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음악이 안들리다가
갑자기 아우성치듯 귀에 들어오면서 이해되었을 때 써놓은 노트가 있네요.
(보로딘콰르텟이 연주한 현악 4중주)
유치하고 창피해서..;;; 그래도 한번 옮겨볼께요.
이렇게 음악듣는 사람도 있었어요 =++= ㅎ~
<현악4중주 1번 >
러시아 음악을 알고 싶다. 러시아에서의 후기낭만주의의 진화과정을 공부해보고 싶다.
작곡이 이렇게 변화되어간 건 필연적? Tch-까지의 양식에서 느끼던 지루함이 없다.
<현악4중주 2번 op.68>
그저께 들은 1번이 1938년 작곡, 32세? 맨 처음 전개에선 베토벤적인 느낌이었고 간단하고 평이하게 다가왔는데
2번은 연주시간이 30분 넘는 본격적인 곡이다. 1944년이면 38세! 한창의 나이이다. 특이한 건 악장마다 보충제목을 달아놓은 것.
연속화면처럼 정신없이 펼쳐지는 그의 음악세계 - 도대체 정지신호가 없는 듯 하다.
악보가 이끄는대로 나는 빨려들어간다.
두렵다. 내 마음의 키를 놓쳐버리고 잃어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그의 음악을 객관적으로 듣지 못하고 함몰되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음악에 압도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그의 서정성에 대해 일말의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것이 여지없이 깨뜨려졌다.
2악장: 그는 뭔가를 뽑아낼 줄을 안다.
3악장 왈츠: 맨 처음 리드하는 첼로의 선율은 얼마나 기가 막힌지.. 아름다운지..
그런데도 아름다움을 더 장식하지 않는다. 그대로 놔두지도 않는다. 일그러뜨리고 변형시켜놓는다.
그 선율은 바이얼린 등에 의해 다시 나타나고...
빠르다.
센티멘탈리티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을 기세로...
<현악4중주 3번 op.73>
놀랍다. 이렇게 음악이 재미있을 수가... (불과 며칠 전까지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 일어난 것 같다)
1악장은 종래 내가 이해하고 있었던 그의 평이한 특징들. 2악장은 더 나를 몰입시켜 들어간다.
3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2/4와 3/4으로 번갈아 진행, 머리를 온통 뒤죽박죽으로 해놓는데, 그래도 그안에 질서가 확연하다. 성급하게 마쳐놓고선...
4악장은 아다지오: 강인하고 비감한 선율.
5악장으로 넘어가는데!! 첼로의 리드선율과 비올라의 pizzi가 신비로왔다!
무엇때문일까. ♩♪♩♪의 계속되는 반복, 바람같기도하고 물결같기도 한 리듬.
완전한 4박이 아닌 3박, 강하고 또 약하게 어울어지는 선율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 각 악기들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려는 듯 이토록 겸손하다. 서로 다투지 않는다. 같이 노래하며, 뒤늦게 따라부르지만 모든 것이 ♩♪의 질서속에 조화를 이룬다.
불완전해보이는 것의 완전함! 강약의 평화! 그 신비!!
종반은 얼마나 조용하고 단정하고 단아한지. 마지막 끝내는 바이올린의 마지막 음은 으뜸음 F가 아닌 살짝 숙인 E음이다.
그리고 세 번 피치카토의 울림... 이런 여운이라니....
5악장. 다시 한번 듣고 자야겠다.
<현악4중주 5번. 1952작곡, 1953초연>
무척 인상적인 곡. 3악장인데 30분 정도로 길다.
베토벤현악4중주단 경성 30주년을 기년해 작곡된 것이라 한다.
강하고 반복이 많다.
박자가 3/4, 2/4, 5/4, 6/4, 3/2 등 자유자재로 바뀌는데 무척 즐거웠다.
예측하기 어려운 나는 수동태인 상태로. 그래도 어느 새 즐기고 있는 나를 본다.
2악장은 슈베르트가 떠올랐다. andantino..
그의 3/4은 참 독특하고, 유머가 있는가 하면, 슬프다...
<현악4중주 6번. 1956>
악장이 끝나면서 다음 악장으로 연결될때 화음과 리듬이 절묘하다.
단조인가 싶으면 장조로, 장조로 끝나는가 하면 마지막음은 단조이다.
그러나 장조로 끝나는 여운이 더 짙다.(스탈린이 죽어서일까)
<현악4중주 7번. 1960>
첫번째 부인 '니나의 추억'에 바쳐진 곡
1,2악장은 미완성 같다.
3악장의 격렬함 (분노라고 할 수 있을까?)
다하지 못한 사랑, 도중에 끊긴...
<현악4중주 8번. 1960>
5악장으로 되어 있어서 적어도 30분은 되리라 기대했는데
20분; "너무 짧다" -음악이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는 나의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그의 콰르텟 중 '최고'로 친다는 말을 들어서 충분히 기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파시즘과 전쟁에 희생당한 이들을 기념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이전 음악들이 인용되어 거대한 하나의 그림을 만든다.
5악장까지 악장사이에 휴지가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음이 첫음이 되는 것 같다. 그의 강한 감정의 흐름을 결코 끊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DSCH의 음들. 그는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고 있다. 고통과 슬픔 -icon이 되어버린 DSCH
2악장의 격렬함. 4대의 악기로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비올라의 스트레스성 소리!
<현악4중주 10번 op.118. 1964>
2악장이 무척 인상적이다. 힘찬 모터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강하게 박력있게 밀어부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3악장은 전혀 다른... 슬픔!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에서 4번도 3번의 연장선상에서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그만의 독특한 리듬 선율 때문에 자주 듣곤 하죠. ^^, 이 곡과 더불어서 피아노5중주와 피아노3중주도 괜찮고,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와 비올라 소나타도 좋습니다. ^^ 15번도 들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전체 느린악장으로 이어지는 그 다양한
첫댓글 음반감상문 즐겁게 읽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직까지 저에게 쇼스타코비치... 특히나 그의 현사는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서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언제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에서 4번도 3번의 연장선상에서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그만의 독특한 리듬 선율 때문에 자주 듣곤 하죠. ^^, 이 곡과 더불어서 피아노5중주와 피아노3중주도 괜찮고,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와 비올라 소나타도 좋습니다. ^^ 15번도 들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전체 느린악장으로 이어지는 그 다양한
모습이 참 정감이 있게 다가오거든요. 저는 오히려 그의 교향곡 보다는 현악4중주를 더 많이 접해보라고 권하는 사람 중에 한명입니다. ㅋㅋㅋㅋ
현악4중주 15번은 혹 추천하시는 음반이 있는지요?
솔직히 쇼스타코비치의 사중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샨도스에서 나온 소렐 사중주단의 15번 연주는 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진정한 칸타빌레가 뭔지를 보여주는 연주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음반 한장씩 밖에 구비를 안 해놔서 어떤 연주가 좋다라고는 이야기를 못합니다. 다만, 해설집이라든지, 증언책은 있어서 시대 배경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요. 음반은 원래 한장씩만 구하는 제 버릇 때문에 음반 추천은 힘드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