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보다는 편지
생각해 보니 어머니 한테서 편지 받아본지도, 친구들 한테 편지 받아본지도 어언 한달이 다 지나가는 것 같다.
내게 오는 편지라곤 고작 bank assessment 나 일주일에 한번오는 신문 원고 그정도지.. 대한민국 우표 찍혀 나한테 날라오는건 지금 생각 해보니 별로 안되는 것 같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엄마 한테서도 이메일, 친구들 한테서는 이메일에 그림 file에 이제는 음악까지 file로 담아 주니. 세상 참 좋다. 게다가 메신저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같은 시간 접속중이면 체팅도 가능하니. 서로 프로그램 설치 해놓고 그런게 되니 서로들 신기해 하며 좋아라 한지가 몇 달 전.. 하지만 종이로 받아보면 그리운 친구들 글씨도 볼 수 있고 게다가 짬나면 다시 보고 그러니 좋구만 이메일은 보고 싶음 컴퓨터를 켜 놓아야 하니. 그게 좀 번거롭지. 게다가 같은 아님 정해진 글씨체라 각각 다른 그런 맛을 즐기지 못하는 그런 아쉬움까지 있다.
하지만 편하고 빠른게 어딘데..
하기야 다음달 결혼하는 친형도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형수와 이루지 못할뻔 한 사랑을 하다 끝끝내 결혼 하는 사이버 세대이긴 한걸 보면…. 홈 페이지까지 만들어 놓고 나 언제 pick-up해가나 기다리고 있는 나조차도 이놈의 컴퓨터에 중독되어 있는건 확실하다.
하루 두번이나 학교 도서관에 가서 메일 체크하는 날보고 얼굴 뻔히 아는 도서관 사서가 날 보고 뭐라고 할까? 안그래도 방학이라 학생들이 뜸한 도서관인데.. 나야 학교에서 밀린 작업하느라 스튜디오에 쳐박혀서 혼자 닥달을 하지만….
영국도 한국의 벤쳐기업처럼 거창한 사이트 만들어 놓고 낚시질하는 그런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데 공짜라곤 눈씻고 찾아보기 힘든 영국이 아니랄까봐,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그런 동네 목욕탕에 낚싯대 던져놓고 고기잡고 있는 아무런 상품없이 상품만 잘주면서 장사하는 그런 친구들은 없다. 벤쳐라고 만들어놓은 회사가 상품은 하나 없고 사이트만 달랑 있고 고작 번 돈이라곤 뱅글뱅글도는 국내 자금 회전용 산업이니(그래도 돈이라도 도니 다행이다. 그것도 다 벤쳐기업 육성용 세금이지만…,) 2차 산업인력이 자꾸 엉뚱한곳으로 쏠리는걸 보면 이 컴퓨터라는 기계는 세계 어디에서나 문젯거리가 아닌것도 아니고 아닐수없는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말해 “이건 도대체 어디에 써야되는 물건인고?” 라는 질문을 던져 주고 싶은 꼭 잠자리(?)에 필요한 도구가 아닌지….
말을 다시 되돌려서, 아직도 이나라 이구석은 우편제도가 세계최초로 발명된 이후로 우표 하나 붙여서 안되는게 하나도 없다. 전화로 안되면 편지로 하는게 더 빠르니.. 우리나라 처럼 전화통 붙들고 이노무쉐야. 죽이네 살리네 고함 몇번 지르고 나면 나왔던 전기세도 깎여나오는 판국에 언제 종이 꺼내서 연필에 침 발라가며 쓰고 앉아 있을까. 전화 돌려 고함 지르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요나라는 어찌된게 (내 경험상) 편지가 더 빠르다. 게다가 일반 전화나 Mobile phone사용료가 워낙 비싸니까 전화 걸고 몇십분 똑 같은 음악(?)듣고 기다리면서 돈과 눈물이 같이 떨어지는거 보면서 있는거 보다 우표 한장 떡!! 붙여서 빨간 우체통에 넣고 한 이틀 잊고 기다리면 자연히 더 빨리 정확히 처리 되었다. 게다가 옆 거리 가면 우체부 아저씨 다르고 고 다음 거리 가면 아저씨 다르고 그 정도로 우편 처리량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책은 책대로 소포는 소포대로 따로 다른 용역회사에서 서비스를 하니 Royal Mail 하루 우편 처리량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이 안갈 정도니까, 이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편지 쓰는걸 좋아하고 게다가 그게 더 확실한 증거가 되고 또는 업무 처리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드니 변화에 아주 적응을 잘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좀 의아할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다.
편지 쓰려고 사둔 Airogram (우표 안붙여도 되는 국제용 봉합용 편지지)이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한통도 안쓴걸 보면 나도 참 징-한놈이란 생각이 든다.
요나라 사람들은 어제 커피 잘 얻어 마셨다고 편지 쓰고, 동네 철물점에 문고리 고장났다고 몇일날 몇시에 고치러 와달라고 편지 쓰는걸 보면 참으로 부지런도 하지….
우리나라엔 동네 구멍가게에도 세탁소도 홈페이지가 있는 판국에….
그래도 17인치 스크린에서 보는 친구들 이야기 보다 종이에 휘갈겨 써도 정이 끈적끈적(?)하게 묻어 나오는, 훈련소에서 받아보는 여자친구의 편지처럼 그게 더 그리울때가 나처럼 멀리떨어져 있을때가 아닌지..
오는정이 있어야 가는정이 있다고 나부터 편지 쓰고 볼 일이다..
이제는 종이에 끄적끄적 쓰는거보다 키보드로 치는게 타수로 보나 시간적 여유로 보나 가는 속도로 보나 그게 더 빠른데…
그래도 우표붙어 있는 종이한장이라도 받아보려면 나부터 부지런히 써야지…. 나 같은놈 뭐 이쁘다고…. 매일 팬레터 받아볼 위인도 안되고…..
벌써 새벽 3시가 가까워지네.. 어허…. 자야지…
낼은 편지 한통쯤 받아보면 기분이라도 좋으련만….
8월 25일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