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찌푸린 하늘을 이고 포근한 봄날 아침이 열렸습니다.
돌아보니 이번 한 주도 바쁘게 보냈습니다.
토요일엔 문화연구회분들과 지산동 강변을 거닐었습니다.
봄나들이의 흥취를 이어간 한 잔 술에 취하여 수 십 년만에 무려 12시간이나 잤습니다.
이리도 오랜 시간을 잘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
허리가 뒤틀리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괜챦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일탈의 재미를 너무 자주 느끼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번쯤 평소와 달리 행동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쎄씨봉 열풍이 대단하지요.
연초의 방송 인기 덕분에 연말까지 이들의 공연 스케줄이 꽉찼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한글맞춤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시봉'이 맞지만 제겐 '쎄씨봉'이 더 친근합니다.
중국집 식단표에 자장면이라 적혀 있어도 '짜장면'으로 주문하듯이....
작년 추석 때 '쎄씨봉 친구들'로 재미를 본 MBC가 올해 설 연휴에
특집으로 이틀에 걸쳐 3시간 넘는 분량을 방영했고
2월 말에는 연방으로 묶어서 장장 세시간을 방영했는데
재방송임에도 동시간대의 인기프로그램들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고 하지요.
저는 본방도 재방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TV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보니 방송 사실을 몰랐던 거지요.
인터넷을 통해서 이를 알고
바로 'TV 다시보기'를 통해 설 특집을 연이어 보았습니다.
이게 인터넷 방송의 장점이지요.....
제가 'TV 다시보기'로 예능프로를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어쨌든......
대단했습니다.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감동 자체였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인기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불교적으로 얘기하면 불립문자, 교외별전과 같이 마음으로 전해지고 느껴지는 감동.
'노래는 이래야 한다'를 들려주었습니다.
'우정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었습니다.
'감동은 이런 것이다'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3시간 동안 들려준 노래는 수십 년 전부터 들어온 노래라 익숙하기도 하지만
폭발적인 가창력과 조화로운 화음,
서정적인 노랫말은 한편 한편이 시와 같이 마음에 젖어들었습니다.
요즘의 강렬한 연주와 힘찬 율동에 섞인 자극적인 노랫말과는 근본이 다르지요.
이들이 40년 넘게 쌓아온 우정은 말 한마디에, 표정 하나에도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장희가 네명의 친구들 각각에 쓴 편지를 하나 하나 낭독할 때는
이들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노래 잘하는 이들이 부러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우정이 더 부러웠습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는 노래를 함께 좋아하고 함께 노래하기에
이들의 우정이 더욱 깊은 것이겠지만
4인4색인 이들이 각자를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40년의 시간을 이어온, 세월을 뛰어넘을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준게 아닌가 합니다.
노래와 우정이 어우러지고 진정성 담긴 배려와 이야기가 깔리니
이보다 더한 감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주말에 시간을 비워두고 이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감동은 여전하겠지요.
아니 처음 보면서 느꼈던 이상을 느낄 수도 있을거란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송창식, 윤형주는 이 프로그램 녹화하면서 그리고 방송 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하지요.
노래하러 왔는데 예능이 되었다고..... 알았으면 출연하지 않았을거라고....
앞으로 '쎄씨봉' 후속작은 TV에서는 볼 수 없을거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이들의 이런 생각을 저는 존중합니다. 존경합니다.
돈에,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당당한 예인, 진정한 가객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노래는 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으니 이들처럼 잘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정에 있어서는 제가 마음을 열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진정성을 이어나간다면 더욱 깊은 우정을 함께 할 수 있겠지요. 이들처럼요.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가는 우정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친구들 면면을 하나 하나 떠올리면서
공통분모와 장점을 찾아나가는 시간을 늘여야겠다 싶습니다.
자주 보지 못하여도 전화로, 메일로 가끔이나마 마음은 전해야겠다 싶습니다.
친구,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말이지요.
우정. 언제 들어도 가슴 따뜻한 말입니다.
우정에 대하여(모셔온 글)=========================================
친구란 그대의 바램에 대한 응답이다.
친구란 그대가 사랑으로 씨를 뿌리고 감사의 마음으로 수확하는 그대의 들이다.
그리고 친구란 그대의 식탁이며 그대 가정의 화목함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배고플 때 친구를 찾고, 그에게서 평화로움을 얻는다.
그대의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때
그대의 마음속에서 "아니다"라고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렇다"라고 하고 싶은 것을 꺼려하지 말라.
그리고 그가 침묵할 때도
그대의 가슴을 그의 가슴에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멈추지 말라.
왜냐하면 우정속에서는 말이 없어도 모든 생각과 모든 욕망과 모든 기대가
환호하지 않아도 기쁨과 더불어 태어나고 나누어지는 것이기에..
또한 그대가 그대의 친구와 헤어질 때에도 깊이 슬퍼하지 말라.
왜냐하면 마치 등반가에게 산이란 평원에서 보다 선명하게 보이듯이,
친구가 없을 때 그대가 친구에게서 가장 사랑한 모든 것이
그가 없을 때에는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리니..
그리고 그대가 친구와 우정을 나눌 때는
서로의 영혼을 깊이있게 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목적도 두지 말라.
왜냐하면 자신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인가를 구하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내던져진 그물에 불과할 뿐이며
그 그물에는 오직 무익한 것만이 걸려들 뿐이기에..
그러므로 그대는 친구를 위해서 그대의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만일 친구가 그대의 마음의 조수(潮水)때에 썰물의 시기를 알고 있거든
친구로 하여금 밀물의 시기 또한 알게 하라.
만일 그대가 다만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친구를 찾는다면
그런 친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언제나 시간을 살리기 위해서 친구를 찾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의 바램을 채우는 것이
그대의 텅빈 공허함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바램도 같이 채우는 것이 되게 하라.
그리하여 부드러운 우정의 향기속에 웃음이 깃들게 하고
즐거움을 같이 나누도록 하라.
왜냐하면 작은 한 방울의 이슬에서
마음은 이슬방울이 가져온 아침을 발견하고
살아있는 기운으로 넘쳐흐르게 되기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친구는 두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그러므로 친구에게 그대를 주라. 그리고 사랑과 함께 나누라.
우정이란 친구에게 두려움없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우정은 그대의 가슴을 드러내고도 변하지 않는 것.
우정은 마음을 넘어 사랑보다 더 높이 날아 오르는 것.
우정이란 기대하지 않는 것
그러므로 같이 있는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 가는 것.
우정은 나무의 신비를 바라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그대의 향기를 나누는 것.
우정은 신비속에서 사랑이 꽃피듯 사랑안에서 춤을 추는것
우정이란 바램이 아니라 흘러넘치는 사랑이며 자유이다.
또한 우정은 그대 영혼의 노래이며 사랑의 향기이다.
그러므로 그가 무엇을 원하더라도
그대는 가슴을 열고 친구를 받아들여야 하리라.
그리고 그대의 빈가슴을 빛으로 채우고 침묵으로 채우라.
-----칼릴 지브란의 우정편에 대한 라즈니쉬의 노래
첫댓글 여유로움 속에 잔잔한 감동을 가져 오는 그 순수함이 부럽고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