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나를 읽는 것 (10/11)
서삼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한다는 말인데요.
먼저, 텍스트 즉 책 내용을 읽고 다음으로는 책을 쓴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쓴 모든 필자는 그 당시의 사회 역사적 토대에 발 딛고 있습니다.
그 시대 상황에 서 있기에 시대정신에 의해 글을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마음과 생각까지도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생각과 마음가짐 또한 살피면서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독서는 ‘새로운 탄생’이라고 말하는가 봅니다.
진정한 독서는 삼독(三讀)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용을 읽고 아는 것만큼 그 책을 쓴 저자들의 상황과 마음,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신약성경의 복음서와 서신은 더욱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 그리고 활동하신 모든일들을
그 당시 상황에 비추어 읽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 성경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살피고 성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전원일기’라는 드라마를 모든 연령대에서 다시 보기 열풍이라고 합니다.
20년 가까이 방영되었고 그 드라마가 끝난 지 다시 20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대한 회상과 아련한 추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지요.
너무 가부장적이고 현실성 없어 보이는 대가족의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보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의 시대정신과 같지 않기에 그 드라마에 대해 혹평을 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될 수도 있겠죠.
이렇게 불과 2,30여 년 전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도 낯설기만 한데,
이천 년 전의 성경의 삶의 양태를 우리가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민족의 모습을 말이죠.
얼마 전 “이천 년 전에 부친 편지”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바울에 관한 책인데요. 아주 쉽게 쓰여졌습니다.
책과 설교는 모름지기 쉽게 쓰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 터라
좋은 책을 읽은 감동과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바울은 당시 이스라엘과 터키,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세워진 교회에 편지를 썼듯이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편지를 씁니다.
그들에게 보낸 편지가 곧 나에게 보낸 편지로 읽혀져야 한다는 말이죠.
힘겹고 좌절하기 쉬운 세상입니다.
예수님 당시나 바울이 활동하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는 흐르고 많은 것은 변하지만 고뇌와 고통은 소멸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를 고난 가운데서도 희망을 보도록 계속 격려하는
귀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나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며 성경을 읽어 나가면
그 안에서 삶의 지혜와 진리를 더 깊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