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우리집에 유난히 좋지 않은 일이 많았습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축산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수입이 줄었고, 집안에 이런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생겨 마음고생도 참 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동생의 마지막 등록금도 내지 못했던 때였죠.
어느 날, 아버지가 장에서 비쩍 마른 소를 한 마리 사오셨습니다. 잘 먹여 살찌우면 되겠지 싶어
꼴도 베어다 먹이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웬일인지 녀석이 통 먹질 않더랍니다. 그래 얼마 지나면서부터는 되려 풀 한 포기 못 먹고 죽어 나갈까 부모님은 은근히 겁이 나셨답니다. 동네 가축병원에 데려가 봐도 병명을 모르겠다고 해 걱정만 하시다 마지막으로 시내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했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이 녀석 처음에는 사료 한 줌으로 시작하더니 다음날은 한 바가지, 그 다음날은 한 양동이, 그렇게 조금씩조금씩 더 먹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하루에 20Kg짜리 사료 한 포를
다 먹어치울 만큼 먹성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안 먹어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먹이를 좀 줄이면 녀석이 어찌나 처량한 얼굴로 ‘움머움머’ 울어 대는지 마음 약한 두 분 어쩔 수 없이 하루 한 포씩 꼬박꼬박 먹이통에 넣어 주셨지요.
그러던 어느날 아침, 축사에 가 보니 암소 다리 밑으로 뽀얀 송아지 다리가 보이더랍니다. 어미가
너무 안 먹고, 비쩍 말라 행여 죽기라도 할까 거기에만 걱정하느라 미처 새끼 밴 것까지는 신경을
못 쓰셨는데, 고맙게도 뽀얗고 튼실한 송아지를 낳았던 겁니다. 부모님은 그날로 그 송아지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지선이 등록금’
지선이 등록금은 그날 이후 무럭무럭 자라서 정말로 등록금만큼의 어마어마한 금액에 팔렸고, 한참 어려웠던 때 우리 가족은 그렇게 위기를 넘겼습니다.
지난 명절 때 어머니께서 웃으며 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지금에야 이렇게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듣고 있지만, 그때 두 분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죄송하고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에 그 마지막 등록금을 냈던 동생이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했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잊지 않고 우리 가족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현 / 충남 천안시 병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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