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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전문경영인 10인의 리더십
요즘처럼 골프장 영업 환경이 급변하는 전환기에는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특출 난 골프장 대표와 총지배인. CEO의 노하우는 어디에 있을까? 골프장의 스타급 전문 경영인의 자질과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글_남화영
>> 젊고 과감한 마케팅 실험자 : 360도 고재경
경기 여주의 퍼블릭 360도컨트리클럽(CC)은 지난해 말 개장 이후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골퍼가 치는 타수만큼 그린피를 내는 것이다. 70타대를 치면 10만원 안쪽, 100타 이상을 치면 14만원까지 낸다. 1타에 1300원꼴이라서 골퍼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요즘처럼 새롭고 튀는 아이템이 필요한 시대에 고재경 총지배인(52세)은 적임자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6년 전인 1986년 삼성그룹 계열사 중앙개발에 입사, 조경 팀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건국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것이 계기였다(나중에 조경기사 1급 자격증까지 땄다). 이후 그는 골프장 업무를 다양하게 거쳤다. 사원 시절엔 에버랜드 조경 팀에서, 대리 때는 서비스 교육 팀에서 내공을 길렀다. 안양베네스트 서비스 운영팀장을 할 때는 국내 최초로 골프장 전용 전산시스템인 ‘홀인원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에버랜드가 9홀 퍼블릭 글렌로스GC를 조성할 때는 공사에서부터 개장 후 지배인으로 운영까지 도맡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9홀 퍼블릭이지만 회원제 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이름났다. 그 뒤 일본 유학을 떠나 1년간 120여 개 골프장을 견학하고 돌아왔다. 한국보다 항상 앞서 진행되는 골프장의 운영 노하우를 배워 우리 실정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국내에 복귀한 뒤로 영업기획 팀을 이끌면서 골프장 운영에 관한 매뉴얼화, 미래 골프 시장 변화에 대비한 신규 사업 아이템 발굴(수탁관리와 컨설팅), 신설 골프장 사업성과 타당성 검토, 해외 골프장 시장 분석을 통한 공동 마케팅 추진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후 가평베네스트골프클럽(GC) 지배인으로 부임해서는 골프장 개장 이후 최다 입장객과 최대 흑자를 실현하는 성과를 이뤘다. 그런 뒤에 외주 경영을 맡았던 골프클럽Q안성 지배인을 끝으로 에버랜드를 떠나 지난해부터 360도에 정착했다.
그는 최근의 골프장 영업환경 변화에 고민이 많다. “1차 외주화를 통해 다양한 경영개선 활동을 했다. 다음 단계는 원가절감이 골프장 경영의 핵심이다. 이웃한 골프장 캐슬파인과 손잡고 공동 구매나 셔틀 운영, 중장비의 공용화, 취수원 확보에 공동 보조를 하고 싶다. 이제는 찾아 오는 손님만 기다릴 게 아니라 주변 골프장과 연대해 골퍼가 많이 오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손님을 찾아갈 때다.”
※ 글 싣는 순서 가나다순
고재경의 리더십
이제는 찾아오는 손님만 기다릴 게 아니라 주변 골프장과 연대해 골퍼들이 많이 오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때다. 동시에 골프장은 점차 원가절감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 골프계 아이디어 뱅크 : 아시아드 김헌수
골프장 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튀면서도 깜찍한 이벤트와 서비스로 주목받는 이가 김헌수(61세) 부산 아시아드CC 대표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82년 안양베네스트GC 총무과장으로 발령받으면서 골프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부산 동래베네스트 지배인, 경기CC 전무를 거쳤고, 경기 파주 서원밸리로 옮기면서부터는 대표를 맡았다. 이어서 중국 제너시스, 순천 파인힐스, 고성 노벨CC 대표를 지내고, 지난 7월7일부터 아시아드CC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8개 골프장에서 경력 30년이 넘었고 대표만도 5번을 지냈다.
그는 부산시가 대주주인 부산관광개발에서 제5대 대표로 선임됐다. 부산시 간부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가 맡아오던 대표 자리에 골프장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가 민간에서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이고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된 사람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발탁한 사례다.
그는 별명만큼이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동래베네스트의 벚꽃축제나 서원밸리의 그린콘서트 등이 김 대표가 있을 때 추진된 이벤트들이다. 발명도 했다. 벙커 안에 있는 고무래를 자주 쓰니까 잡기 쉽게 손잡이를 구부린 고무래로 실용신안을 냈었다. 코스에 비 관리지역을 자연스럽게 늘려나가 관리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최초이다시피 시도했다. 연고가 없던 순천 파인힐스로 가 7년간 근무하며 ‘기분 좋은 골프장’, ‘아름다운 코스’, ‘인정 많은 사람들’을 목표로 순천에서 가장 이름난 코스로 변모시켰다. 고성의 노벨로 옮겨서도 김헌수표 서비스를 펼쳐서 전라도 고객이 그를 따라 노벨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노력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골프전문인협회로부터 ‘2011 대한민국 골프산업대상’ 경영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말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그가 근무하는 집무실은 ‘사장실’이 아닌 ‘창조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안에는 벽에 캐디와 회원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고, 각종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발명가의 연구실 같았다.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한마디로 ‘속옷 경영론’이다. “일류 서비스는 속옷 같은 거다. 입은 것 같지 않고 티 나지 않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우리 골프장에 온 손님에게 ‘골프장 좋다’라고 칭찬받는 것보다는 그가 다른 골프장에 갔을 때 ‘전에 그 골프장이 좋더라’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지향한다.”
아시아드에 부임한 지 한 달만에 벌써 골프장 비전을 ‘익사이팅 아시아드 Exciting Asiad’로 정했다.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 골프 대회를 치렀던 골프장이다. 예전의 그 명성을 살려서 이곳을 서비스 천국으로 만들겠다.” 더운 여름날 골프 라운드 하는 골퍼를 위한 시원하고 다채로운 서비스를 익사이팅 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김헌수의 리더십
일류 서비스는 속옷 같은 것. 입은 것 같지 않고 티 나지 않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이 골프장에 온 손님에게 ‘골프장 좋다’라고 칭찬받는 것보다는 다른 골프장에 갔을 때 ‘그 골프장이 좋았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 시스템 구축의 마법사 : 스카이 72 김영재
“스카이72를 찾는 연간 35만명의 내장객 중 2회 이상 재방문은 2만3000명 뿐이고 그들이 전체 매출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재방문 고객을 잡지 못하면 벼랑 끝에 서는 것이다.” 김영재 대표(52세)의 속사포 같은 얘기가 쏟아진다. 그는 성별, 연령별, 요일별, 시간대별 고객 분석 데이터는 물론 성향까지 줄줄 꿰고 있다.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시알엠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분석 자료나 캐디와 전직원이 올리는 1000여 건의 브이오시 VOC(Voice of Customer)를 읽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린다. 오픈 초기부터 기존 홀인원 영업 시스템에 스카이72만의 항목 입력, 분석, 추출 기능을 추가 개발해왔고 덕분에 고객 성향에 맞는 영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대표적 예가 티 카드 TEE Card 도입. 티 카드는 스카이72 마니아를 만들어내고, 이들은 또다시 엠브이피 MVP나 ‘짱가 클럽’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1년에 100회 넘게 찾는 브이브이아이피 VVIP로 거듭나게 된다.
스카이72는 국내 최초로 붕어빵, 아이스크림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200여 가지의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해내어 ‘펀 Fun 마케팅’, ‘감성 마케팅’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그 이면에는 치밀한 고객 분석과 시스템화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고객 만족 서비스의 개발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김 사장이 골프장 운영에 있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를 꼽으라면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창조 Creative’,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시스템 System’.
“의사 결정권자에게는 크리에이티브 Creative가 가장 중하다. 하지만 결과물을 만드는 건 조직이다. 조직은 곧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은 막힘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행력을 극대화한다.” 시스템 구축의 밑바탕에는 커뮤니케이션이 모세혈관처럼 깔려 있다.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중 하나가 커미티 Committee다.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캐디 커미티나 식음 F&B 커미티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의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마케팅 커미티, 내장 고객과 직접 대면해 얘기를 듣는 여성 고객 커미티 등이 있다. 여기에 서비스 전문가의 미스터리 쇼핑 Mystery Shopping까지 다양한 사람의 총천연색 의견을 여과 없이 직접 듣게 된다.
그는 가차없이 말한다. “말단이라도 팀장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이견을 제시하고 수정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없다면 그 조직은 그날로 끝이다. 창조적 아이디어조차 시스템 속에서 나온다.”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가능하다는 것. 그는 대표실 뿐 아니라 전화,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다 열어놓는다. 한 명의 생각조차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공식 의견 개진 루트 또한 매우 간편하다. 그룹웨어 안에 수시 제안을 올리면 담당 부서 직원이 검토한 후 즉각 시행한다. 자동차 쿨링 서비스는 제안 이틀만에 시행됐다. 프론트 직원에게 부여한 월 10만원의 고객 서비스 재량권도 이슈다. 덤 서비스나 영화 티켓, 책을 선물하는 것도 상관없다. 프론트 말단 직원의 예상치 못한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감동하게 되고, 스카이72를 가슴에 품게 되는 것이다. 글_장수진
김영재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DNA로 삼자. 결국은 그래야 이익과 수익이 돌아올 것이다. 그냥 기부하고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을 통해 스카이72의 브랜드 미션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상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 사심없는 인화 경영 : 화산 박순백
지난 96년 경기 용인에 개장한 화산CC의 박순백(66세) 대표는 개장 때부터 CEO를 맡아 16년간 한결같은 코스 품질과 회원제 골프장의 품격을 유지해온 장본인이다. 화산의 그린이 빠르기로 유명하고 항상 칭찬을 듣는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간명하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코스 관리에 돈을 아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너의 명문 코스를 만들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와 운영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오늘날 화산을 만들었다.”
본지의 ‘베스트 코스’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2011년 6위)에 드는 화산은 특별한 마케팅을 하는 골프장이 아니다. 정적이고 조용하다. 그는 튀는 스타일이 아니거니와 색다른 이벤트도 하지 않는다. 본지를 제외하고는 어느 잡지나 신문이건 그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적도 없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CEO라는 것도 아는 사람만 안다.
젊은 시절 영국에서 살며 그곳의 전통 있는 회원제 골프장을 경험한 것이 그가 오늘날 화산을 정통 회원제 골프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화산의 모든 결정은 회원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내린다. 그는 전체를 조화하는 역할만을 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오너가 나를 신뢰하듯 내가 직원을 믿으면 된다.”
그는 많은 일을 현장의 실무 직원에게 위임한다. 그 바탕에는 ‘사심 없음’이 있다. “16년 동안 무수한 판단과 결정을 했지만 한 번도 화산에 해가 되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 오너가 만든 코스의 철학과 회원을 위한 코스 관리를 개장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내고 있는 것이 화산의 경쟁력이다. 많지 않은 직원이지만 장기 근속자가 많고 화산CC에 항상 좋은 평판이 나오는 바탕에는 인화 人和 리더십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십이라고 특별한 게 없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지만 우리는 회원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키고 관리를 더 잘 하는 정도다.” 항상 겸손함이 배인 말투에 넉넉한 인품도 그의 리더십의 큰 요소다.
“오너가 나를 신뢰하듯 내가 직원을 믿으면 된다.” 박순백
박순백의 리더십
6년 동안 무수한 판단과 결정을 했지만 한 번도 화산에 해가 되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 오너가 만든 좋은 코스의 철학과 회원을 위한 코스 관리를 개장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유지해오고 있다.
>> 대회용 코스 세팅 : 우정힐스 이정윤
85년 코오롱에 입사해 95년부터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일해온 이정윤(54세) 총지배인은 한국의 토너먼트 코스 세팅에 관한 1인자다. 지난 03년부터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을 우정힐스에서 시작하면서 그는 매년 한국의 최고의 대회 코스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끊임없이 코스를 개선해왔다. 존 댈리가 6언더파로 우승한 이듬해부터 해외 메이저 대회의 코스 세팅을 면밀하게 연구했고 이를 우정힐스에 적용해나갔다. 04년 회원의 불만을 무릅쓰고, 혹은 설득하면서 몇 개월 전부터 코스 세팅에 들어갔다. 페어웨이 폭을 좁히고 주변 러프를 길러서 잘 친 샷과 못한 샷의 변별력을 높였더니 초청 선수로 온 어니 엘스가 ‘US오픈보다 폭이 좁다’며 혀를 내둘렀다.
05년 대회 때는 비거리가 길어진 장타자에 대처하기 위해 파5 11번 홀을 파4로 만들어 국내 최초로 파71 코스로 대회를 치렀다. 이후 매년 한국오픈이 열릴 때면 5개월 전부터 우정힐스는 조금씩 토너먼트 세팅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의 기량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에 발맞춰 대회 코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난이도를 가릴 수 있는 세팅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제는 국내 남녀 프로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 관계자가 우정힐스를 찾아와 코스 세팅과 대회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평하던 회원도 이제는 한국 최고의 대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게스트를 초대할 때도 자랑하며, 대회 때는 자원봉사자로 자발적으로 나선다.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사이에 보경로 步徑路를 만들어 선수들이 아침 이슬에 젖지 않고 지나도록 한 것이나 파71 대회 코스를 열었고, 매년 조금씩 코스를 변화시켜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맞춰 코스 난이도도 조절했다. 매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우승하다보니 한국오픈은 세계에서도 관심 갖는 골프 이벤트로 성장했다. 그것 역시 우정힐스가 세계 100대 코스에 처음으로 선정되는 데도 기여했다. 올해 이 지배인은 그린 잔디 교체작업을 시작했다. “팬크로스에서 시와이 CY2를 파종했다. 개장 20년이 되다보니 자꾸 눕는 경향이 있어서 서서히 벤트그라스 중에서도 좀 더 나은 품종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그는 팔방미인형 리더이기도 하다. 대한골프협회 선수강화위원을 11년째 맡고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는 직원 수가 감축되자 그가 직접 1종 대형면허를 따서 직원 출퇴근 버스를 몰기도 했다. 생활체육지도자 2급 자격증에 코스 관리 전문가(그린키퍼) 자격증까지 가졌다.
이정윤의 리더십
한국 최고의 대회 코스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끊임없이 코스를 개선해왔다. 국내 남녀 프로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 관계자가 우정힐스를 찾아 코스 세팅과 대회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했다.
>> 발상과 직원 존중의 전략 : 윤승호
지난 07년 부임한 윤승호(64세) 부산CC 28, 29대 이사장은 지난 6년간 수많은 개혁을 단행했다. 최근 급증하는 신설 코스 사이에 ‘올드 코스’라는 이유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마케팅 혁신이었다.
처음엔 09년까지 2년 여에 걸쳐 좌우 그린을 모두 시와이 CY2 초종으로 교체했다. 종전까지 세포아풀이 그린을 점령해서 퍼팅할 때 불평이 종종 있었다. 윤 이사장은 몇 개 홀은 티잉 그라운드를 신설하면서 변화를 주었다. 또한 카트길 사이로 종종 보이던 맨땅과 플라스틱 받침대를 다 없애고 잔디가 안착하도록 했다. 예전엔 답압이 생겨 인조 잔디용 플라스틱이 필요했으나 최근 등장하는 신설 코스 사이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는 2010년 7월부터는 회원 카트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파격을 단행하기도 했다.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니까 작년 4월부터는 회원의 음식값을 절반으로 내리는 역발상의 전략을 폈다. 그랬더니 내장객은 오히려 더 늘었다. 몹시 춥던 지난해 겨울 골프장을 찾았을 때 영하의 날씨였음에도 71팀이나 예약이 차 있었다.
부산CC는 55년의 역사에 회원의 입김이 센 사단법인 코스지만 그가 펼치는 마케팅은 과감하면서도 첨단을 넘나들었다. 국내외 골프장과 자매결연을 맺어 회원 교류를 하고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펼쳤다. 서울한양 회원에게는 1년에 14일 회원 대우를 해준다. 심지어 외국으로 일본, 중국 골프장과 연계되어 있어 평일 상호 회원 대우를 해준다. 엘리시안제주, 라온, 롯데스카이힐제주CC의 회원과 가족 회원에게는 상호 할인한다. 에어부산과도 제휴를 맺어 부산과 후쿠오카 간 항공편에도 할인한다. 할인 폭이 다양할수록 내장객은 늘었다.
이곳 파3 홀 티잉 그라운드에는 홀인원 팻말이 여러 개 붙어 있다. 4개의 파3 홀에 홀인원 상품이 총 18개다. 회원 뿐만 아니라 비 회원 홀인원 상품도 많다. 스폰서가 많이 붙는다는 얘기는 그만큼 좋은 내장객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한 해 다른 골프장은 매출 감소로 힘들었다지만 부산CC는 오히려 늘었다. 윤 이사장의 리더십으로 인해 06년 4억600만원이었던 순이익이 4년 뒤인 10년엔 12억900만원이었다. 35억원이었던 적립금이 3배 수준인 105억원으로 늘었다. 창사 이래 최대 성과였다.
지난해 말 부산CC의 스타트하우스에는 노사화합 선언문이 붙어 있었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렸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부산시와 국세청에서 ‘우수납세 법인’으로 선정된 기념이다. 그는 직원의 자존심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회사가 잘 되려면 회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충성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의 급여나 상여금을 ‘경비’가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고 지난해 분기 별로 특별 상여금까지 지급했다. “비 오는 어느 날 주변 골프장이 모두 문을 닫을 때 우리 직원들은 영업하더라. 그날 한 팀인가 제외하고는 전부 라운드 했다. 그건 우리 직원의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나는 동기부여만 하고 직원이 알아서 한다. 직원의 역량은 그때 나온다.” 그는 부임 후에 클럽하우스 프론트 상단에 ‘이사장 재실중’이라는 램프를 설치해 집무실에 있으면 불이 켜지도록 했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이사장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나는 동기부여만 하고 직원이 알아서 한다. 직원의 역량은 그때 나온다.” 윤승호
윤승호의 리더십
‘회사가 잘 되려면 회원 뿐만 아니라 직원의 충성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의 급여나 상여금을 ‘경비’가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고 지난해 어려움이 예고되는 가운데도 분기 별로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
>> 솔선수범하는 코스 개조자 : 스카이밸리 이정호
경기 여주의 스카이밸리 이정호(58세) 대표는 ‘헌집 고치는 사람’이라고 농담 삼아 말한다. 지난 93년 한솔그룹의 오크밸리에서 시작해 클럽700CC를 인수하면서 본부장으로 일하다, 하이트에서 인수해 블루헤런GC로 바뀌면서도 대표를 지냈다. 블루헤런에서 이 대표가 공사를 진두지휘하며 3년에 걸쳐 일궈낸 코스 리노베이션은 수작 秀作으로 꼽힌다. 07년엔 여주C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여주는 75년 개장한 올드 코스로 재단과 이사 간의 분규와 소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부임 이후 그는 과감하게 골프장을 개혁해 나갔다. 홍두표 여주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첫 번째 한 일이 카트도로 공사였다. 예전 사장은 20억이라고 말했다. 다음에 온 사장은 10억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 사장이 와서 3억6000만원에 해치웠다. 불도저 포크레인이 지나가고 나면 자신이 직접 나서고 골프장 직원이 다 달려들어 일궈내더라. 실비용밖에 안 들었다.”
부임한 이듬해 골프장이 쉬는 동계 시즌을 이용해 한 개의 코스를 고쳐놓더니 다음해는 또 한 개의 코스를 대폭 늘려놨다. 투 그린을 원 그린으로 바꾸고 홀 사이에 계류를 조성했다. 역시 3년에 걸쳐 마지막 코스까지 리노베이션을 완료했다. 회원들은 그의 실용적이고 뚝심 있는 개혁에 혀를 내두르며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회원은 봄에 코스를 찾았다가 잘못 온 줄 알고 확인하러 프론트로 뛰어들었다는 일화도 생겼다.
그는 지난해 말 36홀 코스인 여주 스카이밸리로 옮겼다. 이제 8개월 여를 지난 지금 늘 그러하듯 코스를 조금씩 바꾸고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코스는 레이아웃과 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지금도 사소한 건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 공사 비용을 따지고 있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는 전문 코스 설계가가 아니고 토공 기술자도 아니다. 하지만 세계 100대 코스, 500대 홀의 사진과 다른 골프장 중에 공사를 잘한 곳을 벤치마킹 하며 스스로 리노베이션 공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올해 말이면 비수기를 이용해 코스를 더 새롭게 고쳐나갈 것이다.
일주일을 매일같이 근무하며 하루 중 대표 자리에 앉아 결재하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일까 싶다. 항상 코스 안에서 ‘뭘 고칠까, 어떤 점을 개선할까’를 고민한다.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있는 곳에서는 게으름 피우는 직원이 없다. 올해 스카이밸리는 더 많이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
이정호의 리더십
코스는 일단 레이아웃과 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지금도 사소한 건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 공사 비용을 따지고 있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 이론과 현실의 결합 : 레이크우드 이종화
골프장 CEO 중에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 이종화(59세) 대표만큼 문무 文武를 겸비한 이는 없을 것이다. 경영학 박사(전주대 대학원), 체육학 박사(한체대 대학원)에 신학 박사(한신대 대학원) 학위까지 3개 분야의 박사에 유도 6단, 태권도 5단, 합기도 7단, 용무도(용인대에서 만든 한국형 무술) 7단, 격기도(레슬링과 태권도를 융합한 무술) 7단을 합치면 무술이 32단이다. 우리나라 전체 CEO 중에도 이 정도 무술의 소유자는 없다.
이 대표는 78년 옛 명칭인 로얄컨트리클럽에 말단 사원으로 들어와 중간에 한두 번 계열사 파견 근무를 한 것을 빼면 근속했다. 91년에 이사, 2000년에 전무로 승진했고, 입사27년5개월 만인 05년 11월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골프장 이름을 레이크우드로 바꾸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 선수를 했고 고등학교를 과락하면서 4년 만에 힘들게 졸업했다. 용인대 유도학과를 나와 중학교 체육교사를 1년 정도 하다가 골프장에 들어왔지만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골프장에 들어온 이상 사장을 꿈꿨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했다. 그는 골프장에서 가까운 경희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편입했고 그 뒤론 무섭게 공부했다. 79년에 석사를 따고, 전주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는 제주도의 호텔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수업 받으러 오갈 정도의 열정을 보였다.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따고나서는 대학 때의 전공인 운동의 원리를 보다 잘 깨우치기 위해 체육학을 파고들었다. 젊은 시절 기독교를 접한 그는 현재 서울 중계동의 빛과소금교회 장로인 독실한 신자이기도 하다. 그러다 신학까지 학문적으로 접근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이토록 공부에 몰두하는 건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기 위해서다. 골프장이 잘 되던 10여 년 전부터 그는 마케팅 팀을 신설했고, 일반 기업체처럼 고객 만족 경영 개념을 골프장 운영에 도입하고 운영 자문 위원회를 통해 골프장 살림을 회원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경영 실무에는 유도의 운동 원리를 접목했다.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고 정신 무장이 잘 되어 있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가 추구하는 마케팅은 성경에 있는 모세의 리더십을 응용했다. “앞으로의 마케팅이란 손님을 찾아다니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처럼 따라가지 말고, 이끄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하루에 평균 4시간을 자면서 20시간을 알차게 보낸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새벽기도로 일과를 시작한다. 남들보다 3배는 더 쪼개서 생활한다.
이종화의 리더십
앞으로의 마케팅이란 손님을 찾아다니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지도자 모세처럼 따라가지 말고 이끄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 전통이란 가치를 심다 : 남서울 최태영
경기 성남의 남서울CC는 ‘올드’보다는 ‘전통’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데 더 주력한다. 그리고 전통을 세우는 중심에는 최태영(62세) 대표가 있다. 71년 골프장이 개장할 때 말단 직원으로 들어와 41년간을 근속하고 있으며, 01년부터는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근속만 한 게 아니라 일년 내내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 78년 결혼했는데 이듬해 1년간 딱 이틀을 쉬었을 정도다. 코스 설립자가 한국 근대 골프의 기틀을 닦은 허정구 회장인만큼 ‘전통’을 코스의 의미 있는 가치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남서울은 매경오픈과 한국아마추어선수권이 매년 열리는 곳이다. 지난 04년 코스 리노베이션을 할 때 그는 일본까지 가서 설계자의 원 설계도를 참고했다. 애초의 설계 철학을 살려서 투 그린 시스템도 일부러 유지했다. 올드 코스가 리노베이션을 할 때면 예외 없이 원 그린으로 바꾸는 추세를 따르지 않았다.
“골프장 입구에 ‘남서울칸트리구락부’라는 글자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누군가 그런 구식 이름을 왜 아직 쓰냐고 그랬다. 하지만 옛날에 즐겨 쓰던 흔적과 자취를 없애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묻고 싶다.” 남서울은 클럽하우스 2층에 메모리얼룸이 있다. 설립자인 허정구 회장이 쓰던 클럽 세트가 있고, 벽 한 면에는 전체 회원의 스코어보드가 목판에 새겨져 있다. 오랜 회원은 나무가 세월을 지나면서 색이 바래 거무스름해졌고, 신규 회원의 명패는 새 나무라서 반질거렸다. 그리고 라커룸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71년 개장 때부터 쓰던 의자’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을 하면서 다른 건 다 버렸지만 라커룸 의자만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남서울 음식 중에도 우윳빛깔의 설렁탕 육수는 41년간 유지되고 있다. 1주일 육수를 사용한 뒤 5리터 정도 남긴다. 그 남은 육수에 새 사골과 물을 넣어 1주일 뒤 다시 육수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개장 이래 한 번도 육수의 대가 끊이지 않았다. 남서울은 사람들도 전통이 있다. 초창기 직원이 6명이나 남아 있다. 최 사장은 매년 겨울이면 퇴직 직원과 캐디 초청 행사를 열어준다. 그래서 그의 골프장 운영 노하우는 이심전심 以心傳心 리더십이다. “20년 넘게 함께 일하는 직원이니 일일이 말 안 해도 눈빛만 봐도 서로 잘 알아서 한다.” 그 역시 남서울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최태영의 리더십
매년 겨울이면 퇴직 직원과 캐디 초청 행사를 열어준다. 운영 노하우는 이심전심이다. 20년 넘게 함께 일하는 직원이니 일일이 말 안 해도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서로가 잘 알아서 한다.
>> 그린키퍼 출신의 대표 : 킹스데일 현재열
충북 충주의 신설 코스 킹스데일골프클럽(GC)의 현재열(61세) 대표는 79년 용인자연농원 식물원에 입사한 뒤 그해 경주관광개발 공사가 경주신라CC를 만들면서부터 코스 관리 직원으로 골프장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엔 코스 관리라 해도 요즘처럼 전문화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안양베네스트에 일본에서 잔디 전문가가 와서 교육한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 배우러 다녔다.
91년 뉴서울CC로 옮겨 코스관리부장에다 총무부장을 겸임하면서부터 업무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후 그가 가는 곳은 주로 시공이나 개장과 관련된 골프장이었다. 코리아CC에는 건설본부장을 맡았고, 대구CC로 옮겨서는 관리이사를 맡았다. 2001년 파미힐스에서부터 본부장으로 올라 CEO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경주신라, 청도그레이스, 홍천CC를 이어 시공하고 개장에 이르는 초기의 관리를 맡았다.
그린키퍼 출신으로 골프장 대표를 맡고 있는 이는 그 외에도 경남 거제 드비치의 최병호 대표, 경기 안양베네스트의 김호철 지배인 정도다. 코스와 잔디 전문가가 대표로 있으니 킹스데일의 코스 관리와 시공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골프장 매출의 70퍼센트가 그린피 수입이다. 따라서 코스는 단순히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상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잔디나 수목 관리가 생물체를 죽지 않게 관리하는 게 아니라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차원이다. 요즘의 골프장은 거의 평준화되었다. 어느 코스 책임자가 좋은 상품을 만드느냐를 가지고 싸우는 상황이다. 누가 고객의 요구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관리자라면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에게 있어 골프장 운영은 좋은 코스 관리가 상품을 생산하는 핵심이고, 타 부서는 좋은 상품 생산을 돕는 개념이다.
그는 앞으로 골프장 영업 환경이나 고용 구조가 점차 인력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쓰는 구조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정 직원이 30명이 안 된다. 경비, 청소, 안내 라커 모두 외주다. 앞으로는 시설 근무 관리도 외주로 가는 추세다. 골프장의 대표 상품인 코스 관리도 분리된다. 티와 그린 등 고객이 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에는 전문적인 관리와 숙련된 기능이 요구되는 곳은 정 직원이 필요하지만, 그 밖의 단순 작업에는 외주가 일반적으로 자리잡는다.” 점점 더 슬림화되는 골프장 인력 구조 흐름에서 그린키퍼 출신 리더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현재열의 리더십
골프장 매출의 70퍼센트는 그린피 수입이다. 따라서 코스는 단순히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상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잔디나 수목 관리가 생물체를 죽지 않게 관리하
는 차원이 아니라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내용출처 정보제공 : 골프다이제스트 "골프장 CEO 리더십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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