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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하다. ---------------------------------- 이동근/문숭리
지난해 10월말 전후로 농한기에 들어가기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필부의 본가에서는 우리나라 3대 고유 명절(설, 단오, 추석) 고유의 명절의 하나인 음력 설 전후로 농사일이 시작되었다. 우연치고는 봄이 시작된다는 2011 신묘년 첫 절기인 입춘이 설 연휴의 끝머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린 시절만 해도 대문이 있는 집에서는 그 집 어른이나 아니면 마을에서 서예를 할 줄 아는 분을 찾아가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이라고 크게 붓글씨를 써서 봄과 더불어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했었다. 그러나 요즈음 농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오히려 도시가정에서 단독주택 대문이나 아파트 출입문에 농경사회의 전유물이었던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해 버린채 그저 복을 불러들이는 의식차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리매김 한지 오래였다.
그러나 농업이 산업의 근간이었던 농경사회에서는 입춘은 농한기를 끝내고 한해의 그해 농사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준비를 시작하는 싯점이었던 것이었다.
논어(論語)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 日之計在於寅(일지계재어인) -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 年之計在於春(년지계재어춘) -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
- 生之計在於幼(생지계재어유) -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다.
필부의 본가에서는 매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기 보다는 이미 수년간 답습하고 있는 농작물을 윤작이라고 부르는 농작물을 같은 토지에 연이어 재배하지 않고(연작에 따른 병충해 면역성에 따른 방지책) 어느 밭에 무슨 작물을 심고 그해 기후조건을 예상하여 어느 작물을 추가하고 제외할 것인가 하는 단순한 계책정도이다.
필부가 어린 시절만 해도 충주지방은 삼원색(三原色, 빨간색-사과, 잎담배-노란색, 초록색-남한강)의 고장이라고 불리면서 그 중 건조하고 나면 노란색으로 대표되는 잎담배가 주요 작물의 하나였는데 현재는 사과는 보존차원 수준으로, 잎담배는 희귀작물로 전락하고 오로치 남한강 푸른 물만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고추가 주요 농작물을 차지하고 있다.
필부가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돌아 돌아 이제 귀향하여 수구초심하려는 행정명 마을이름이자 아마추어 소설가로 낙점하던 날에 필명인 문숭리는 복합농으로 살아가는 전주이씨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집성촌이다. 복합농이란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는 여러작물을 필요에 따라 재배하고 그 중 농가수입의 중심이 되는 농작물이나 가축을 집중적으로 하는 영농이라 할 수 있다.
필부의 본가에서는 고추농사가 농가수입의 절반정도 차지하고, 한우를 10여마리, 그리고 가타 작물은 자급자족을 넘어 다소 부가적인 수입이 될 정도의 중농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 중심이 되는 농작물인 고추농사가 제일 먼저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입춘이 지나자 마자 종묘판매를 하는 농약사에 금년에 재배할 만큼 고추씨 발아를 의뢰를 했다.
지난해에는 4단(1단이 300평 X 4=1200평, 1단에 생 홍고추 20Kg 100박스 기준, 박스당 농협 출하 예상금액 평균30,000원 선, 연 고추농사 총 수입 1200만원 예상, 인건비, 농자재를 제외한 실 수입은?)을 심었으나 필부가 8월초 귀향하여 수확을 거들었으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확을 했을 정도로 인력중심의 농사라 적기에 수확을 못하여 고생은 고생대로 하여 실 수입면에서는 소득이 형편이 없었는지라 금년에는 2단만 심고 알찬 수확으로 선별을 잘해서 작년 고추농사 2/3 수준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고추 품종도 남한 절반이지만 기후 조건이나 토질에 따라 다소 품종이 상이하고 그 품종명이 다양합니다. 내 고향 충청도에서는 명물, 홍진주, 청양, 배로따, 조생 에이스(금년 신품종), 조생 신탑등...
필부의 본가에서는 작년에 그런대로 수확에 무난했던 명물을 주축으로 신 품종인 조생 에이스와 한국에서 제일 맵다는 청양 고추와 더불어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내년 신품종을 시험삼아 일부 심기로 했답니다.
2011. 2.5 일 충주와 필부 본가 중간 지점인 주덕 농사마트라는 농약사에 고추씨 발아(發芽, 싹을 트움)의뢰하고- 명물 고추씨(1봉 단가 40,000), 조생 에이스(1봉 단가 60,000), 청양(?), 신품종(?).. 대략 53만원 ,밭으로 나가기 전 비닐하우스에서 묘를 키우는 상토(부엽토 비료질) 12포(20kg 포당 5000원) 구입 - 금일 2. 10 발아된 고추를 찾아와서 거실에서 일단 묘판에 씨를 부었습니다.
- 동영상에 나오는 고추묘판에 먼저 상토(부엽토, 낙엽, 톱밥을 발효시킨 퇴비..산에가서 파다 쓰던 것을 지금은 시제품을 사서 씀)를 넣고 물을 흠뻑 먹인다음 그 위에 발아된 고추씨를 한 판에 한봉(이론상으로는 가식할 적에 1200포기가 나온다는데 실제로 8-900포기)씩 깔아서 넣고 씨를 골고루 한알씩 분리되게 한 다음... 그 위에 다시 상토를 덮어서 20여일 보온을 하면 싹이 나옴니다. 그 다음 싹이 손 마디 정도 자랐다 싶으면 비닐하우스에 가식을 해서 고추 묘목이 될때까지 키웁니다. 그리고 마지막 밭에 옮겨 심으면 그 고추묘목이 자라서 고추가 달리는 것이지요 / 이 장면이 발아된 고추씨를 묘판에 넣고 쌍둥이 묘가 되지 않도록 이쑤시게로 정교하게 씨를 분리해 주는 모습입니다. 재래식 농법의 전형이고요. 경상도 지방에서 대량 고추묘를 파종 할때는 파종기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
그러고 나면 상당기간 싹이 자라면 다시 비닐 하우스에 포토라고 네모난 홈이 파진 묘판에 한 포기씩 이식을 하여 옮겨 싶습니다. 이를 가식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은 다시 그런 날에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거실에 표판에 씨를 뿌리는 모습까지만 보여드리고... 최종 수확과 판매과정까지 이야기로 남겨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낙엽이 지고 농한기가 시작되겠지요? 함께 가 보시지요. ㅎㅎㅎ
참, 필부 농사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시도 내지는 어깨너머로 차근 차근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랍니다.
고추농사는 큰 형님 일손을 도와 드리는 차원이고... 필부는 금년에는 대학 찰 옥수수와 야콘이라는 작물과 양봉을 1~3통 시작을 하고... 한 달을 기준으로 10일 정도는 농사일 돕기, 10일 농외 수입(현장 일), 10일 정도는 본업(글쓰기, 비 오는 날이나 현장일 휴무날에 )으로 삶을 영위하기로 했답니다. 필부 농사는 어디까지나 글쓰기가 본업이고 나머지는 부업차원입니다. 기본 필요 수입은 있어야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서 판매수입도 다소 있지만 생계를 감당할 정도가 아닌 것이 필부가 현재 명색이 작가이지 아마추어 농민소설가 지향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예술인에게는 정신이 먼저냐? 물질이 먼저냐?에 대한 우문현답이 절실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그 차이는 이런 것일지도... 금전적인 수입을 위해서 일을 하느냐? 일을 하니까 금전적인 수입이 생기느냐? 하는... 그 유명한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칼 막스에 의하면 토대가 상부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사람의 현실과 직업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지배한다는 것이죠. 예술가도 배가 고프면 의식주 앞에 예술을 팔아서 삶을 영위한다는 개념인데 우리 선조들의 선비정신은 굶어 죽을지언정 의식주를 위해서 자신의 학문이나 지성을 팔지 않았다는 것인데 필부는 아직 글을 쓰기 위해 3일을 굶어가면서 쓴적은 없답니다. 하루에 한끼 정도는 먹어보았는데 온 종일 굶어가면서 글을 써 본적이 없으니 선비정신이 빈약한 것이겠지요. ㅎㅎㅎ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금전적인 수입을 위한... 아니 순수한 금전적인 수입때문만에 일을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오랜 세월 의식주 번민의 한계를 넘어 토대가 상부를 지배하는 삶을 지양(志讓, 뜻을 접다)했기에 말입니다. 글을 쓰기위한 금전적인 필요성에 의하여 일을 하고 그 수입을 가지고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과 함께 마음의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살 것입니다. 이것이 필부가 지향(志向, 뜻을 둠)하는 진정한 농사입니다. ㅎㅎㅎ
2011.2.10. 내 고향 충청도 충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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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해도 대풍 농사 기원드립니다
농사야 그해 일기에 따라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지만 마음의 농사가 대풍이어야 하지요. 농사는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은 일인데 자긍심 없이는 흙에서 살 자격이 없을지도... 제가 남기려고 하는 마지막 농민소설이 현실의 농부들은 읽어보지 못할 것입니다. 농부들 가슴속에 희망이 남아있는 사람들만 읽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농촌이 변합니다. 현 농부들은 이제 구 시대 농업의 잔재로 남을지도...천천히 지켜볼 일이지요. 감사!
성님 속이 다 들여다 보이네요.
건강하시고 대풍작 기원합니다.
글구 소는 누가 키워요? 행복하세요!
소는 조카가 키움니다....큰 형님은 논농사, 밭농사 전담이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