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내시경학회 "소화기학회 포용적인 자세 필요" 촉구
대학병원 교수들과 개원의들간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의료계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제2차 추계학술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대한위장내시경학회 이근식 회장은 "이번 추계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로부터 갖가지 견제와 방해공작을 받았다"라며 소화기내시경학회의 포용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위장내시경학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내개협 장동익 회장도 "기존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학병원 교수들로 운영되다보니 그동안 개원가에 대한 문호개방이 너무 폐쇄적이었다"며 "대외적인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그대로 앉아만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개원의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정책들이 나올지 몰라 급기야 위장내시경학회를 창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이명희 총무도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학병원 교수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 '치료 위주'로 운영하고, 위장내시경학회는 개원의들로 구성된 점을 반영해 '진단 위주'로 운영해 나가면 될 것임에도 불구, 일부 의사들의 고립된 사고방식이 양 학회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회장 윤영범)와 대한위장내시경학회(회장 이근식)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회가 창립된지 10여년이 지났고, 대학병원 교수들로 운영되면서 학술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한 여타 학회보다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온 소화기내시경학회가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양 학회간 분열은 시작했다.
강진경 현 연세의료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을 당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개원가의 의견을 일부 수용, 임상례 500례, 학회 참석수 연 2회등 일정요건을 갖춘 약 2천명의 개원의들에게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했다.
그러나 위장내시경학회 회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내과의 경우 매년 600여명이 새로 개원가로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소화기학회는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개원의들에게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게 위장내시경학회측의 주장이다.
이에따라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을 놓고, 법적인 효력이 있느냐는 공방까지 벌어지게 됐다.
위장내시경학회측은 소화가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은 국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소화기학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전문의 '자격증'이란 용어 대신에 '인정'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소화기학회측은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개원의들은 똑같은 진료를 해도 전문의 자격증이 있고, 없고에 따라 '차등수가'를 적용하는 각종 정부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소화기학회가 대학병원 위주로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하자, 내시경 검사도 차등수가가 도입될 것을 우려하는 개원의 중심으로 위장내시경학회가 창립된 것이다.
이근식 회장은 "지난 2월 대한위장내시경학회를 창립하게 된 취지는 크게 2가지"라며 "첫째는 이론이나 학문이 아닌 개원가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임상 위주의 학술대회를 하기 위한 것이며, 둘째는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 유무에 따른 보험수가 차등적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나의 학회가 2개의 학회로 분열된 모습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니다"라며 "위장내시경학회는 언제든지 소화기내시경학회와 같이 갈 자세가 돼 있는만큼 소화기내시경학회도 같은 의사지만, 서로다른 특성을 안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