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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동인 33인이 시집 '시가 있는 아침'을 창간했습니다. 보통 1인 5편씩 싣기로 해서 254쪽 시집을 출판했어요. 33인이 노래하는 '서정의 향연' 어는 날 문득 첫사랑이 보내온 안부 편지처럼 가슴에 온기로 다가오는 경이와 환희의 시편들 ! 시가 있는 아침 이채 외 33인 지음 도서출판:행복에너지 책값: 15,000원
1. 엄니
그러셔야지요
예순일곱 해 동안
썩은 풀더미 같은 세월 지고 사셨으면
이제 다시 펴시는 세상은
꽃비단 이부자리를 깔으셔야지요백석 천주교 공원묘지
이름부터가 아름답지요
하늘의 문
초등학교 시절
보리밥도 감지덕지 배고팠던 시절
고운 옷 차려입고 나들이할 새도 없이
참기름 망태기 들고 행상, 이집 저집
종일토록 다리품 파셨던 어머니
해 떨어저서야 힘겹게 집에 오셔서
"예야, 다리좀 주물러 다구" 하셨죠.
엄니
얼굴 가득하던 먹구름 씻어내고
햇빛 밝은 웃음 활짝 펴드리려고
하늘의 문 남향 바지 아늑한 곳에
꽃비단 이부자리 펴드린 것 아니것어요유난히 꽃을 좋아하셨지요
내년에 또 봄이 오면
온 산에 꽃들 서로 다투어 피어나서
엄니 시름 풀어 드릴거에요
아버지 산소에 잡풀도 뽑았어요좋아하시는 국화꽃 한 다발이랑
싱그러운 배,감,잘 영근 대추,붉게 물든 사과
집사람이 준비해 왔어요
엄니 며느리가요
약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
엄니
큰놈 축구하다 ,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수술한 지 3개월 지났는데도 뼈가 붙지 않아
걱정이 커요. 뼈 세쪽을 철사로 묶었데요
복숭아뼈 부위라서 잘 붙지 않는다는군요
어쩌면 재수술 받아야 한다니 속이 타요그리되면 직장은 어찌 되는 건지
요즘 며늘아기가 많이 힘들어 해요
내일은 큰놈 집에 다녀와야겠어요.-------------------------------------------
2.벌초
하늘의 문을다녀가는 그대는 누구신가
욕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잡’ 없는 세상이
갈수록 멀어지는 듯합니다.
오나가나 주차 전쟁 험악한 소리
세상은 그렇게 어렵습니다.
하늘의 문 중턱 양지바른 곳
아버님, 어머님 누워계신 자리
무성한 잡초 바람을 타고 있었습니다.
인적 없이 적적한 자리에
잠시 다녀간 사람이
무슨 소리를 들었다 하니
마른풀이 실없다 하겠습니다.
땀삐질 벌초, 아직도 그만한 힘을 주셨으니
부모님 은덕이겠습니다.
큰놈,작은 놈 함께 벌초하기는
30년만에 처음입니다.
맑끔해졌어요.시원하시죠?
사과 배 곳감 송편 포 단촐하게 차려놓고
청주 한잔씩 따라 올리고 꾸벅 절을 했어요
애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홀가분해졌습니다.
앞으로 몇해나 더 잡초를 뽑아드릴 수 있을까요.------------------------
3. 약산 둘레길
항암치료후
다시 일어나 걷는 건
오늘로
4개월만입니다.
약산 둘레길엔
갖가지 나무들이 있어요.개암나무,오리나무,
참나무,소나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생강나무,늬티나무
약산에 나무들만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맑은 공기, 밝은 햇살이 고맙고
예쁜 야생화. 산새 소리,시원한 바람
청량한 약수가 고맙습니다.
약산 둘레길
오늘 따라 매미 소리 우렁찹니다.맘껏 푸르름을 내뿜으며
치유의 손길을 뻗어
나를 감싸주는 나무들을 보면
참 고맙고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는
너희들 한테
물 한 모금 준 일이 없는데......---------------------
4. 수호천사
나를 바라 보는
당신의 눈빛에서
사랑을 읽었습니다.
혈액암과의 사투를 벌릴 때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기나긴 날들 한시도 빠짐 없이
병실을 지켜준 당신
온 갖것을 챙겨주고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내 손을 꼭 잡고
성모님께 매달리며
묵주의 기도를 바쳤던 당신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
피어난 난초꽃처럼
순결한 당신
수 많은 말들로
표현해도 다 못할 고백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당신을 사랑합니다
만월산 천년 바위
태양에 녹아
흙이 될 때까지------------------------
5.시월 장미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나는 보았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목련꽃 향기 흩어지던 그날밤
청순한 두눈은 별처럼 빛나고
백목련 꽃잎 따라 흐르는 엷은 미소
내 가슴에 스며드는 당신의 온기
나는 지키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닫혀진 내마음에 다가온 당신
사랑의 온기가 잔잔히 퍼져
사군자같은 청순함
시월 장미꽃보다 더 고운 자태이어라
출산 중에 죽은 왕비 무무 타즈를 위하여
사자한 환제가 22년에 걸쳐 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타즈 마할
장미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당신
색색으로 피어나는 장미원 뜨락
분수대와 연못이 이웃해 있는 통나무집
아름다운 꿈의 궁전
타즈 마할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
당신께 선물하고 싶소.
첫댓글 아빠가 시를 쓰셨는지는 몰랐네요. 책에도 실리고 멋지군요. 아빠의 엄마에대한(저에겐 할머니) 애정과 연민은 저도 잘 알고 있지요. 아빠에게는 세상 둘도 없을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을 거에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엄마가 그립고 보고싶은건 어쩔 수 없나봐요. 오늘 옆을 한번 돌아 보세요. 아빠에겐 자나 깨나 아빠 걱정 뿐인 또다른 엄마가 있을거에요. 마지막 단락은 시적 표현보다는 편지 형식의 산문같은 느낌이 강해서 좀더 함축적 의미를 지닌 단어로 바꾸면 어떨까 해요.
알겠다. 그리고 가감 없는 지적 고맙다.뒤늣게 보고 댓글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