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프레시안 : 주희가 사는 아파트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인데, 일단 헌팅은 어디서 했고, 이웃집끼리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처음부터 어떤 설계를 했는가.
허정 : 주희의 공간은 동대문 근처 아파트에서 주로 촬영했다. 성수 아파트는 익숙한 느낌의 새 아파트기 때문에 주희 아파트는 정반대의 느낌으로 좀 다른 구조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일단 ㅁ자형이나 일자형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옛날에 지어졌을 땐 원래 하나의 공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칸을 나눠 두 집으로 분리했다고, 언제든 뚫을 수 있다는 느낌을 생각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1968)에서 제일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을 응용한 것이다. 나중에 밝혀지는 게 각 아파트 공간마다 전부 연결되어 있었지 않나.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이 쑥 들어오고 애초의 공간이 사라지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프레시안 : 이 부분에서 좀 이해가 안 가서 감독에게 꼭 묻고 싶었다. 주희는 그 아파트에서 가장 '좋은' 큰 집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굳이 성수의 형 성철을 죽여야 했을까?
허정 : 사실 누락된 부분이 있다. 주희 입장에서 이것저것 조사하는 맥락이 원래 있었는데 편집에서 좀 빠져 나갔다. 성철이라는 존재는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사람이기도 하고, 애초에 주희가 좀 불안해하는 대상이기도 하니까 성철을 고른 거다. 딸 평화와 자기에 대한 보호 의식이 강한 캐릭터니까. 성철을 없앤 다음 주희가 잠시 거기 머무르면서 자기 속옷들도 서랍 속에 넣어놨던 거고. 설마 동생 성수가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