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과 버림 (상시) 5
육식은 큰 빚을 지는 일
육식에 대한 혼선
사람을 먹이 사슬 가운데
가장 상위에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당연히 잡식성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우리들은 곡물이나 채소를 비롯해서 육류와 생선 등 많은 종류의 고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거기다 인간은 현재 다른
짐승에게 포식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다른 생명체를 죽여서 자신의 배를 불리며 살아가고
있다. 역사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인간은 농경 이전에 수렵, 어로, 채집 등으로 살아가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농경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맞는 얘기라면 육식이 이상하기는커녕 당연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이
육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 기준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살생으로
인한 업보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을 기준으로 해서 육식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대개 이 경우들은 육식에 대해 부정적이다. 모두가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내리는 육식에 대한 평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를 넘어선
기준도 있다. 즉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우주적인 살림을 구성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사람은 살면서 다른 생명체를 당연히 섭취하고, 사람도 죽으면 그
육체가 다른 존재의 먹이도 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이렇게 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아닌가로 육식에 대한
이야기를 접근할 수는 없다.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란
대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일 육식을 한다면 어떤 고기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관점도 사류ㅣㄹ 필요기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요즘의 외식문화가 대부분 육식문화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즉 육식과 관련한 사회적인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이 살생인가
인간이 먹이사슬 가운데
가장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견해다. 아니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먹이사슬로써 생명체들의 상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야수적이다.
그런 틀에서 어떤 인간론을
이야기해도 결국 동물적이다. 몸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일이
주류를 이룰 뿐이다. “먹어야 되는 이유는?”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먹는다는
문제에 대해서 좀 유별날(?) 필요가 있다.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려는 적극성이 없는 것은 내 몸의 운행을 요령에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음식을 살피는 것은
단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 건강을 넘어 내가 맺고 있는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내가 어떤 존재와 관계를 올바르게 맺지 못한다면,
그 존재는 어떤 의미에서 감사가 아니라 원한이라는 사슬을 돌릴 수 있다.
물론 살상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람들은 식물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살상이라 하지 않는다. 그러면 식물은 동물보다 낮은 차원이란 말인가? 살생에 대한 기준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평등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 죽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살생의 정도가 결정된다. 가령, 봄에 움이 트는 1년생 식물을 봄에 죽이는 것은 살생에 해당한다. 그리고 다년생 식물일 경우, 그 뿌리를 먹는 것은 살생에 해당한다. 1년생을 가을에 먹거나, 다년생의 과일을 먹는 것은 살생이라 하지
않는다.
동물에 대한 살생 여부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새끼를 뱄거나,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죽이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때는 고기의 독성이 가장 강할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너무 오래 살아 나이가 많은 짐승도 잡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죽을 때까지 그냥 두어야 한다. 물론 전통적으로 죽여서는 안 되는 영물靈物들도 있다.
어떤 고기를 먹을까
우리가 고기를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기준은 여러 가지라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가 자연스럽지 않다는데 있다. 대부분 판매를 하기 위해 사육된 고기를 우리는
먹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에 대해 구태여 말을 더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죽했으면 길거리 고깃집에서는 토종이니, 야생이니 아니면 직접 길렀다는
문구로 광고를 할까?
우리는 그저 자연스런 상태에
있는 고기를 대상으로 육식의 여부를 따질 형편이 못 된다. 고기는 더 이상 흙이나 야외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공장에서 나온다. 공장 사료를 먹고, 더 빨리 자랄 수 있도록 특별한 호르몬을 먹으면서 자란다. 병아리가
한 달도 안되어 어미 닭이 되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공장제품을 먹는 사람들의
똥은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것은 버려지는 것이고,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이 돼버렸다.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공잘 사료를 먹는다.
그들의 분뇨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진정 죽임이다. 다시
다른 존재의 먹이로 돌아가지 않는 끊어짐이야말로 살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물을
받아들이는 주체에게 있다. 동물은 비교적 식물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기氣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고기를 먹었을 때 그것이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정도는 식물보다 훨씬 크다.
어떤 고기를 먹는다면 그것이
담고 있는 기의 흐름과 체계도 같이 내 몸 안에 들어온다. 그래서 내 안의 기의 체계와 맞물려 돌아간다. 아니 기의 체계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 동물의 생활습성, 즉 업이라고
하는 것까지 내 몸 안에 들어온다.
고기를 먹으면 그에 상응해서
내 몸의 위장과 간 따위는 운영체계를 바꾼다. 그리고 고기의 기운에 따라서 내 몸의 기운도 변한다. 그러면 당연히 다음에 들어올 식사의 재료로 고기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일 고기를 먹는다고
할 때는, 해당 고기만이 아니라, 양념과 함께 사육과정까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느 철인가에 대한 시간적인 고려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름에 먹어도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여름에 불리한 고기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
(1) 일반적으로 먹는 고기
지금은 겨울이다. 겨울에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는 돼지고기이다. 우선 겨울철에는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는 것은 이롭지 않다. 그렇게 먹을 시에는 기도氣道가 약해진다. 겨울에는 삶아 먹거나 찌개로 끓여 먹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삶는
것은 해롭기 때문에 구워먹되,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짠 맛에 기본적으로 독을 막는 작용이 있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추장의 매운 맛이나 된장과 단맛 등은 피해야 한다. 돼지고기를 맵게 먹으면 위를 상하게 된다. 삼겹살 같은 경우는 몸의 독기를 씻어주는데 이 때문에 삼겹살을 먹은 다음날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일단 돼지고기는 여름 식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가 불에
익는 시간은 소고기보다 오래 걸린다. 그래서 여름에 고기를 먹으려면 반드시 불에 확실히 구워서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은 변증 음식으로는 새우젓이 있다. 그러나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는 생 고구마이다. 두 음식이
몸 안에 들어와 작용하는 기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사람들은 여름, 특히 복날에는 삼계탕을 즐겨 찾는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복’이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복伏이란
내 안에 있는 영靈이라는 마음기관이 엎드려 있는 것이다. 이런 날에 삼계탕과 같이 열을 발산시키는 음식을
먹어서 엎드려 있는 영에 자극을 주었다.
고기를 가지고 요리를 할
때는 가능한 양념을 적게 해서 단순하게 먹는 것이 좋다. 그 기준은 물론 각 지역별로 다르다. 더운 지방에서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별도의 처리를 하는 등 그 나름의 요리법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구체적인 요리에 대해서는
이미 시중에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줄이기로 한다.
(2) 수행자와 고기
수행자가 가급적 피해야
하는 고기가 있다. 특히 폐기閉氣 수련을 할 때는, 고황膏肓이
외부 음식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육식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몸
속에 풍을 일으키는 식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고기와
닭고기다. 그리고 참치를 제외한 등 푸른 생선이다.
닭의 고황은 사람의 고황과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몸 속에 들어와 기의 흐름을 깨버릴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은 풍으로 나타난다. 또 하단전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을
약화시켜 장이 탈장을 하거나 꼬일 수가 있다.
개고기는 닭과 반대로 사람의
고황과 너무 비슷해서 안 된다. 때문에 개고기는 고황을 조절하는 온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려 여름철에는
사람의 체온을 지나치게 올리고 겨울에는 반대로 지나치게 낮춘다. 겨울에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개고기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개고기의 기운 결은 사람의
그것과 가장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혼선을 일으킬 수가 있다. 물론 기운 결이 비슷하기 때문에 몸이 너무 허한 사람에게는 약으로 썼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영양이 과잉 공급되는 상황 속에서 힘이 좋아진다는 욕심에 개고기를 먹으면 어떤 후과가 따를
지 알 수 없다.
생선 류에서는 상하의 뼈가
같은 생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 흔히 등 푸른 생선이 여기에 속하는데,
뼈의 아래 위가 똑 같은 이러한 생선을 먹으면 대개는 닭과 비슷한 풍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고등어나 꽁치가
여기에 속하고 참치는 등이 푸르기는 하지만 예외로 친다. 등 푸른 생선 역시 닭과 마찬가지로 하중막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장이 약해지게 된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나, 수련을 하지 않을 때는 관계가 없다.
모울도뷔 제5호(2001. 0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