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내내 현장학습 갈 녀석들의 애간장을 몹시도 태우더니만 반나절이 지나서야 하늘은 겨우 말간 얼굴을 내민다. 우산에 두터운 외투 하나 더 곁들여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난 어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려는 듯이 말이다.
이것저것 준비로 분주한 틈을 타서 남매의 손에 5천 원씩 용돈을 쥐어 준다. 5천 원씩이나? 처음
받아 보는 큰돈에 눈이 동그래져 함박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들녀석에게 누누이 당부를 한다.
“민철아! 친구들이랑 먹고 싶은 것 사서 먹어라. 괜히 엄마 선물 산다고 억지로 참지 말구. 알았지?”
언제부터인가 아들녀석의 나들이 길에는 늘 부모님을 위한 작은 선물 꾸러미가 따라다닌다. 갖가지 향내를 풍겨 내는 앙증맞은 향수, 휴대폰 고리, 은빛반지, 손수건, 볼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하기에 앞서 인간 됨됨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던 담임선생님 덕일게다. 소풍이나 견학을 갔을 때도 용돈이 생기면 맛있는 것
사먹기보다는 부모님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하는 게 훨씬 보람된 일이라고 일러주신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두어 번 하다가 말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세월이 흘러 6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 없는 그 녀석을 보면서 어릴 때 선생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느낀다.
오늘도 엄마는 마중도 나오지 않았다고 투덜대며 들어서는 딸애와는 달리 이마에 삐질삐질 땀방울까지 흘리며 나타난 아들녀석의 손에는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가 들려 있다. 이번에는
엄마를 위한 엄마만의 선물이란다. 가지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선물을 골랐을 고사리 같은 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자꾸만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려짐을 감출 수가 없다. 아들녀석의 두 볼을 어루만지면서 가슴을 타고 내리는 따스한 사랑의 맥이 전해져 왔다. 이런
것이 자식 키우는 보람이구나 싶었다.
“제 아이에게 반듯한 마음의 터를 잡아 주신 선생님!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늘어만 가는 선물들을 보면서 한없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윤태순 / 경북 포항시 두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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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주님도 섬김을 받으려함이 아닌 섬기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구원도 섬기기 위하여..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