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초록이 서서히 빛을 잃고 온 산이 색을 갈아입고 있다. 근교의 산들도 제법 고운 빛깔을 보여준다. 가을 산의 색을 대표하는 두 가지가 억새와 단풍이다. 단풍은 근교 어느 산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억새는 귀한 존재다. 부산 사람이야 시내에 승학산이 있고 부산을 벗어나더라도 가까이에 천성산이나 영남알프스에서 억새의 장관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 부산 근교에 억새로 이름난 곳은 사실 찾기 어렵다. 흔하지 않은 억새 산 가운데 근래에 떠오른 곳이 경주와 포항의 경계에 있는 무장봉(鍪藏峰·624m)이다. 무장봉은 2008년 근교산〈597〉회에 '경주 무장산'으로 소개한 곳이다. 당시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지형도에 이름없는 봉우리였지만 취재팀이 무장사지를 품에 안고 있는 산이라고 무장산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인근 봉우리와 능선을 아우르는 동대봉산의 한 봉우리로 간주해서 '동대봉산 무장봉'이란 정상석이 서 있다.
◇ 600m대 산이 품은 10㎞ 넘는 계곡 '경탄'
근교산 취재팀이 무장봉 정상 아래 억새밭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예전 오리온목장이 있었던 무장봉에 오르면 서쪽으로 길게 누운 낙동정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코스는 포항 쪽에서 출발해 오어지(吾魚池) 상류의 오미골을 통해 무장봉을 오른 뒤 암곡으로 하산한다. 무장봉은 옛 오리온목장터의 억새밭뿐만 아니라 바다 조망도 멋진 곳이다. 오미골은 600m대 산이 품은 계곡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깊고 시기를 잘 맞추면 기막힌 단풍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억새와 단풍, 바다 조망까지 한 번의 산행으로 모두 누릴 수 있다. 다만 교통이 다소 불편하고 산행거리가 길어 이 점을 고려하고 나서야 한다.
이번 무장봉 산행은 포항에서 시작해 경주로 넘어간다. 항사리마을회관 앞을 출발해 오어지~상수원보호구역 감시초소~운제산장 앞~안항사마을~사방댐~독립가옥~오미골 계곡~합수점~능선 삼거리~동대봉산 갈림길~임도 삼거리~무장봉 정상~무장사지 삼거리~공원지킴터를 지나 암곡마을 주차장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18㎞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6시간~6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7시간30분 안팎이 걸린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호수에 가까운 오어지.
산행은 신라 고승 원효와 혜공의 전설이 담긴 오어사에 가기 전 항사마을의 항사리마을회관에서 출발한다. 회관에서 길을 건너 주택 사이 '오어로 154번길' 표지를 따른다. 곧 신광천 옆 콘크리트 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40분 정도 거리인 안항사마을까지는 계속 콘크리트 길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무 그늘을 걷는데다가 오어지와 이어지는 오미골 경치를 구경하며 걸으면 단조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5~6분 가면 눈앞에 오어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커 보이는 오어지는 오어사와 어우러진 빼어난 가을 풍광이 널리 알려졌다. 오어지를 오른쪽에 두고 완만한 도로를 15분가량 걸으면 저수지가 끝나고 오미골이 시작된다.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상수원보호구역 감시초소와 운제산장 표지석을 지나 본격적으로 계곡을 따라간다.
감시초소에서 안항사에 이르는 길은 상수원보호구역인 탓에 철망으로 계곡 출입을 막아두었다. 5분가량 가면 좁은 계곡이 갑자기 확 넓어지면서 안항사 마을과 논밭이 펼쳐진다. 운제산장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다리를 건넌다. 건너자마자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접어든다. 10분가량 직진하면 콘크리트 길이 끝나고 다시 계곡 반대편으로 건넌다. 아기자기한 계곡 옆 길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잠시 뒤 한 번 더 계곡을 건너면 곧 사방댐이 나온다. 발전실 100m쯤 위에 상부댐이 있다.
◇ 능선 올라서면 포항과 경주 경계선 걸어
취재팀이 오미골 상류 물길 옆을 걷고 있다.
댐에서 5분가량 가면 길가에 작은 집 한 채가 있고 곧 계곡을 만난다. 왼쪽 아래로 건너가면 길이 나온다. 곧 녹색 그물망을 지나 큰 바위 뒤에서 계곡을 건넌다. 사방댐을 올라가면 공터가 있고 오른쪽 산기슭에 '여주이씨선산입구' 비석이 있다. 사방댐 안내판 왼쪽으로 내려가 비스듬히 계곡을 건넌 뒤 20여m 가서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건넌다. 마른 계곡 바닥 오른쪽을 따라 잠시 올라가면 길이 나타난다. 이후로도 수시로 계곡 좌우를 오간다. 별다른 시설물이나 이정표가 없으니 리본을 유심히 살피면서 올라가야 한다. 길이 막히면 보통 계곡 맞은편으로 길이 이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혹시 길을 잃더라도 거의 계곡 끝까지 답사로가 이어지므로 좌우를 살피면 곧 리본이나 길 흔적이 나온다. 계곡은 요즘은 발에 물 적실 필요 없이 건널 수 있지만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산행을 중단하는 게 좋다.
무장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억새군락.
계곡 옆에 땅이 너른 곳엔 어김없이 그릇 조각이나 축대 등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두 번째 사방댐에서 30여 분 가면 계곡이 확 넓어지며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가 다시 만난다. Y자로 갈라지는 물길 가운데로 가면 곧 오른쪽 산 사면의 너덜지대 아래를 지난다. 20분 정도 더 가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길이 묵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계속 계곡 길을 따른다. 물길 좌우를 오가고 크게 굽이치는 곳에서는 가로질러가기도 한다.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계곡 폭이 크게 좁아지고 곧 합수점이다. 길은 합수점 중간의 능선으로 올라간다. 두 갈래 계곡 가운데 왼쪽 계곡으로 접어들어 20m 정도 간 뒤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산길이 눈앞에 나타난다. 발길이 드물어 길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렵잖게 따라갈 수 있다.
◇ 정상에선 억새군락 보며 동해 조망까지
합수점을 지나면 나오는 완만한 소나무 숲길.
베어둔 나무를 넘어 잠시 가면 완만하고 너른 사면의 소나무 숲을 지난다. 길은 곧 임도처럼 넓어졌다가 푹 거진 계곡을 건넌 뒤부터는 가파른 능선을 올라간다. 7~8분 올라가면 경사가 누그러지고 곧 능선 위 삼거리다. 왼쪽은 함월산 방향이고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여기서부터는 포항과 경주의 경계를 걷는다. 곧 오른쪽 나무 사이로 멀리 포항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15분가량 가파른 오르막을 가다가 경사가 완만해지는 지점에 삼거리다. 왼쪽은 동대봉산 방향이고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652m봉 왼쪽 사면을 돌아가면 정면에 무장봉 억새밭이 보인다.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눈앞에 억새가 은빛으로 물결친다. 4~5분 올라가면 억새밭 한가운데의 임도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무장봉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정상으로 가는 내내 좌우로 억새밭이다. 이정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잠시 오르면 무장봉 정상이다.
정상은 제법 너른 공터로 광활한 억새밭과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올라온 길에서 3시 방향 임도로 내려가서 억새밭 사이를 한 바퀴 빙 돌아오면 무장봉 억새밭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한 바퀴 도는 길은 1.4㎞ 정도로 30~40분 걸린다. 이정표 삼거리에서부터는 임도로 내려간다. 500~600m 내려가면 임도가 끝나고 산길로 이어진다. 가파른 내리막을 30분 정도 내려가면 '암곡 0.7㎞' 이정표를 지나며 다시 임도가 나타난다. 곧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은 무장사지를 거쳐 무장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10분 정도면 공원지킴터를 지나고 이어 콘크리트 길을 15분가량 내려가면 버스 종점인 암곡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날머리 암곡동 '가을 미나리'로 유명
들머리인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의 오어지는 저수지 가에 서 있는 오어사와 어우러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어지란 이름은 오어사에서 따 왔다. 신라 시대 원효와 혜공대사의 전설이 얽힌 저수지이지만 생각만큼 오래된 곳은 아니다. 오어지는 1964년 완공된 인공저수지로 39억6600만 ㎡ 넓이에 담수량 500만 t의 대규모 저수지다. 그 규모로 봐서 저수지라기보다는 호수라고 부르는 게 합당할 듯하다. 풍부한 수량과 함께 인근 운제산과 무장봉을 비롯해 경주와의 경계를 이루는 600m 안팎의 산들에서 흘러오는 풍부한 물과 주변 산세 등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오어사란 이름은 원효와 혜공이 물고기를 한 마리씩 삼키고 변을 보았는데 한 마리가 살아서 헤엄치는 걸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한 데서 '나 오(吾)'와 '물고기 어(魚)' 자를 붙여 이름 지었다. 특히 가을이면 단풍진 오어사 풍광이 멋지지만 이번 코스는 거리가 멀어 시간이 빠듯해 오어사를 들렀다가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산하는 지점인 암곡동은 경북 지역에서 청도만큼 미나리로 유명한 곳이다. 청도가 '한재 미나리'로 유명하다면 암곡은 '무장산 미나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곳 미나리는 청도 한재와 마찬가지로 모두 지하수로 키워 부드러워 익히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한재에서 봄철에만 미나리를 수확하는 것과 달리 무장산 미나리는 봄과 가을 두 번 수확한다.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가 가을 수확기로 억새 구경을 마치고 내려온 뒤 미나리 삼겹살과 미나리전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도 좋을 듯하다.
# 교통편
- 보문단지 나가는 길 주말엔 셔틀버스 운행
이번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멀어 승용차를 이용하기는 어렵고 대중교통도 약간 불편하다. 일단 노포동터미널에서 포항까지 간다.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포항터미널을 나와 107번(일반), 500번(좌석) 시내버스를 타고 문덕 종점에서 내린다. 여기서 175번 버스를 타고 오천환승센터에서 오어사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운행간격이 1시간30분~2시간으로 길어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여러 번 갈아타기도 번거롭다. 문덕 종점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들머리인 항사리마을회관까지 9000원 안팎 나온다.
날머리인 암곡에서 경주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4시50분과 6시50분, 8시50분(막차)에 있다. 막차는 보문단지까지만 운행한다. 경주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막차는 오후 9시50분이다. 무장봉은 경주 근방에서는 유일한 억새 산행지라 가을이면 몰려드는 차들로 암곡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경주시가 보문단지 쪽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다음 달 중순까지 토·일요일에만 오전 9시~오후 4시 운행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무장산은 억새가 보기좋다.
기림사?오래되어 이름도 기억이안나네...
함월산 쪽은 산행을 할수없다.
어쩔수없이 무장산만 산행키로했다.
하지만 시즌에는 차량 혼잡으로 걸어서 10km는 가야한다.
엄청 마이온다.
우리는 봉고를 타고 첫마을입구로 해서 우회전해서 뚝방길로 차량을 타고 두번째 마을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