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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흩날리는 덕유산 겨울등반 글/사진: 이종원
발 아래 구름이 놓여 있는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올라 섰다. 두 팔을 펼치고 마음껏 하늘을 품에 안았다. 영하 20도나 되는 칼바람이 속살을 파고 들었건만 물리적인 온도는 내 치솟은 감동의 온도를 낮출 수는 없다. 오히려 솜털같은 구름이 나를 포근히 감싸주어 온기만 높여 준다. 시야를 낮추었더니 일망무제가 펼쳐진다. 한반도의 기둥 역을 하고 있는 백두대간이 파도마냥 일렁인다. 옳커니. 저 봉우리가 지리산 천황봉이구나. 그 맥은 반야봉을 거쳐 가야산을 스치며 적상산을 찍고 이 곳 덕유산에서 숨 돌리고 다시 속리산까지 내달린다. 두루말이 지도책은 멈추지 않고 하염없이 굴러가 백두산에 닿고 서야 그 흐름을 멈추겠지.
가을날 붉디붉은 단풍잎을 맘껏 뽐냈건만 추위앞에는 어쩔 수 없었다. 마른 잎을 떨구고 나서 그 화려함은 다시 오지 않을것만 같았던 나뭇가지는 하얀 눈꽃으로 갈아 입고서 또다시 변신했다. 덕유산이야말로 겨울여행의 천국이다. 서해바다의 습한 대기가 덕유산의 높은 벽에 부딪히며 눈을 뿌려댄다. 아랫동네는 쨍하게 맑았어도 이 곳만은 폭설이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덕유산의 가장 큰 매력은 상고대다. 상고대는 일종의 서리꽃이다. 산 아래 금강에서 피어 오른 습기는 안개가 되고 다시 산자락을 올라 추위와 싸우면서 나무에 얼어 붙은 설빙이다. 강은 산을 넘지 못했지만 수증기는 이곳까지 올라와 천년 주목에 붙어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강이 산을 넘지 못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강 따라 흘러 짠 바다물에 섞이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않는가. 그런 상고대 꽃은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 사이에 가장 많이 피어 있다. 주목과 구상나무는 주로 지리산, 태백산, 한라산등 명산에 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다. 그 나무에 더 귀한 상고대를 함께 볼 수 있음은 덕 많고 넉넉한 덕유산이 인간들에게 베풀어준 겨울선물이다.
아무리 명산이고 볼거리가 풍부해도 1m가 넘는 눈밭을 헤치고 정상을 밟기란 쉽지 않다. 덕유산에는 문명의 이기인 곤도라가 놓여 있어 설천봉(1,520m)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얌채 산행을 통해 겨울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곤도라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은 순백으로 바뀐다. 가끔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 몸체가 휘청거린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기쁘게 받아들이라. (왕복 1만원) 곤도라에서 내리면 설천봉 레스토랑이 나온다. 장작을 불태우며 온기를 나눠주는 난로가 있어 언 몸을 녹이는데 그만이다. 눈을 뒤집어 쓴 채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사람들이 묻는다. "정상까지 갈만합니까? 몇 분걸려요? 예뻐요?" "꼭 가보십시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꽃 터널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관광곤돌라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토일공휴일 오전 9시30분-오후 4시
망원경도 동태마냥 얼어 붙었다. 관졀염 걸린 할머니처럼 삐그덕
지금은 운행하지 않지만 설천봉 정상에서 산 아래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산맥이 공룡의 목줄기처럼 힘이 넘친다.
덕유산의 설경은 전국 최고이며 사진 매니아들이 자주 찾는다.
하늘을 수 놓은 눈꽃
향적봉으로 걷다가 바라본 설천봉 전경
백설로 가득한 설천봉
본격적인 산행이다. 영하 20도 추위를 견뎌낼려면 두둑히 옷을 챙겨 입고 아이젠까지 갖춰야 안심이 된다.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20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닿게 된다.
그러나 화려한 눈꽃터널과 오랜 세월을 지킨 주목나무가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영하 20도! 어찌나 추운지 입김에 안경이 얼어 손으로 닦아내기 바쁘다. 물론 카메라 랜즈까지 얼어 붙어 줌이 뻑뻑하게 돌아간다. 습기에 얼어붙은 화인더 역시 뽀얀 눈 때문에 보이지 않아 어떻게 사진을 찍어댔는지 모른다.
구상나무에 몽드러진 눈꽃은 포도송이가 되었고 철쭉에 살포시 얹힌 눈꽃은 순록의 뿔이었다.
바람이 일렁이면 철쭉에 내려 앉은 눈꽃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햇빛에 반사된 눈꽃이 보석처럼 윤이 난다.
눈꽃터널을 지나며
종이판지나 비료포대만 있으면 바로 천연 눈썰매장이 된다.
은세계가 장관이다. 날만 춥지 않으면 오래 오래 있고 싶은 눈꽃나라다.
향적봉 오르는 길
눈꽃 세계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이른다. 덕유산은 한라산, 지리산,설악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곤도라를 타고 올라왔기에 그 높이를 실감하지 못했지만 발아래 펼쳐진 파노라마를 보노라면 그 웅장함에 그만 기가 죽어버린다.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서쪽은 전북의 무주,장수 땅이 되고 동쪽은 경남 거창, 함양땅이 된다. 향적봉에서 백련사를 거쳐 구천동으로 내려오는 하산 코스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원 없이 설경에 취해 볼 수 있는 코스다. 백련사까지 2.5km만 가파르고 나머지는 완만한 트레킹 코스다. (향적봉에서 백련사 2.5km 1시간 30분소요/ 구천동까지 8.5km 3시간 소요)
맥은 어머님의 구겨진 한복 주름같다.
백두대간을 향한 사랑의 약속
향적봉 바로 아래 예쁜 산장이 둥지를 틀고 있다. '산악인의 집' 이라고 불리우는 향적봉 대피소에는 침실과 취사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숙박 가능 인원은 50명이며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이 바닥에 깔려 있고 침낭까지 갖추고 있다. 덕유산의 장엄한 일출이나 일몰을 보겠다면 이 산장에서 하루쯤은 신세 지는 것이 좋다. (1인당 7천원/063-322-1614)
구천동 33경은 나제통문에서 시작하여 덕유산 향적봉에 이르기까지 100리에 걸친 절경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구천굽이의 물줄기에는 담과 소 폭포가 이어진다. 나제통문은 높이 3m, 길이 10m. 암벽문으로, 옛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통문 동쪽은 본래 무풍현, 서쪽은 주계현의 땅이었는데, 조선시대에 합쳐서 무주현으로 통합했다. 통문을 경계로 동 ·서 두 지역은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풍습과 문물이 달랐기에 , 6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통문을 경계로 언어 ·풍습 등에 차이가 난다. 사투리만 들어도 두 지방 사람을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다. 백제의 집배원아저씨가 신라로 편지를 배달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기암을 타고 물줄기가 내려와 폭포를 만드는 월하탄을 시작으로 구천동의 절경들이 이어진다. 절경마다 안내판이 있으며 그 역사와 의미들을 음미하다보면 절경이 더욱 실감난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도망을 가다 덕유산 중턱에 와서야 안심을 했다는 안심대, 하늘의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 후 비파를 뜯으며 즐겼다고 하는 비파담, 발길 닿는 계곡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16경인 인월담이다. 인월화상이 절을 짓고 수도했던 곳으로 반석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구천동계곡을 거술러 올라가면 무주 33경중에 하나인 백련사가 나온다. 다포가 화려한 일주문의 현판은 월정사 조실이었던 탄허스님의 깃발체 글씨다. 그 옆 돌담안에는 소박한 석종형부도가 흰 눈을 머리에 이고 겨울 가기만을 기다린다.
덕유산 중심부 구천동 계곡 상류에 자리잡은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때 백련선사가 은거했던 곳으로 흰 연꽃이 피어난 곳에 사찰을 짓게 되어 백련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무주구천동 14개 사찰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찰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소복히 눈 덮힌 108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 시야에 들어온다. 추위에 지친 나그네에게 대추차를 건네는 비구승의 마음씀씀이가 혀끝으로 전해온다. 온통 눈밭인 절 마당에 발자국을 남겨본다. 못난 중생이 왔노라고...
덕유산 자연휴양림 명산 덕유산에 눌려 이곳 자연휴양림은 그리 사람이 많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한적하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낙엽송, 잣나무, 소나무등이 쭉쭉 뻗어 있고 그림같은 숲속의 집(17동)이 경사진 곳에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다. 창문 밖에 펼쳐진 설경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성인봉(1,056m)까지 등산로가 놓여 있으며 가문비숲이 일품이다. 문의: 063)322-1097
저 멀리 적상산이 보인다. 산길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명찰 안국사가 나온다.
무주리조트내의 웰컴센타다. 이곳에서 콘 도 check in을 한다. 무주리조트(220만평)는 알프스의 고원지대를 연상케 한다. 특일급호텔인 티롤호텔, 노천사우나와 눈썰매장이 있으며 국내 최고의 스키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설원을 나는 새같다.
명가-꺼먹돼지 참나무 장작구이 덕유산의 맛집인 명가집은 반찬부터 푸짐하다. 배추는 고랭지채소를 사용하고 밑반찬은 일일이 주인의 손길이 간다. 무주의 명물인 흑돼지 생고기만을 고집하며 참나무향이 은은하게 베여 있다. 2년 묵은 김치와 흑돼지 살코기로 끓여낸 김치 전골 맛도 일품이다. 버섯, 꼬막, 조림등 딸려 나온 반찬도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하이포크 생삽결 참나무 장작구이 9천원/생삼겹살 8천원/명가밥상 8천원/꺼먹돼지로 직접 만든 웰빙소세지 1만원/ 꺼먹돼지 돈가스 7천원 전화: 063)322-0909 /www.muju.name 무주리조트 삼거리에서 거창방면으로 800미터 좌측 구천초등학교 옆에 있다.
먼저 이곳에서 고기를 장작으로 굽는다.
덕유산 회관 무주리조트 입구에 위치한 고추장불고기·콩나물해장국 전문점이다. 주 메뉴는 고추장불고기(1인분 7000원)로
매운 양념과 살짝 데쳐낸 콩나물이 조화를 이뤄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을 없애준다. 메콤한 고기국물이 배인 콩나물이 별미다.
뜨끈한 콩나물해장국은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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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환상 . 환상 그 자체입니다. 역시 아름다운 우리 산하입니다. 많은 눈 때문에 고생 하셨을텐데 이렇게 편안히 사진으로 대하니 송구 스럽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아.. 좋다..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아~~~ 여행길의 즐거움이여.. 이 맛에 아마도 길을 나서지요..^^
2004년12월31~2005년1월1일 바로 이 코스를 헤메고 다녔다. 눈내린 장면이 바로 어제 같다^^* 그때 찍은 사진이 컴퓨터 고장으로 홀라당^^*~~~ 눈앞에 선합니다^^* 그런데 벌써 올해가 저물고 있다
정말 환상이야요 ~~ 저도 저 동화속 나라를 헤메인적이 있답니다.
그 눈이 녹기전에....어쩌면 여러분들을 콘도에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꿈은 이루어진다~~~' ㅎㅎㅎ^^*
어쩌면이, 드디어로 변하길......^^ 아.. 꿈도 야무진 데이지~^^
이이상 좋을수는 없는것 같네요..남덕유산 용추폭포가 있는 안성은 이다음에 제가 가서 살곳 입니다..남덕유산자락에 15년전에 마련한 야산이 있지요? 언젠가는 그곳에 넓다란 황토집을 지어 모놀님이 언제든디 쉬고가실 그런공간을 만들겁니다..기대해도 좋아요.. 무주안성이 레저기업도시로 확정이 되었잖아요..나도 꿈은
우~와,,설국의 멋진 조화.. 고생은 하셨겠지만, 가만앉아서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네요!!! 너무 멋집니다~~^^; 저는, 내년에나 한번 가봐야겠네요~~ㅎㅎ
음.....근사하다...진짜 멋지다......나두...가고 싶따.....
와우~~ 넘 멋져요. 나두 헤메고 싶다~~
아름다운 글과 사진속에 들어가 봅니다...여러번 읽어도 참 좋군요...저도 언제 가 볼수 있기를 기대하며...이종원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겨울 산행 좀 겁 나긴 하지만...꼭 가보고 싶네요..멋진 눈꽃,환상의 그 겨울을 보고프다~~
역쉬..덕유산은 4계절 멋진모습을 각기 갖고있다더니..전 초여름쯤 갔었는데...향적봉에서 주목과 함께 보던 모습이 넘 멋졌거드요...
겨울 눈꽃 멋지다.....가고 싶어..
우와와~~ 멋지당,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