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주 알마티 국립공원, 침블락
침블락은 알마티에서도 꽤 알아주는 관광명소이다. 이곳은 지난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지며 카자흐스탄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이다. 분명 이곳에는 겨울에 사람들로 더 북적거린다. 천혜의 설질과 자연이 만들어노은 멋진 송곳 같은 산들이 이루어진 천산산맥의 풍경이 이 곳을 최고의 스키장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침블락의 진정한 매력은 여름에 있다고 본다. 해발 3000미터를 넘는 봉우리들의 머리에는 한 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을 얹고 있다.
나는 카자흐스탄에 머무르는 동안 침블락에 수차례 왔다. 비단 이 곳의 풍경이 멋진 이유도 있지만, 그 것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잠시 내가 이끌고 왔던 많은 사색과 압박에속에서 태초의 나처럼 모든 것을 잠시 놓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곳에서의 나는 자유가 된다.
오늘도 역시나 침블락으로 가는 버스는 늦는다. 침블락에 가기위해서는 메데우로 가는 6번버스를 타면 된다. 카자흐스탄 호텔 앞에서 타면 되는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온다. 운이 없는 모양인지 1시간을 꽉꽉 채워서 기달렸다. 겨울에는 만원인 버스지만 여름에는 그의 반도 못하는 인원으로 버스는 손님들을 싣는다. 날씨가 매우 화창하다. 그러나 침블락의 날씨는 성질 사납다. 금방이라도 변덕을 부려 항상 우산과 바람막이 정도는 챙겨가야 한다. 아직 트레킹이나 이런 것들이 보급되지 않아서 인지 이 곳에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곳이 좋다. 한국에서 산을 하나 가더라도 나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쌓여서 자연을 보기보다는 사람들의 얼굴만 더 보고오게 된다. 그러나 이 곳은 자연과 내가 하나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맑은 하늘도, 높은 키의 욜카도, 봉우리의 만년설도 모두들 나의 친구다.
6번 버스를 타고 메데우에 도착하면 일단 먼저 관광택시들이 달려든다. 침블락까지 보통 2000~3000 텡게를 요구하는데, 정말 쓰잘데기 없다. 단숨에 "니 나다(필요없어요.)"를 외치고 혼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그래도 이 곳 관광택시 기사들은 양반이다. 중국에서는 몇 십분을 쫓아오는 그들에게 넌덜머리가 났던 나다.
조금 올라오면 이런 계단이 보인다. 정말 나는 이 계단을 108번뇌의 계단이라고 부르고 싶다. 끝인줄 알면 또 다시 계단이 나온다. 그래서 난 이 계단을 피해서 일부러 샛길로 올라간다. 계단은 뭔가 인위적이다. 빨리 갈려고 만들어 논거 같아서 싫다. 이렇게 계단을 설치한데는 이 곳에 댐이기 때문이다. 알마티에는 보통 봄에 홍수가 났었다고 한다. 한겨울에 천산산맥의 눈들이 봄의 따듯한 기운에 녹아서 그 물이 모두 아래 알마티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댐을 오르면 그 때부터 진정한 침블락을 볼 수 있다.
저 아래 원형 경기장 같은것이, 2011 동계 아시안 올림픽이 진행됐던 메데우이다. 위에서 보니 매우 조그만하다.
저 멀리 침블락이 보인다. 구름을 품고 있는 저 멀리의 산들은 대지를 품고 있는 어머니의 느낌이 든다. 내가 너무 감성적인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홍수가 많이 나서였는지 이렇게 수위계측기가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침블락으로 향하는 길이다. 찻길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다. 내가 갔을때가 평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도 별로 없다. 무척이나 조용하다. 조용하니 더욱 좋다. 햇볓이 무척 따갑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왔지만, 그래도 목등과 손이 따갑다.
올라가는 길에 이런 약수가 있다. 이 물로 몸을 씻고, 이 물을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한다. 나제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이 곳에 와서 꼭 몸을 씻고 물을 먹고 갔다고 한다.
한 겨울의 케이블카는 분주하게 움직였겠지만, 한 여름의 케이블카는 기약없는 휴식상태이다. 태양볕에 달구어진 케이블카는 얼마나 힘들까? 어느덧 2시간 정도를 걸으니 밑에가 개미처럼 보일만큼 높이 올라왔다. 땀이 등에서 홍수가 났다.
어느덧 침블락에 다가왔다. 겨울에 저곳은 모두 눈으로 덮여진 스키장이였는데, 지금은 조용한 시골마을 같다.
저 노란 진달래 꽃 군무지가 보이는가? 진달래 꽃들은 그렇게 침블락에 자연의 색을 입혔다.
파란 하늘은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이 곳에서부터 날씨가 매우 추워진다. 반팔을 뒤로 하고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해발고도가 높아서인지 숨이 가파라진다. 산세도 더욱 험해진다.
한 겨울에 이 곳은 매우 위험하다. 낙석이 수시로 떨어지고, 또 특히 눈이 녹을때는 더 더욱 위험하다.
아직도 군데군데 눈이 녹지 않은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저 산을 넘으면 눈을 머금은 많은 산봉우리들이 펼쳐지고 그 산봉우리 넘어에 키르기스스탄이 있다. 높은 해발고도에 현기증이 나고 날씨도 너무 추워 더 이상은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오늘 침블락은 나의 등산을 여기까지만 허락했나 보다.
내려오는 길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알마티의 여름엔 오후 4시쯤이면 항상 비가오기 시작한다. 정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정확히 4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무언가 더 힘들다. 침블락의 아름다움도 잠시하고 비를 맞으며 내려왔다. 비맞은 거지꼴이 따로 없다. 그렇게 다시 메데오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와서 사진을 보니 제법 사진들이 잘 나왔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렌즈는 사람 눈을 따라갈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침블락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