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가 났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폭소
문희봉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대전에서 물난리가 나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의원들과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이 30일 공개됐다. 함께 있었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공개한 것이었다. 최 대표는 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자신이 공개한 사진 4장 가운데 ‘사망자 발생’ 소식을 전하는 자막이 찍혀 있는 사진 1장만 골라 삭제했다.
최 대표는 30일 오후 2시 43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럼회원과 박주민 이재정^^”이라는 글과 함께 4장의 사진을 올렸다. 최 대표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최 대표와 다른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 사진이었다. 1장은 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고, 나머지 3장은 탁자에 최 대표와 민주당 박주민·이재정·김남국·김승원·김용민 의원, 그리고 황운하 의원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이 3장의 사진 속 최 대표 자리 뒤에 걸려 있는 TV에서는 대전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특보가 나오고 있었다. “대전 침수 아파트 1명 심정지…원촌교·만년교 홍수 경보”라는 자막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대전은 29일 저녁부터 30일 오후까지 쏟아진 비로 주택가 등이 침수되고 1명이 숨졌다. 그러나 사진 속 의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포즈를 취하거나, 크게 웃고 있었다.
30일 오후 이 사실이 보도되자 최 대표는 오후 7시 8분 4장의 사진 중 1장을 삭제했다. ‘1명 심정지’ 소식이 자막으로 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크게 웃고 있는 사진만 골라 지운 것이다. 그 결과 남은 사진만 보면 의원들은 그저 대화를 나누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은 것처럼 보이게 됐다.
황운하 의원은 당시 TV에 물난리 뉴스 나오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황 의원은 논란이 일자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팩트를 교묘하게 억지로 짜 맞춰서 논란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의 수준이 낮아 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원 모임에 간 것이지 TV뉴스를 보러 간 것이 아니다. 당시 TV에 물난리 뉴스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지역구에)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는 모든 모임 활동을 중단하고 표정은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고 했다. 의원의 말치고는 상식에 어긋난 말이다. 이런 사람이 대전의 의원이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처럼회 모임에 갔는데 기념사진을 찍자고 웃어달라 했다.”며 “대전 물난리는 알았지만 웃어달라는데 안 웃어줄 수도 없는 거 아닌가. 당시엔 TV에 무슨 뉴스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회의를 했다. 그게 왜 물난리와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황 의원은 “오전 10시에는 행정수도 이전 토론회에 참석해야 했고, 상점가연합회 회장을 면담한 뒤 본회의 일정까지 마치고 대전에 내려온 것”이라며 “물난리가 있다 해서 의정활동을 전면 취소하고 대전에 내려와야 되는가?”라고 덧붙였다. 의정활동도 의정활동이지만 지역구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8월 초하룻날 대전시내를 돌아보았다. 황 의원 지역구를 주로 돌았다. 상황은 목불인견이었다. 그런 상황인데 그는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지난 번 받은 세비라도 보태서 지역구민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진이 올라오니 변명으로 일삼는 행동보다는 진정으로 지역구민을 사랑한다는 인상을 지역구민들에게 심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