.
이인은 진왕의 손자였지만,
태자인 안국군의 적자는 아니었다.
안국군의 적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그의 여자인 조희를 그것도 임신한 상태에서
이인과 혼인하게 만든다.
즉, 이인이 왕이 될 경우 자신의 아들이 태자가 되고
훗날 왕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후에 여불위의 아들이 왕이 되는데
이 아들이 바로 진시황제(秦始皇帝)이다.
정말 '만천과해'의 모략이 아닌가.
여불위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집중하고 집념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안국군이 왕이 된후 태자를 결정함에 있어
큰 아들 자혜와 자초(이인이 후에 이름을 자초로 바꿈) 간에
활쏘기 시합을 벌이게 하였다.
자혜는 이미 수년간 활쏘기를 연습한 상태였고,
자초는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불위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나 여불위만은 실패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뀌 불리한
자신들의 국면을 전화시킬지를 생각했다.
자초는 이 시합에서 이기고 태자가 된다.
그러나 댓가없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불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의 여자였던
조희를 자초에게 주었는데,
이 조희가 왕후가 된 뒤 다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를 요구한다.
왕후가 재상에게 부부의 관계를 유지하는게 말이나 되나.
씁쓰름하지만 이게 인간의 모습이다.
"내 신세를 졌으니 내가 반드시 받아내고 말겠어."
여불위가 재상이 된 뒤에 장사꾼 출신임에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의 정치를 보면 너무도 쉽게 이해되며,
깨닫는 바가 있다.
그가 보기에 장사와 정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통점이 많았다.
장사와 정치는 모두 적수를 물리쳐 승리를 얻음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이었다.
장사의 의미를 확대한 것이 정치 아닌가?
그러한 여불위가 최후에 자신의 아들인
시황제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죽는 자리에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미 소원성취했다. 그러므로 나는 승리자다.
진나라는 나의 아들의 것이고, 나 여불위의 것이다.
천하를 정복하려던 나의 염원은
나의 아들인 정이 대신해 이룰 것이다.
세상 어느 누가 나 같은 복을 누리겠는가!
나의 생명은 정에게 이어져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면면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
나는 승리자다! 최후의 승리자다!"
승리가 무엇인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승리하였다는 생각이 들까?
위의 생각은 여불위의 생각이다.
소설 속 허구이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며
여불위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에도 늘 무한에 대한 착각 속에서
유한한 꿈을 향해 돌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삼십육계의 정수이며 최후의 일계인
'주위상책(走爲上策)'을 말한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이 없어야 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본문 내용으로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소감을 갈무리 한다.
주위상책(走爲上策),
이것은 삼십육계가 안배한 최후의 일계이다.
모든 성공한 자들도 이와 같은 것이다.
결코 자신의 성공에 홀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도가(道家)들은 음모를 꺼리며
삼세(三世)에 장수가 되는 것을 꺼린다.
또 공로가 크다는 것은 장수가 만인의 해골을 밟고
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까닭에 성공한 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하며,
만약 할 수 없다면 노자(老子)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성신퇴(功成身退)', 즉
"성공하면 몸을 빼라."
이 역시 '주위상책'일 것이다.
만천과해의 구체적인 사례로 삼국시대
태사자(太史慈)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북해 태수 공융(孔融)이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휘하의 태사자는 원병을
청하러 가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었다.
그가 활과 과녁을 휘하에게 들리고
성 밖으로 나가자 성안의 군사나
성 밖의 적병 모두 크게 놀랐다.
태사자는 태연히 말을 끌고 성 가까이에 있는 언덕에
과녁을 세우고 활쏘기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이 끝나자 그는 다시 성안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도 똑같은 자세로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활쏘기 연습을 했다.
그러자 성 밖에 있는 적병 가운데 이를 신기해하며
구경하는 자도 있고,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자도 생겼다.
며칠 동안 활쏘기를 계속하자
적은 이제 그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되었다.
이를 틈타 태사자는 갑자기 말 위에 올라
찍을 휘두르며 비호처럼 적의 포위망을 뚫었다.
적들이 속은 것을 알고 손을 쓰려 했을 때는
이미 그가 멀리 가버린 뒤였다.
'만천과해'의 요체는 이처럼 겉으로 위엄을 내보임으로써
상대방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기만하는 데 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