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서양 어디든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 많지만, 인도만큼은 모두들 따뜻한 짜이(우유를 넣은 홍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아침, 나도 그들처럼 따뜻한 짜이로 몸을 녹이고 길을 나선다.
인도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겐 꽤 유명한 만수네 짜이가게.
만수는 한국말 잘한다. (만수는 인도인지만 한국 사람들이 한국이름을 붙여준 거다.)
- 만수 짜이 맛있어요.
- 정말?
- 만수 유명해요 한국에서
- 알아요 :)
한국인이 어찌나 많이 찾는지 우린 지금 한국말로 대화하고 있다.
친절한 만수,
짜이파는 친절한 만수
(하지만, 바라나시를 여행할 때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진.짜. 만수는 이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일행과 함께 오토릭샤 타고 후마윤의 무덤으로 이동.
여기 우리 나라의 천마총 같은 곳인가?
무덤이 궁전같다. 무덤이 이렇게 화려하고 예뻐도 되는 걸까!
무덤이 지금은 공원처럼 이용되고 있다, 평화로운 배경만큼 사람들 얼굴도 좋아보인다.
후마윤의 무덤
그 곳에서 나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동하는데 꽤 먼 거리였지만 걸어보기로 했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걷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걷다보니 차를 탈 때보다 보이는 게 더 많다.
우연히 들어간 곳은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분위기도 델리의 복잡함이 느껴지지 않고 거리와 상점이 깔끔하다.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DOSA를 먹어보았다.
DOSA는 roti(난) 안에 카레를 넣은 음식으로 요거트, 커리, 양념 등을 찍어먹는 것이다.
인도 음식 누가 맛 없다고 했는지! 다 맛있는데?
맛있는 점심
저렴한 가격이지만 제법 고급 음식점!
그렇게 또 걷고 걸어 미술관 도착.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아, 단 5분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미술관 히터가 나온다!
그렇게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왔는데 겉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이 단순한 즐거움이란. . .
그림을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가끔 미술관에 가면 기분이 좋다. 그 공간이 주는 기쁨일까. 색감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면서 그렇게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걸까? 나도 가끔 화사한 옷을 입고 있으면 기분이 산뜻해지곤 하는 걸 보면 미술관이 기분 좋아지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곳은 화장실마저 깨끗하고 온통 쾌적한 공기라 잠시 인도에 온 것을 잊게 한다. 갑자기 몸의 온 근육이 이완되면서 몸이 풀리는 듯하다. 인도가 좋으면서도 편리한 걸 추구하는 내 몸의 당연한 본성이 몸에 베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북적북적한 쇼핑의 거리, 빠하르간지로 돌아왔다.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한 쪽 거리를 가득 메운 채소&과일 시장. 엄마 손을 잡고 와서 과자대신 당근을 먹고 있는 아이가 귀엽기만 하다.
빠하르간지의 야채 파는 골목
시장에서 본 당근먹는 귀여운 꼬마
오늘 밤은 조드뿌르로 가는 열차를 탄다.
열차를 타기 전 잠깐 인터넷카페에 들렀다.
인터넷은 생각보다 빨랐지만 역시 한국만 못하다.
인도에서는 무언가 부족해도, ‘여긴 인도니깐~’하며 넘기니 불평 불만이 오히려 없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난 또 무엇을 바라는 걸까.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순간,
‘왜 이렇게 인터넷이 안 돼? 짜증나.’ 라는 속마음에 스스로가 참 우스워졌다.
‘난 아직 멀었구나.’
난 이제 파란 집이 가득한, blue city로 불리는 조드뿌르로 간다.
이슬이와 나의 커다란 배낭, 그리고 우리 둘을 싣고 열심히 자전거를 굴려가며 이동해주는 릭샤 왈라를 보자 괜히 미안해진다.
릭샤를 타고 가는 동안 또 다른 거리를 달리고 시장을 지나고, 북적이는 밤의 델리를 떠난다.
첫 열차 이동이라 어떻게 가야할지 헤매는데 한 인도인이 다가온다. 조드뿌르로 간다고 하니 자기와 같은 열차란다. ‘엇, 저 많은 기차 중 같은 기차라고?’ 의심부터 들었지만 우선 살짝만 믿어보기로 했다.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미안했지만 다행히 참 친절한 인도인이었다. 인도 동부쪽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라 한다. 의심의 눈초리를 눈치 챘는지 지갑을 열어 신분증까지 보여준다. 방학이라 여행을 왔다며 조드뿌르를 잠깐 들렀다 자이살메르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인도 열차는 늘 위험하기 때문에 기차에서 가방은 항상 조심하라며 자리까지 안내해주신다.
열차 안은 영화에서 나오는 전쟁 장면 같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들어가 겨우 자리를 찾았다. 이렇게 친절한 인도인 못 만났다면 첫 기차여행에서 얼마나 헤맸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도 이렇게 길 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다.
열차를 탈 땐 3층 upper bed가 좋다. 1층 bed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면서 다리쪽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경우가 많고 2층 bed는 간혹 이상한 현지인들이 스윽 몸을 훑고 지나간다고 한다.
여행자가 많은데도 늘 외국인이 신기한가보다. 나도 어렸을 땐 지나가다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서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는데 지금이 딱 그런 광경이다.
기차에서 도둑 맞을 일이 많다기에 짐을 꽁꽁 싸매두고 3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아, 드디어 조드뿌르로 가는구나. 이 곳에선 얼마나 머무를까.
이 도시는 어떨까, 아름다울까. 내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 뿐이다.
쓸데없는 걱정만 가득했던 내 뇌 속엔 다른 복잡한 삶의 고민 따윈 없다.
좋은 것들을 만나겠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더 좋을 것 같다.
인도는 이렇게 여전히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침의 조드뿌르가 기대하면서...
Good L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