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삼라만상은 모두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름을 통해서 사유합니다. 행복이라는 어휘를 모르면 행복을 생각할 수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눈(snow)이 없는 열대 사람들의 언어에는 눈이라는 단어도 없을뿐더러 그들은 눈을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에 한 어부가 처음 보는 고기를 잡았습니다.
이 어부는 임금님에게 가지고 가서 이름을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 사는 누구냐?"
"명천 사는 태서방이옵니다."
"명천사는 태서방이랬겠다, 그러면 명태라고 해라."
이게 명태라는 생선의 민간어원입니다. 그 태서방 덕분에 우리는 생태, 동태, 황태, 북어,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 젓 다 먹으면서도 고마운 줄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징어는 그 색깔이 검붉다고 해서 검을 오(烏), 붉을 적(赤), 오적어(烏赤魚)였던 것이 그 음이 변하여 오징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오징어는 한자와는 상관도 없는 새로운 이름이 되었습니다만.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구처럼, 오늘 아침은 저도 꽃이 되고 싶습니다.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누가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 떨기 꽃이 될 수 있다면!!!
여러분 모두 사랑하는 이에게 이름을 불러 주시고 그리고 한 떨기 꽃이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