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낳은 양 경한 시인 별세하다.
본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양 경한 시인이 2025년 1월 3일 별세하였다.
양 경한 시인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시인, 시조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소설가 등으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였다. 시집, 수필집, 시조집, 동시집, 동화집, 소설집, 전래동화집, 전기집 등 200 여권을 출간하였다.
수상으로 문학세계 문학상, 한국 아동 문학 작가상, 대구수필문학상, 한국 아동문학상, 중앙일보 시조 문학상 세계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집안의 대들보인 아버지가 어느 날 빈 소금 부대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통 고개를 못 가누시고
자꾸만 몸을 움츠리신다.
한때는 무청처럼 싱싱한 젊음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천하를 호령한 기세로 큰소리치던 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니 목 착 늘어뜨리고 고개 숙인
해바라기 신세가 되었다.
조만간 밥숟가락 놓을까 봐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쉬! 쉬! 우주가 숨죽인 채 겨우 몇 방울
툭!툭! 끊기는 오줌발에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말년에 요양병원에서 혼자서는 거동도 못 하시는
아버지 신세가 웬말인가
기골이 장대하고 마음마저 급하여 부부싸움으로
멀쩡한 그릇과 농짝들이며 가재도구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던 지난날들의 빛바랜
기억들이 안개처럼 희미하게 얼비칠 때마다
덧없는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양 경한 「흔들리는 아버지의 그림자」 전문
아버지의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묘사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양 경한 시인은 한국 문단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시는 섬세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서정적인 바탕에 함축과 비유, 상징을 중심으로 시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체험을 통하여 시적 미감을 살리고 있으며,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양 경한 시인은 돌아가기 전까지 문학에 전심전력하였다. 후배 시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영원한 안식처인 그곳에서도 좋은 작품 창작하시고 이루고자 했던 일 마음껏 누리소서
첫댓글 기력이 좀 엢어보이시더니 별세하셨군요
끝까지.행사에 참석도하시고 아름답게
생 을마감 하셨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유고집도 곧 나오겠네요
시집준비중이라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