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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11
S#1. 석현 아파트앞 주차장
기서, 서늘한 표정으로 봄이를 안고 나와 차 뒷자리에 잠든 봄이를 안전하게 앉힌다.
윗옷을 벗어 봄이에게 덮어주고, 봄이를 가슴 아프게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서의 품에 안겨 아빠.. 아빠.. 라고 잠꼬대 하는 봄.
(회상)
봄 : (잠꼬대하고 있다. 몹시 행복한 표정으로 까르르 웃으며) 흐으으응......아빠아.....아빠아.........
기서 : (당황한....)
석현 : (안색....창백해지고)
은희 : (역시 한대 맞은 듯......표정 싸늘하게 굳은)
기서 : .......(얼른 표정 담담하게 정리하고 석현을 보며)....... 대답 못하겠음 비켜주지, 좀?
석현 : ......(하얗게 굳은 채......그 뒤로 역시 하얗게 굳어 서 있는 은희의 모습도 함께 잡힌다.)
기서 : 지금 대답하기 힘들면 문자루 보내......차 돌려서 다시 올테니까....
(서늘하게 보다가......그대로 석현을 스쳐서 나간다.....)
석현 : (봄이의 잠꼬대에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더 이상 잡지도 못하고 멍하게.....)
S#2. #기서 차안/ 서울 도로
기서, 푸른도를 향해 달리고 있다. 룸미러를 통해 뒷자리에 잠든 봄이를 간간히 확인 한다..
봄이, 다시 행복한 꿈을 꾸는지.....흐으으응.....계속 자면서 웃고 있다.
기서, 아비한테 외면 당한 줄도 모르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봄이가.....가슴 아프다.
S#3. #영신방
시계, 새벽 4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영신, 여전히 병색이 남은 얼굴로 혼절해 누워 있고,
돌아누워 웅크리고 잠들었던 이 노인, 꾸무럭 거리더니 잠에서 깨어나...몸을 일으킨다.
멀건히 영신을 보다가.....두리번거리며 봄이를 찾는다. 봄이가 보이지 않자 표정이 당혹스러워지는.
이 노인, 일어나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S#4. #영신 마루
이 노인, 마루로 나와 앉으며, 다시 마당을 눈길로 두리번거린다.
이노인 : 메주야........메주야.......메주야.......
(봄이를 부르는 이 노인의 눈에 촉촉이 눈물이 어린다. 하늘에다 열심히 부르는)
메주야........메주야아...........(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카메라, 별이 총총히 떠 있는 밤 하늘을 비춘다.
이노인(E) : 메주야아......메주야아.............
어두운 밤 하늘에 별빛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서서히.....천천히.....어둠이 걷히고 있다.
S#5. #선착장 앞 (푸른도 건너편 섬의)
영신 마당위의 하늘,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선착장 위의 하늘로 O.L. 된다.
푸른 여명의 새벽.
기서의 차, 첫 배를 타기 위해 대기 하고 있다.
S#6. #기서 차안
기서, 피곤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며 운전석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다.
고개를 돌려 봄이를 다시 살펴본다. 봄이, 곤히 잠들어 있다.
기서, 다시 앞을 보며 룸미러를 봄이 쪽으로 고정해 놓고 봄이를 계속 살펴 보고 있다.
S#7. #석현 방안
시계, 6시를 넘어서고 있다.
불도 켜지 않은 아직 어두운 방안, 살짝 열린 커튼을 통해 새벽의 여명이 스며 들고 있다.
석현, 벽 한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침대 위의 봄동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 앉아 밤을 샌 듯 하다.
S#8. #영신집 앞(아침)
기서의 차, 와서 멈춘다.
기서, 운전석에서 내려 뒷자리 문을 열어 잠든 봄이를 안아 내린다. (봄이 노란 코트를 계속 입혀주세요)
S#9. #영신 마당
기서, 봄이를 안고 들어 서는데, 이 노인, 마루에 앉아 대들보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다(예전의 기서처럼).
울다 잠이 든 듯 눈가에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기서, 갑갑한 표정으로 보는.
S#10. #영신 방
영신, 여전히 혼절해 누워 있다. (안색은 많이 좋아졌지만, 입술은 말라서 부르텄다)
문 열리고, 잠든 봄이를 안은 기서, 들어온다.
기서, 봄이를 영신의 옆에 눕히고......베게를 베주고, 이불을 덮어주고.....영신의 손에 봄이의 손을 잡혀준다.
나란히 누워 잠든 모녀의 모습을 씁쓸하게 보는 기서.
S#11. #영신 마루
영신 방에서 나온 기서, 잠든 이 노인을 안전하게 어깨에 걸머지고, 이 노인 방으로 데려 간다.
S#12. #영신방
영신,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다.....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익숙한(?) 촉감을 느끼며......눈빛이 짧게 흔들린다.
영신, 얼른 고개를 돌려 본다. 옆에 봄이가 영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곤히 잠들어 있다. (행복한 표정으로)
영신의 손엔 봄이의 고사리 손이 꼬옥 잡혀 있다.
영신, 봄이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데.....눈물이 가득 어려온다.
울컥 눈물이 거침없이 터질 것 같자, 봄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입을 막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영신을 덮은 이불이 들썩들썩 흔들린다.
봄이, 여전히 곤히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다.
S#13. #기서방
기서, 방문 열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피곤한 듯 그대로 벌렁 방바닥에 누워 버린다.
꾸무럭......꾸무럭.....하다 눈을 감고 잠드는.
S#14. #영신 마당
덩달이, 빈 개밥 그릇을 핥고 있다.
S#15. # 영신방
이 노인, 영신 방에 고개만 들이민 채, 좋아서 헤벌쭉 환하게 웃고 있다.
봄이가 영신의 옆에 나란히 다정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영신, 자는 척 하고 있다.
봄이,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가려운 듯 얼굴을 긁다가 눈을 뜬다.....
방문 열고 고개만 들이밀고 있는 이 노인과 시선을 마주친다.
이노인 : (좋아서 환하게 웃으며) 메주야......초코파이 주까?
봄 : (놀라서 당황한다.....어? 내가 우리집에 왜 와 있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옆에 잠들어 있는 -잠든 척 하고 있는-
영신을 황당하게 보는) 어어? 내가 여기 왜 있지?
이노인 : (방안으로 들어오며) 초코파이 주까? 메주야? (초코파이를 내민다)
봄 : 미스타리! 내가 여기 왜 있어? .....분명히 이단 햄버그 가게에 있었는데....내가 여기 왜 있어?
영신 : (감은 눈이 살짝 떨린다....안 자고 있다)
이노인 : (웃으며 초코파이 껍질 까서 내미는) 초코파이 먹어, 메주야.
봄 : (속이 상해) 초코파이 말구 이단 햄버그으으으....치킨이랑 감자 튀긴 거랑 콜라랑......어딨어? 어딨어어?!!
이노인 : (고개 저으며 천진한 표정으로) 몰라. 어딨는지 몰라......(하다가) 내가 찾아주까? 메주야?......
(하며 열심히 방안을 뒤진다. 열심히 서랍장도 열어보고 옷장도 열어보고, 바닥도 살펴보며
이단 햄버그를 찾는다.)
봄 : (자기가 입은 옷을 보며) 요술 옷은 있는데?......(점점 어리둥절한데)
영신 : (눈을 뜨더니 하품하며 기지개켜는 연기(?)하며 일어난다) 아우, 잘 잤다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미스타리! 안녕히 주무셨어요?.......(봄이 뺨 톡톡 때리며) 우리 딸, 잘 잤어?
봄 : (의아한) 엄마.......인제 일어났어?
영신 : (시침 떼고) 응........왜?
봄 : 내 편지 안 봤어?
영신 : (의아한 표정으로) 무슨 편지?
봄 : (이상하네...갸웃하며) 할아버지랑 엄마랑 아저씨한테 에이즈 옮을까봐...편지 써 놓고 나갔었는데....
영신 : (에이즈가 옮을까봐 그랬다는 말에 잠깐 가슴이 무너지지만 애써 태연하게)
편지를 써놓구 집을 나갔다구?......니가?!!
봄 : ......(어리둥절한) 어....근데....분명히 집을 나갔는데......(자기도 황당하다는듯) 내가 여기 왜 있어?
영신 : (불쑥 화가 난 표정되어) 저기요 미스타리! 일루 좀 와 보세요. (방바닥을 톡톡 때리는)
이노인 : (열심히 이단 햄버그 찾고 있다가 영신의 부름(?)에 영신 앞으로 가 앉는다)....네.
영신 : 책임지세요, 할아버지!!
이노인 : (천진한 표정으로 멀뚱히 영신을 보는)
봄 : (어리 둥절)
영신 : (굳은 표정으로) 어른이 아이들의 거울인데, 할아버지가 맨날 정신만 돌아오면 편지 써 놓구 가출하시구 그러시니까,
봄이두 좋다구 따라하잖아요.그 나쁜 걸..........어떻게 책임 지실래요?
이노인 : (그 말에 영신의 눈치 살피며 겁을 먹고 괜히 초코파이 껍질만 입으로 물어 뜯는)
봄 : (당황) 엄마아.
영신 : 어떻게 책임지실건데요?.... 잘하셨어요? 잘 못하셨어요?.........잘하셨어요? 잘 못하셨어요?!!
이노인 : (엄마한테 야단맞은 아이처럼 입술 뿌우 나와서...계속 초코파이 껍질만 입으로 물어 뜯는)
봄 : (이 노인의 표정 보며) 아우 참.......내가 잘못한 걸 왜 미스타릴 야단쳐? 할아버지가 엄마 친구야?!!
영신 : 가만 있어, 너!!.......전요, 할아버지.....세상에서 젤 나쁘구 미운 사람이 편지 써 놓구 가출하는 사람이거든요?......
가출하는 사람하구는 솔직히 얘기두 하기 싫구요,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구요.
이노인 : (기가 푹 죽어 O.L.) ......잘못했어요.
영신 : 잘못했다 그래놓구 또 가출하실려구요!!
봄 : 엄마아!!!........잘못했다 그러시잖아!! 할아버지 울겠다!!
이노인 : (그 말에 울 듯이 입술 비죽이며 봄이를 끌어 안으며) 메주야아아.......
봄 ; 이것 봐. 이것 봐......엄마 진짜 못 됐어......(이노인 등 토닥여주며) 괜찮아. 미스타리.......내가 나중에 엄마 혼내주께....
(영신을 노려보며) 왜 내가 잘못한 걸 할아버지한테 뭐라 그래? 내가 집 안 나가면 되잖아!
영신 : (벌떡 일어서며) 너, 집 나간단 소리 한번만 더 했다간.......그땐 할아버지랑 너 다 버리구, 이 집두 통 째루 다 들구,
덩달이두 데리구, 내가 먼저 집 나가 버릴거야.!!..(문 쾅 닫고 나가 버린다)
봄 : (으이..... 흘겨보며) 아, 진짜....천사들 괴롭히는 마귀 할멈 같애.....그치? 미스타리?
이노인 : (그 말에 봄이에게서 떨어지며 고개 크게 끄덕거리고) 응.
봄 : (이 노인 손을 꼭 잡아주고 안심시키듯 씨익 웃으며) 걱정하지 마. .....인제 이렇게 (노란 코트 자락을 흔들어 보이며)
요술 코트가 생겨서 나, 집 안 나가두 돼......안 나가. 안 나가. 걱정 하지 마.
이노인 : (다시 헤 웃으며) 초코파이 주까? 메주야?!!
봄 : (그 말에 다시 흐으응 울상이 되어) 흐으응....내 이단 햄버그으으.......
S#16. #영신 마루
영신 : (마루에 앉아 있다. 좀 전 방에서의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잔뜩 미안한 표정, 눈가에 눈물도 그렁해져)
죄송해요, 할아버지.....정말 죄송해요.......(울지 않으려 입술 깨물고 신발을 신으려 하는데)
봄(E) : 나 석현이 삼춘이랑 놀이동산두 갔다? 미스타리?
영신 : (석현이 삼춘?....그 말에 흠칫 표정이 굳고)
이노인(E) : 석현이는 우리 석현이야. 석현이는 우리 영신이 친구야.
봄(E) : 그래, 영신이 친구 석현이하구 저기 배 내리는 데서 만나 갖구 놀이동산에서 딥따 재밌게 놀구.......
이단 햄버그두 먹구 그랬다?
영신 : ........(눈빛이 흔들리는)
이노인(E) : 석현이는 우리 석현이야. 바보 똥개야.
S#17. #영신방
봄 : (이 노인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알어. 알어. 미스타리네 석현이가 인제 나랑 같은 편이야......
(하다가 문득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아아.......석현이 삼춘이 우리 집에 몰래 델다 줬나부다......
유람선두 태워주구 백화점 구경도 시켜 준대놓구....씨이...
이노인 : 메주야! 초코파이 찾아주까? (하며 이불을 들추는데)
봄 : 초코파이 말구 이단 햄버그라니까!!
S#18. #영신 마루
영신,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 나간 듯 멍하게 앉아 있다가........정신 차리자 하며 기서 방 쪽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S#19. #기서방 앞
영신, 기서 방 앞으로 온다. 마루 밑에 기서 신발 놓여 있다.
영신 : ......저기........주무세요?............저기요.....우리 봄이가 돌아왔어요........우리 봄이 무사하게 잘 돌아왔으니까
걱정 하지 마시라구요.........주무세요?........(그래도 대답이 없자) 그럼....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기서 방문 벌컥 열리고.
채 눈도 못 뜬 기서 얼굴이(목 고개만 밖으로 뺀) 드러난다.
영신 : (돌아보고......미안해서) 어머......제가......잠....깨웠어요?
기서 : (눈도 채 못 뜬 얼굴로) 뭐라구요?........뭐라 그랬어요?
영신 : 우리 봄이요.....다시 돌아왔다구요.......인제 걱정 안하셔두 된다구요.
기서 : .......(건성으로 고개 끄덕이며.....) 잘됐네....... (졸린 표정으로 꾸무럭 눈을 감으려 하는데)
영신 ; 저두 괜찮아졌어요. 싹 다 나았어요.....덕분에......
기서 : (간신히 한쪽 눈 떠서 스윽 영신의 얼굴을 건성으로(?) 살피고 알았다고 고개 끄덕이더니 그대로 고개 푹 떨구고...
마루에 뺨을 대고 잠들어 버린다)
영신 : (당혹스러운) 아니.....저기......
S#20. #기서방
영신, 기서 방으로 들어가 서둘러 이불을 편다. “이불두 안 깔구 잤나봐....”중얼거리며.
기서, 몸은 방에, 얼굴은 마루에 둔 채 여전히 잠들어 있다.
영신, 이불을 다 펴고 기서를 흔들며, “저기요.....제대루 주무세요......감기 들어요.” 말하지만,
기서, 완전히 잠에 취해 뻗은.
영신, 푸우 한숨 내뱉고 기서를 낑낑거리며 이불 쪽으로 끌고 온다.
아픈 후유증이 아직 많이 남아 안색은 창백하고 이마에 진땀이 난다.
영신, 바위 같은 기서의 몸을 이불 쪽으로 옮기다가.... 그만 몸의 중심을 못 잡고 휘청하더니......기서 위로 툭 넘어진다.
영신의 얼굴이 기서의 가슴팍 위로 엎어진 상황이 된다.
기서, 그 충격에 흠칫 눈을 뜬다.
영신, 당황하며 얼른 가슴팍에 닿은 얼굴을 떼며 기서를 본다.
기서, 얼른 눈을 감아버린다.
영신, 저도 모르게 상기된 뺨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방문쪽으로 나가다가....기서를 다시 돌아본다.
기서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영신 : (그런 기서를 물끄러미 보다가.......꾸벅 인사하며) 고맙습니다.....(하고 문 닫고 나간다)
기서 : (영신이 나가고 나자 천천히 눈을 뜨고......천장을 멍하니 보는......머쓱한 표정)
혜정(E) : 푸른도에 안 가겠다는 이유가 뭐야?
S#21. #혜정 회장실
혜정, 이해가 안된다는 듯 석현을 보고 있다.
석현(밤 사이 많이 수척하고 초췌해졌다), 혜정의 대각선 방향 소파에 앉아 있다.
혜정 : 그동안 기껏 고생해서 밥상 다 차려놓구, 이제 숟가락으로 떠 먹기만 하면 되는데......무슨 소리야? 난데 없이?
석현 : (고개 못 들고) 죄송합니다.
혜정 : 죄송할 일이 아니라......이해가 안돼서 그래......리조트만 건설되면 거기 책임자자린 최 팀장이 맡아논 당상인데.....
그 자릴 마다하구 여기서 그만 두겠다구?....제정신이야?!!
석현 : 회사에 누를 끼친 거에 대해선.....달게 댓가 치르겠습니다.
좌천을 시키셔두 좋구, 지방으로 보내셔도.....가겠습니다.
혜정 : (기가 막힌 듯) 최 팀장.........야망 없어?
석현 : (씁쓸하게 웃는)
혜정 : 그동안 그렇게 아등바등 잠 못 자며 공부 하구, 경쟁하구, 유학 하구, ......그건 뭘 위해서였는데?
....목표가 있었을 거 아냐?
석현 : ...........그냥......다 시시하구 무의미해졌습니다......
혜정 : (흠칫 표정 굳어서 보는)
석현 : 죄송합니다.
혜정 : ......두 사람 짰어? 우리 기서하구 똑 같은 말을 하네?
석현 : (그 말에 비로소 시선 들어 혜정을 본다)
혜정 : CEO자리 걷어차구, 섬 마을 보건소 의사루 다시 시작하겠다길래......내가 처음으로 그 놈 따귈 때렸어......
니가 지금 버리구 걷어 차구 가는 게 어떤 건지 아냐구? 세상 모든 남자들이 인생을 바쳐가며,
가지지 못해 안달하는 걸 그렇게 쉽게 포기 할 수 있냐구.......근데, 그냥 다 시시하대, 그 자식은.....
석현 : ..........
혜정 : 똑같은 이유로 한 녀석은 섬을 떠나구, 한 녀석은 섬으루 돌아가구.......뭐하는 건데? 지금? 두 사람?
(표정은 황당하고 씁쓸한)
석현 : (씁쓸한 미소 짓는)
S#22. #거리
양복 저고리를 손에 든 석현, 멍하고.....허탈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걷고 있다.
인파 속을 정처 없이 걷던 석현, 문득 한 가게 앞에 멈춰 선다. 유아용품점 앞이다.
석현, 허허로운 눈빛으로 진열된 유아용품들을 보는.
S#23. #기서방 마루 앞
마루에 놓인 기서의 손등을 봄이의 손바닥이 툭툭 건드리고 있다.
마루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며 책(의학 서적) 읽고 있던 기서, 스윽 자기 손등을 본다.
노란 코트를 입은 봄이, 기서의 손등을 자기 손바닥으로 툭툭 건드리고 있다.
봄 :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만져두 인제 에이즈 안 옮아요, 아저씨.
기서 : (가슴 한켠이 싸하지만....) 뭐?
봄 : (뻐기듯) 요술 코트 입었거든요.....석현이 삼춘이요 이거 입으면 사람들이랑 맘대루 놀아두 되구, 같이 공부해두 되구,
밥두 먹어두 되구, 손두 잡아두 된댔어요.
기서 : (울컥하지만...참고.......수돗가 쪽을 보는데....영신과 시선을 마주친다.)
영신 : (수돗가에서 열무를 다듬고 있다......착잡한 미소로 기서를 보다가 다시 꿋꿋하게 열무를 다듬는......
병색은 여전히 남아 있다.)
봄 : (벌떡 일어서서 영신쪽으로 가며) 엄마, 나 학교 가야되는데.......
석현이 삼춘한테 전화해서 가방하구 봄동이 좀 갖다 달라 그래. 어?
영신 : (열무만 다듬으며).....알았어.....나중에 하께.
기서 ; (커피 마시며......책 읽는)
봄 ; 나중에 말구 지금 전화 해봐아.....봄이가 가방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간다구! 거기 책이랑 공책이랑 다 있단 말야!
영신 : (궁색하지만) 가방 올 때까지......학교 가지 마, 그럼.
봄 : 무슨 엄마가 이러냐?....나 인제 노란 코트 입어서 학교 가두 된단 말이야.
기서 : (가슴 한켠이 또 싸아하다.....책을 읽고 있지만 모든 정신은 봄이와 영신에게 가 있다.)
영신 : (곤혹스럽게 봄이 보다가.....다시 열심히 열무를 다듬는) 알았어. 알았어. 전화 해보께. 이것만 다듬어 놓구......
봄 : 또 뻥이지?! 뻥쟁이 챔피온!
영신 : 뭐? 야! 내가 언제 뻥을 쳤는데?
봄 : 이차 개교 기념일!!
영신 : (당황) 아니...그거는......그니까 그거는......
기서 : (책 에다 시선만 주고 있다)
봄(E) : 내가 천산 거두 뻥이지?
영신 : (당황하며) 아니다?......뻥 아냐, 그건.
기서 : ..........
봄 : 천사가 뭐 이러냐?....에이즈나 걸리구......뻥이다! 다 뻥이야! 수운 뻥쟁이 챔피온....
(하며 덩달이에게 뛰어간다) 이 덩달!!
영신 : (황당하고 당혹스럽고...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뻥 아냐, 진짜........
봄 : (피이...콧 방귀 뀌고 덩달이만 쓰다듬는) 덩달아! 누나 보구 싶었지? 괜찮아. 인제 에이즈 안 옮아.
누나랑 같이 놀아 두 돼, 인제.
기서 : (덩달이와 놀고 있는 봄이를 보다가 책에다 시선 주고)
봄 : (덩달이에게 서울 다녀온 경과를 열심히 보고 하고 있다) 누나 있지.....놀이 동산 가서 뭐뭐 탔는지 맞춰 볼래?
***두 타구, $$도 타구, @@도 타구........
영신 : (봄이 보다가 혼잣말하며) 콩만한 게......성격은 빠듯해가지구....(다시 떨리는 손으로 열무 다듬는)
봄 : (열심히 덩달이에게 말하다가 영신 눈치 슬쩍 살피더니 갑자기 문 바깥으로 튀기(?) 시작한다)
영신 : 야!! 이 봄!! 어디 가!! (다듬던 거 내려놓고, 따라 뛰기 시작한다)
기서 : ?
S#24. #영신 집 앞
봄,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가듯 달리고, 영신, 힘겹게(아직 후유증이 심하다) 봄이 뒤를 쫓아온다.
영신 : 어디 가아?!!
봄 : 학교오!!.
영신 : (몸이 워낙 안 좋아 다람쥐처럼 달아나는 봄이를 쫓아가기가 힘들다)...하...학교는 나중에.....가방 오면.......
그때 가라 그랬잖아..........
봄 : 싫어........용주 오빠랑 보람이랑 태창이 보구 싶단 말야.....
영신 : ......(숨을 헐떡이며 잠깐 멈추는)....제바알.....나중에, 봄아.....나중에.
봄 : (자기도 멈추고 영신 돌아보며) 용주 오빠랑 애들한테 빨리 말해줘야지. 나 인제 요술 코트 입었다구...
에이즈 안 옮는다구.
영신 : (미치겠다)....봄아.
봄 : 따라 오지마, 엄마.......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다시 다람쥐처럼 달아난다)
영신 : 봄아.....(하며 같이 뛰려다가 핑....현기증 느끼며..... 휘청하는데)
이때, 영신의 몸을 받쳐주는 손....기서다.
영신 : (당혹스럽게 보는데)
기서 : (갑갑한 표정으로 보다가......봄이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영신 ; ........
기서, 쏜살같이 달려 봄이를 금방 추월해서 도망가는 봄이를 번쩍 안아든다.
봄 : (찡그리며)..아우, .아저씨이........
기서 : ...(진지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천사 공주님!
봄 : (이잉? 무슨 말이야, 이게?)
S#25. #영신 마당
영신, 힘이 든 듯 평상에 뺨을 대고 누워 있다. (발은 바닥에 내리고)
영신, 힘겨운 표정으로 기서 방 쪽을 보다가.......끄응 몸을 일으켜 기서 방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마루에 앉아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봄(E) : 내가 정말루 지인짜루 천사라구요?
S#26. #기서방
기서, 진지한 표정으로 봄이 앞에 앉아 있다.
기서 : (진지하게) 어.
봄 : (황당한 표정으로 기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뻥 까지 마세요.
기서 : (진지하게) 난 뻥 안 까.
봄 : (기서의 진지한 표정에 헷갈린다)
기서 : 내가 천산 건 알지?
봄 : (고개 끄덕이며)....네.
기서 : .......이건 비밀인데......난 사실 수호 천사 1호다?
봄 : 수호 천사 1호요?
#기서 마루
영신,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해 온다.
기서(E) : 어......죄를 짓고 세상에 내려 온 것도 맞는데....진짜 중요한 임무는 널 지키는 거야....천사 공주님.
봄(E) : (어리 둥절) 진짜요?
기서(E) : 속구만 살았냐? 천사가 뻥 까는 거 봤어? 니네 엄마랑 난 달러.
영신 : (그 말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는)
S#27. # 기서방
봄 : (맞다는 듯 고개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는 듯) 혹시....수호 천사 2호는 석현이 삼춘인가요?
기서 : (잠깐 멈칫)
봄 : (완전 몰입했다) 그니까 나한테 요술 코트두 주구....그랬잖아요. 나 지켜줄라구.
기서 : .......어떻게 알았냐?
봄 : (씨익 웃으며 어깨 으쓱) 난 천재.....아니, 천사잖아요.....천사 공주님.
S#28. #기서 방앞
영신 : (기서가...너무 고맙다.)
기서(E) : 천사들한텐 원래 고난이 많어. 미운 오리 새끼두 백조가 되기 전에 친구들한테 왕따 당했구. 신데렐라두
S#29. #기서방 안
기서 : 왕자님을 만나기 전엔 재투성이가 돼서 계모랑 언니들한테 구박 받았구...
슈렉두 피오나 공주님을 만나기 위해 괴물이 됐구....
봄 : (고개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다가).......그래서, 나두 에이즈에 걸린 거죠? 그쵸오?
기서 : .....그렇지.
봄 ; 그럼 나중에 왕자님이 와서 뽀뽀 해주면 에이즈가 낫나요?
기서 : 뭐......그럴 수도 있고......(봄이의 얼핏 실망하는 표정에) 그렇지!
봄 : (씨익 웃는데)
기서 : 하여튼 이 노란 코트의 비밀은 당분간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봄 : 엄마랑 미스타리랑 덩달이한테 말했는데요?
기서 : (몹시 진지하게) 그건 뭐 어쩔 수 없고.....다른 친구들한텐 내가 말해도 된다 그럴 때 말하구....
앞으로 학교에 가는 거, 친구들 만나는 거, 무조건 내 지시에 따라 줘야 돼.
천사를 헤치려는 악의 무리들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거든?
봄 : ......(보다가.....진지하게 고개 끄덕이고) 네. (하다가 진지하게 명령하듯) 수호 천사 1호!!
기서 : .......왜?
봄 : (진지하게) 가게 가서 햄버그 하나만 사오세요! 천사 공주의 명령이예요!!
기서 : ...........네!....공주님!!
S#30. #기서 마루
기서, 방문 열고 나오면, 영신,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다.
기서, 영신을 스윽 보다가....신발을 신는다.
봄(E) : (방 안에서 권위적으로(?)) 딸기 우유도 하나 사 오세요!!
기서 : 넵!!!
영신 :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기서 : ....(보다가 대문 쪽으로 가는데)
영신 : .........
기서 : (갑자기 걸음 멈추고....다시 돌아서서 영신 앞으로 오더니 다짜고짜 손바닥을 영신의 이마에 탁 댄다)
영신 : (흠칫.....눈물이 젖어 있어 차마 고개는 바로 못 들고.....심장 한쪽이 툭 멎는 듯한 당혹감 느끼는)
기서 : (진지한 표정으로 그대로 손을 대고 있다가.....다시 영신의 손목을 잡고 손목 시계와 번갈아 보며 맥박을 재는)
영신 : (여전히 당혹감으로.....고개도 못 들고)
기서 : (심난한 표정되어 몸을 돌려 대문쪽으로 나가며 핸드폰을 한다.) 민기섭니다...........
십분 후에 보건소로 갈거니까 quinolone(주; 퀴놀론-항생제의 일종)하구,
diclofenac(주; 디클로페낙-해열제의 일종)원 앰플씩 준비해 주세요.
영신 : (천천히 고개를 들어....눈물이 젖은 얼굴로 기서의 등을 보는.......마음 한 구석에서 폭풍이 인다.....
오래전에 석현에게서 경험했던.....그 감정이다.)
S#31. #석현 욕실
샤워기 물이 석현의 얼굴 위로 쏟아지고 있다.
S#32. #석현 아파트 안
현관문 번호 키 여는 소리 들리고.....문 열리며 은희, 들어선다. (시장 봐 온 쇼핑 봉투를 양손에 들었다)
현관으로 들어서던 은희, 무언가 발견하고 놀란다.
거실 가득 유아용품들이 놓여져 있다. 아기 옷, 기저귀, 딸랑이, 모빌, 신발, 목욕통, 유모차, 보행기등등.....
어린이용 한글 교재들, 그림책, 3세부터 8세 정도 까지 여자아이의 옷, 가방, 머리띠, 신발 등등......
가게 하나를 다 털어온 것 같다.
은희 : (쇼핑 봉투 놓고 유아용품들을 들어서 보고 있는데)
석현 : (욕실 문 열리고, 반팔 티 입고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온다. 어제의 감정은 시침떼고) .........왔어?
은희 : .....(역시 어제의 감정은 모른 체 하고) 이게 다........ 뭐야?
석현 : (거실의 물건들에 시선 주며) 사다 보니까....이렇게 됐네.
은희 : 뭐냐구? 이게 다?
석현 : 우리 애기 꺼.
은희 : (당혹스럽게 보는)
석현 : 이런 건 미리 준비해 놓는 거라며?
은희 : ........(당혹스러움 누르며 다시 유아용품들 보며) 다 여자 애기 꺼네......여잔지 남잔지 어떻게 알구?
(8살 정도 여자아이용 원피스 들어서 보며) 이건 꽤 큰 애꺼다......(저도 모르게) 봄이 같은 애가 입으면 딱 맞겠다.
석현 : (그 말에 표정....서늘해진다)
은희 : (아차 실수했다 싶다. 웃으며 명랑하게) 나 냉면 먹구 싶어. 냉면 사줘......
임신 했을때 잘해야 나중에 구박 안 받는 거....알지?
석현 : (그 말에 어쩔 수 없이.....피식 웃는....그 미소가 허허롭고 쓰다.)
S#33. # 영신 마당
영신, 수돗가에서 열무를 다듬고 있다가 어이 없는 표정으로 마당의 봄이를 보고 있다.
봄이(노란 코트는 입고), 왕관(아이들 공주 놀이 할때 쓰는 것)을 쓰고, 거만하게 마당을 걸어 다니고 있다.
봄 : (저벅저벅 덩달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나중에 왕자님이 오면 넌 이따만한 흰 말루 변할 거지?
영신 : (어이 없어....픽 웃는)
봄 : 다 알어...다 알어......음........봄동이는 뭘루 변할까? .......아, 빨리 석현이 삼춘 집에서 갖구 와야 되는데......
(영신 돌아보며) 석현이 삼춘한테 왜 전화 안해? 순 뻥쟁이야!!
영신 : 이거 다 다듬어 놓구 한다 그랬잖아.
봄 : 빨리 좀 다듬어 그럼.......(다시 왔다 갔다 하며 곰곰이 생각하며) 미스타리는 뭘루 변할까?
영신 : (피식 웃고....열무 다듬는다....안색은 여전히 좀 안 좋다)
봄 : 왕자님한테 나 에이즈 걸린 거 고쳐주구, 미스타리 치매 걸린 것두 고쳐 달라구 부탁해야지.
영신 : ........(하마터면 손을 베일 뻔 했다. 마음이 아프다..... 씁쓸한 미소)
봄 : (기분이 좋아서 헤헤 웃으며 열심히 상상하며 마당을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표정 싸늘하게 굳어져서 영신을 노려 본다)
영신 : (열무 다듬다.....문득 시선 들다가 봄이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치고 황당해서) 왜애?......뭐어?
봄 : 나중에 왕자님 오면......마귀 할멈으루 변할거지? 엄마는?.......(마귀 할멈 흉내 내며) 으으으으으.
영신 : (기가 막힌)
S#34. # 보건소
기서, 보건소 한 켠에 붙은 벽보를 보고 있다. “올바른 에이즈 상식”....
종수가 적절한 그림까지 그려서 만들어 붙인 벽보다. (한손엔 햄버그와 딸기 우유든 까만 봉지 들었다)
이때, 소란, 허리가 아픈지 한 손으로 허리를 잡고 기서가 얘기한 약과 주사 챙겨서 가져온다.
소란 : (봉투 내밀며) 여기....말씀 하신 거요.
기서 : (받는다)
소란 : (걱정스럽게) 열이 쉽게 안 떨어지나봐요.
기서 : (고개 끄덕이는)
소란 : 그 미련 곰탱이 같은 게 좀 눠서 쉬지.....봄인 돌아왔다면서요? 석현이가 데리구 있었다면서요?.....
그 자식은 진짜 영신이랑 전생의 웬순가....지네 엄마 귀에라도 들어가면 영신이 그 날루 뼈도 못 추리고 아작 나는데
(걱정스러워서) 아, 뭔가 예감이 안 좋다...몹시 안 좋아, 예감이.
기서 :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오 선생은 어디 갔어요? (두리번거리는)
S#35. # 마을 길 (마늘밭 있는 곳)
기서, 봉투 두개를 들고 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종수, 마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아낙들(예닐곱명 정도)에게 유인물 나눠 주고 있다.
종수 : 자...이것 좀 받아서 한번 읽어보세요.....여러분이 에이즈에 대해서 얼마나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구 계신지....
내가 이렇게까지 무식했나 스스로에 대해 뼈 저린 반성도 절로 되실거구요....(하며 한 아낙에게 유인물 내미는데)
아낙1 : (종수 손 탁 쳐내며) 엇다가 뭘 들이대?!!......에이즈에 에자두 듣기 싫으니까 비켜, 당장!!
종수 : 아주머니이이.
다른 아낙들도 “아, 걸리적거리지 말구 좀 비켜요”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이럴 시간 있음 가서 책이나 한줄 더 읽어.“
”영신이한테 돈이라도 받아 처 먹었어?“ 하며 종수를 밀어내고 있다.
기서 :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종수 : 의사로써 양심 때문에 그럽니다......에이즈가 이렇게까지 배척 당할 병이 아닌데.....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함께 어울려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아낙2 : (O.L.) 그럼 당신 마누라랑 자식부터 여기 데려 와 봐!!....봄이네랑 한 방에 집어 넣구 같이 살라구 해봐, 그럼!!
종수 : (난처한 표정 되어) 그거는.....서울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애들두 아직 젖두 못 뗀 세 쌍둥인데....
아낙1 : 것봐! 너두 싫잖아, 너두!!......안 위험하다! 괜찮다! 입으루 백날 나불대두 니 자식, 니 마누라가
그런 애 옆에 있는 건 죽어도 싫잖아, 너두!!
기서 : ..........
종수 : 아이, 씨!! 내려오라 그럼 되잖아요!!......(핸드폰을 건다......)
아낙들, “하이고, 잘도 내려 오겠다.” “내려오면 내 손을 장을 지진다” “내려오면 내가 니 딸이다” 비아냥 거린다.
종수 : (호기롭게) 어, 여보....난데......당신 애들 데리구 푸른도로 좀 내려 올래?..........
아니, 그럴만한 사정이 좀 있어서...... 회사엔 며칠 휴가 좀 내구.......(약간 짜증내며) 남편이 내려오라면
아무것도 묻지 말구 좀 내려와 주면 안돼?!! (하는데)
아낙1 : (갑자기 종수의 핸드폰을 탁 뺏어 들더니) 여보세요.......돌팔이 선생 사모님 되시나?
종수 : (당황하며) 아줌마아....이리 줘요오. (뺏으려 하다가 다른 아낙들이 바지 자락을 붙잡는 통에 어어하며 넘어지고)
아낙1 : (한쪽으로 달아나며) 댁에 남편 분이 여기로 왜 내려오라 그랬냐면요......
우리 동네 에이즈에 걸린 애가 하나 있는데....
기서 : (서늘하게 보고 있는...)
종수 : (벌떡 일어서며) 아줌마아아!!......이거 프라이버시 침해예요!!
아낙1 : (흥 콧방귀 뀌고) 그 에이즈 걸린 애랑 사모님이랑 갓난쟁이 애들이랑 한 방에서 일단 본보기로 살아 보게 한다구
우리 의사 선생께서 하두 큰 소릴 치셔서.....(하는데)
종수 : (와서 핸드폰 탁 뺏더니 핸드폰에 대고) 들었지?.....당신이 와서 이 무지한 분들께 시범을 좀 보여드려야겠어......
애들 데리구 낼 당장 내려와! 당장!! (호기롭게 핸드폰을 탁 끊고 아낙들 보며) 됐습니까, 인제!!!
기서 : (의외의 모습이다)
아낙들 : (표정들이 싸아하다. 자기들도 의외다........놀랍다)
종수 : (호기롭게 유인물 하나씩 던져주며) 자! 한 집에 두 개씩 가져가서 꼭 읽어보세요!! 한글 모르는 분 안 계시죠?!!
(당당하게 돌아서서 기서에게도 당당한 시선 주고 가버린다)
아낙들, 그제야 유인물들 보며 수군거린다. “어머머.....웬일이래? ”“에이즈가 진짜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병이야?”
“그런가?” “아닐걸?” 의견이 분분해지는.
기서 : ...........
S#36. #영신 마당
영신, 이노인, 봄이, 황당한 표정으로 박씨를 보고 있다.
박씨, 리어카에서 초코파이 상자(10상자 넘는)와 과자봉지, 과일 상자, 한약 상자등을 꺼내
평상 위에 산 처럼 쌓아 놓고 있다.
영신 : (황당해서 말을 잃고 있고)
이노인 : (헤에 좋아서 웃으며) 초코파이다, 메주야.
봄 : (침을 꿀꺽 삼키며) 과자두 딥따 많이 있어, 미스타리.
박씨 : (술에 좀 취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공수래 공수거.......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
할아버지! 초코파이 더 드시구 싶음 말씀 하세요.......내가 할아버지 벽에 똥칠할 때까지
드실 거, 다 사 드리구 갈테니까.....(울먹하며) 가게 할머니한테다 그 돈은 꼭 맡겨 놓고 (목이 메이는)
눈 감을테니까......맘대루 드세요.
영신 : (당혹스러운데) 아저씨......
이노인 : (헤에 웃으며 꾸벅) 고맙습니다. 할아버지.....(하며 신나서 초코파이 박스를 가슴가슴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봄 : (쌓여 있는 과자 봉지 휘휘 눈으로 열심히 살피며) 쿵더쿵 찰떡 쿠키두 있어요?
박씨 : 쿵더쿵 찰떡 쿠키?........글쎄....그냥 집히는 대루 다 가져왔는데.......한번 찾아봐.
쿵더쿵이 없으면 덩더쿵이라두 있을거야.
봄 : 네.....고맙습니다...(하며 열심히 산처럼 쌓인 과자 봉지를 뒤지는데)
영신 : (황당한) 저거.....한약 아녜요?
박씨 : 이거 녹용 넣구 지은 보약인데.......할아버지도 드리구......너두 먹구.......봄이두 먹이구.......
아랫방에 훌륭하신 의사선생님두 드리구........
영신 : 아저씨 돈두 없을텐데......이걸 왜 갖구 오셨는데요, 대체?!!
박씨 :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죽을 때 갖구 갈 돈도 아니구.......(하다가 봄이를 눈물이 그렁해서 본다)
봄 : (과자 봉지 하나를 뜯어 덩달이 집 앞으로 슬금슬금 가며 박씨에게)....할아버지....우리 덩달이두 먹으라 그래두 돼요?
박씨 : 그래, 줘라, 줘.......사람 입만 입이냐?.....다음 세상에 내가 개로 태날 지 소로 태날 지 어떻게 알어?
영신 : (점점 어이없고 황당하다)
박씨 : (덩달이에게 과자를 주고 있는 봄이를 눈물이 그렁해서) 우리 봄이는 착해서 다음 세상에 나면 천사루 태어나겠다?
봄 : (헉! 놀라며) 어? 어떻게 아셨어요?....비밀인데?!!
영신 : ........(당혹스러운데)
박씨 : 봄이.....아저씨가 좀 안아 봐두 돼? (이리 오라고 팔을 벌린다, 눈물이 그렁해져) 괜찮아. 아저씨는 너 안 무서워 해.
이왕 베린 몸, 에이즈 걸려 죽으면 어떻구, 백혈병에 걸려 죽으면 어떻냐?
영신 : (당혹스럽고)
봄 : (천진한 표정으로 그저 눈 동그래져 박씨를 보는데)
박씨 : (술 기운에 잠깐 비틀거리며 봄이 쪽으로 가더니 키높이 맞춰 앉으며 봄이를 끌어 안더니 후욱 울음 터뜨리며)
나는 이 나이에두....죽는 게 이렇게 서럽고 억울한데.....너는 얼마나 더 억울하구 분하냐, 봄아.......
영신 : (저 아저씨가......창백해지는)
박씨 : 제대루 꽃 한번 못 피워 보구우......꽃이 뭐냐.... 여덟 살이면 봉우리도 채 못 맺어본 나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져버리다니......얼마나 원통하구 절통하냐아아.......
영신 : (미치겠다)
봄 : (엄마! 이 할아버지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영신을 향해 표정 지어 보인다)
영신 : (당황해 달려와 박씨와 봄이 떼어내려 하며) 아저씨... 잠깐만요......술이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잠깐 진정하시구요......
박씨 : (봄이를 더 꼭 끌어안으며) 에이즈 옮는 거 안 무섭다니까, 난! 괜찮아! 괜찮아!!......
하느님! 진짜 이러시는 거 아니예요! 이 불쌍한 어린 거...겨우 이거 살구 대려 가실 거,
세상엔 왜 태어나게 하셨냐구요?!!
봄 : (박씨가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 듣겠고.....박씨가 꽉 끌어안자 숨이 막히는 지 캑캑거린다)
영신 : (당황하며 박씨를 열심히 떼어내려 하며) 아저씨....... 봄이 놔주세요.....애가 힘들어하잖아요.....
좀 놔주세요요, 제바알......(하다가 야속하다는 듯 박씨의 등을 손으로 때리며)
애를 붙잡구 술 주정 하시면 안되죠, 어른이이......제발요, 아저씨이...(봄이를 박씨에게서 떼어내려 하지만,
술 취한 박씨의 완력을 감당할 수가 없다)
기서 : (봉지 들고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황당한 표정 짓는데)
박씨 : (영신의 말은 귀에도 안 들어온다는 듯 울컥 울음 터뜨리며) 나는 너, 내 앞에 가는 거 절대 못 본다.......
내가 얼마나 여리구 마음이 약한데에........너는 제발 이 아저씨보다 하루라두 더 살아, 봄아......알았지? 알았지?!!
봄 : (여전히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박씨가 끌어 안은 팔에 힘을 줄 때마다 캑캑거리는데)
박씨 : (졸리는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 알았음......내가 니 아빠 노릇 한번 제대로 해주는 건데......
호로 자식 돌을 맞아 죽더라두 너한테 아빠 노릇 한번 그은사하게 해 주구 떠나는 건데에.......
영신 : (도저히 안되겠다. 눈물이 그렁해진 채 주먹으로 박씨의 등과 팔을 사정없이 때리며)
조용히 해요오.....입 다물어요오, 아저씨이......봄이 놔줘요오....우리 봄이 좀 놔줘요오.....
(하며 있는 힘을 다해 사정 없이 박씨의 등을 때리고 흔드는데)
박씨 : (눈을 감은 채, 갑자기 봄이를 끌어 안았던 손이 휙 풀어지며........뒤로 벌렁 드러누워 버린다...
갑자기 숨을 전혀 쉬지 않는다.)
영신 : (박씨가 갑자기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라며) 아저씨!!!!
봄 : (역시 놀랐다, 동시에) 할아버지!!!
영신 :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박씨를 흔들며) 아저씨이.....아저씨이.......(하는데)
기서 : (황당하게 보고 서 있다가.....) 잠깐만.....비켜 봐요. (하며 박씨의 동공을 살펴보고, 경동맥도 살펴보는데)
박씨 : (갑자기 크윽! 하며.......코를 골기 시작한다.)
봄 : 할아버지 자나봐, 엄마.
기서 : (어이 없고)
영신 : (긴장 풀리며 바닥에 털석 주저 앉고....안색은 여전히 창백해진 채.....두 눈엔 채 흘러내리지 못한 눈물 맺혀 있고)
기서 : (그런 영신을 안타깝게 보는)
S#37. #영신집 앞
기서, 코를 골며 잠든 박씨를 업어와 차 뒷좌석에 태운다. 미운 마음에 거칠게 턱턱 다루며.....노려보는.
S#38. #영신 마당
영신, 온 몸에 진이 다 빠져 나간 멍한 표정으로 평상에 앉아 있고.
봄이, 기서가 사온 싸구려 햄버그를 반으로 쪼개서
“자! 이 덩달! 넌 이단 햄버그 못 먹었으니까 이거 먹어. 딸기 우유도 먹구”하며 덩달이 그릇에 담아주고.....
아직 출발하지 않은 기서 차 쪽을 본다.
봄 : 엄마.......저 할아버지 죽어?.....아니, 돌아 가셔?
영신 : ......(멍하니)
봄 : 아까 저 할아버지가 나보구....나두 죽는다 그랬지?
영신 : (그 말에 흠칫 하다가.....있는 힘을 다해).........사람은 누구나 죽어, 봄아...나중 나중 되면 할아버지두 돌아가시구
두섭이 할머니두 돌아가시구 엄마두 죽구.......덩달이두 죽구......더 한참 나아중 나중 되면......
봄이두.....보람이두.....용주두.....왔던 곳으루 다시 돌아가는 거야.....인생이 그래, 원래.
이때, 박씨를 실은 기서의 차, 떠나고.
봄 : 알어어, 나두......(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왕자님 오면 박씨 할아버지 병두 고쳐 달라구 부탁 해야겠다.
영신 : (멍한 표정으로......봄이를 보는)
S#39. # 박씨집 마당
기서, 여전히 코를 드렁드렁 골고 있는 박씨를 업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기서, 박씨를 내팽개치듯(?) 거칠게 마루에 내려놓고는....휙 돌아서 나오다가.....걸음을 딱 멈춘다. 뭔가를 보았다.
기서, 그냥 가버려? 잠깐 망설이다가.....다시 돌아서서 박씨 마루쪽으로 가서 한 켠에 놓인
과일주 병(직접 담은)들을 날카롭게 본다.
예닐곱 개의 과일주 병이 진열되어 있는데, 네 병 정도가 영지술이다.
두 병 정도가 깨끗이 비었고(영지 건더기는 남아 있고), 한 병은 3분의 2쯤 마셨고, 한 병은 개봉하지 않은 병이다.
기서, 영지 술병들을 들어서 살펴 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핸드폰을 건다.
기서 : .......오 선생.....민기섭니다.....박씨 아저씨, 내일 술 깨는대로 종합 검진 다시 받게 하세요........재생 불량성 빈혈....
쉽게 고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서늘한 시선을 코를 골고 정신없이 잠들어있는 박씨에게 주는)
S#40. # 서울 고수 부지 혹은 공원 잔디밭 (늦은 오후)
석현, 어디론가 허허로운 시선을 주고 있다.
은희, 석현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다. 은희와 석현,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있다.
석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봄이 만한 여자 꼬마와 인라인 타고 있다.
꼬마 아이, 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위태하게 따라가고 있다.
석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카메라, 다시 인라인 부녀 쪽을 비추면.....인라인 부녀, 석현과 봄이의 모습으로 바뀐다.
석현과 봄이,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고 있다.
석현의 눈에 얼핏 눈물이 어리며 미소를 입가에 떠올린다.
이때, 은희, 천천히 눈을 뜨다가......눈물이 맺힌 채 어딘가를 응시하며 미소 짓고 있는 석현을 본다.
몹시 다정한 인라인 부녀의 모습이 은희의 눈에도 따갑게 들어온다.
은희,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다.....석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힘주어 잡는다.
석현, 흠칫 은희를 본다. 은희, 석현의 어깨에 기댄 채 다시 눈 감고 있다.
무표정한 석현의 볼을 타고 저도 모르게.....고였던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S#41. #석현모 방
석현모, 통장 세 개와 패물통 꺼내 놓고 앉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이때, 전화벨 소리 울리다가.....밖에서 받는지....끊어진다.
심심(E) : 요즘 에이즈 치료제가 잘 나와 갖구, 약만 꾸준히 잘 먹으면 10년두 살구, 20년두 산대요.........
에이즈 약이 너무 비싸 갖구 탈이지.
석현모 : (곰곰히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이거 먹구 떨어지라 그러까?......애는 살리구 봐야 될 거 아냐, 그래두........
(하다가 멈칫하며) 요때다 하구 들러 붙음 어떡하지? 고 찰거머리들이? (이것도 아니다 고개 흔들며 고민하는데)
심심(E) : (밖에서) 고모!!......고모!!
석현모 : (통장과 패물 얼른 치마로 덮어 가리며) 그래.....왜?
심심 : (방 안으로 들어서며) 석현이...푸른도엔 다신 안 온다 그랬대요.
석현모 : 뭐?
심심 : 좀 전에 식용유 사러 나갔다 거기 리조트 하는 부장 아저씨 만났는데요......다른 책임자가 새루 내려 왔대요.
석현모 : 어엉?
심심 : 부장 아저씨 얘기 들으니까 석현이 회사에다 휴직계 내구 서울 회사에도 안 나간대요.
석현모 : (점점 더 기가 막혀) 어어엉? (하는데)
용주 : (문 안으로 고개만 들이 밀고 말하는) 봄이한테 전화 왔는데요, 할머니......석현이 삼춘 전화 번호 물어보는데요?
석현모 : (점점점 더 기가 막혀) 어어어엉?
용주 : 어저께 삼춘 차 타구 같이 서울에 가 놀았는데, 봄동이랑 책가방을 두고 왔대요.
석현모 : (너무나 기가 막혀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용주 : 삼춘 전화 번호 가르쳐줘요?
석현모 : ...(욱 치미는 것 누르고) 넌.....할미가 지금 뭐라 그럴거 같냐?
용주 : 전화 번호 같은 소리하구 있네. 당장 전화 끊어!!
석현모 : 이것들을 그냥......(당장이라도 죽이러(?) 갈 듯 벌떡 일어서며) 불쌍하게 여겨주구 싶어두
불쌍하게 여겨 줄 수가 없어, 이것들은.... 도저히 불쌍하게 봐줄 수가 없어. (나가려는데)
심심 : (석현모가 일어나자 그대로 드러나는 패물 통와 통장보며) 어? 그게 뭐예요?
석현모 : (흠칫 놀라 얼른 다시 주저 앉다가 패물통에 엉덩이를 찔려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아으으으으으.........
S#42. # 석현집 대문 앞
석현모, 대문 열고 나오면 (엉덩이가 몹시 불편한 표정), 김 기사, 뒷좌석 문을 열어준다.
석현모 : (이를 갈며) 이것들을 어떻게 아작을 내 놓지? 이것들을?!!.........(차에 오르려다)
참!! 그 집 구석에 갈라면 예방 주사라도 맞고 가야 되는 거 아냐? 김 기사?
S#43. #영신 마당 한켠
영신, 절구에 메주 콩을 넣고 열심히 빻고 있다.
몸은 여전히 아파 보이지만, 생각을 떨치기 위해 이 악물고 열심히 일에 매달리고 있는 듯한.
S#44. # 영신방
봄이(노란 코트는 입고), 전화 받고 있다. 연필과 종이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봄 : 연필하구 종이하구 준비 다 했는데?.......(또박또박 ‘석현이 삼촌’ 이라고 쓰고)
011......7877.......(그 옆으로 숫자 또박또박 쓰는)
S#45. #석현모 방
용주, 석현모가 외출하고 난 후 한쪽 구석에 앉아서 몰래 전화 하고 있다.
용주 : 23이 아니구 53!.........어....그리루 전화해봐. 삼춘한텐 내가 번호 가르쳐 줬다 그러지 말구.
봄(F) : 고마워, 오빠.
용주 : 뭘........평소때 같으면 안 가르쳐 줬을 텐데 니가 에이즈에 걸려서 가르쳐주는 거야......불쌍해서.
S#46. #영신방
봄 : (그 말에도 씨익 웃으며) 괜찮아, 오빠.....나 인제 안 불쌍해.....인제 요술 코트두 생겼.....아냐, 아냐....
이건 나중에 말해주께......오빠는 나 안 보구 싶어?.....나는 오빠랑 지선이랑 보람이랑 태창이랑 되게되게 보구 싶어....
용주(F) : 봄아.......나 똥 누구 싶어......전화 그만 끊자.
봄 : 응........고마워, 오빠......안녕.......(전화 끊고) 아, 요술 코트 입은 거 빨리 말해줘야 되는데 씨이......
(하다가 종이에 적힌 석현의 핸드폰 번호를 꾹꾹꾹 누르기 시작한다.......
신호음 가다가 상대편에서 딸깍 전화 받는 소리 들린다.)
석현(F) : 네......
봄 : 안녕하세요. (앞에 있는 것처럼 꾸벅 인사하고) 죄송한데요......이거 최석현 삼춘 핸드폰인가요?........
저는 이 봄인데요.
S#47. #고수부지 벤치
석현 : (몹시 당황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핸드폰 귀에 대고 있다)
봄(F) : 여보세요.........최 석현 삼촌 핸드폰 아니예요?......죄송합니다. (끊으려는데)
석현 : (O.L.) 석현이 삼춘 맞어, 봄아.
봄(F) : 맞구나아.......안녕하세요..........
석현 : (저도 모르게 입가에 가벼운 웃음 떠올리고) 음.....안녕.
석현의 시선은 저 앞 잔디 밭에서 산책 나온 유모차의 아기를 사랑스럽게 보며
딸랑이를 흔들어주고 있는 은희에게 향하고 있다.
S#48. # 영신방
봄 : 저기요.......우리 봄동이하구 내 책가방 삼춘이 갖구 있어요?
S#49. #고수부지
석현 : 응......내가 갖구 있어.
봄(F) : 그럼 좀 갖다 주시면 안돼요?.........책가방이 없어서 학교두 못 가구요......
덩달이가요 봄동이 보구 싶다구 막 울어요.
석현 : 그래, 금방 갖다 주께, 삼춘이.
봄(F) : 언제요?.......지금요?
은희, 석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준다. 석현도 가벼운 미소로 응답해주며.
석현 : 그래......지금.
아기에게 빠져 정신 없이 놀던 은희, 문득 고개를 들어 석현이 있던 벤치쪽을 본다.
석현이 없다. 은희,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이때, 문자 메시지 알림음 들린다.
은희,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메시지 확인한다. 석현에게 온 메시지다.
‘급한 일이 생겨 먼저 간다. 미안해. 전화 하께.’
은희, 황당하고 어이없는 표정.......온 몸에 맥이 쫙 풀리는 듯한.
S#50. #석현 차안 /서울 시내
석현, 차 들을 추월하며.......열심히 운전해 가고 있다.
S#51. # 푸른도 마을길
석현모의 차, 먼지를 일으키며 가고 있다.
S#52. #석현모 차안
뒷자리에 앉은 석현모, 영신이를 어떻게 혼내주나 열심히 궁리하고 있는데......
저 앞 멀찍이서 오고 있는 두섭모와 두섭의 모습을 발견한다. (꽤 먼 거리)
두섭, 두섭모의 치마 끝을 잡고 졸졸 따라 오고 있다.
두섭모와 두섭,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
석현모 : 저거......창자 여편네 아냐, 저거?........저 년 면상 보면 일주일은 재수가 없는데.....아이구......머리야.......
S#53. #마을 길 (두섭모쪽)
두섭, 두섭모의 치마 끝을 잡고 고집스럽게 쫄래쫄래 따라온다.
두섭모 : (걸음 탁 멈추고 노려 보며) 안 놀래? 진짜 안 놔?!!
두섭 :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오늘부터 24시간 밀착 감시 시스템으루 들어 간다 그랬지?
두섭모 ; 시시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영감님한테 가는 거 아니라니까아.......
석덕이네 집에 콩밭 매러 가! 콩밭 매러!!
두섭 : 아, 글쎄.......같이 가자구, 어디든!!
두섭모 : 모텔은 누가 보구? 손님이라두 오면 어떡해, 이눔아!!
두섭 : 모텔이 문제야? 앞으루 엄마하구 나, 지선이까지 생존의 문젠데.
두섭모 : 니 놈 가졌을 때 태몽이 심상찮었어, 안 그래두......성질 드럽게 생긴 멧돼지가 치마루 뛰어드는 걸.....
그걸 그냥 발루 뻥 걷어차 버렸어야 했는데.....
두섭 : (서운해서) 사랑에 눈이 머니까 이젠 별 소리가 다 나오네.....정신 차려! 정시인!!......
사랑은 그저 눈물의 씨앗이며 얄미운 나비일 뿐이야!!!
두섭모 : (도저히 안되겠다. 두섭이 잡고 있는 치마를 훌러덩 그 자리에서 벗어버리고, 고쟁이 차림으로 뛰기 시작한다.)
두섭 : (황당하고 어이 없는)....엄마아......(하다가 할 수 없이 치마 들고 따라 뛴다) 아, 쪽팔려, 진짜.....
두섭모, 있는 힘을 다해 고쟁이 차림으로 뛰어오다가......마주오던 석현모의 차와 부딪힐 뻔 한다.
석현모의 차,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끼익 멈추고.
두섭모, 차에 치이나 싶어 눈을 질끈 감고......두섭도 흠칫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는데.
이때, 석현모 차 뒷문 열리며 석현모, 내린다.
석현모 : 날 죽여라! 날 죽여! 차라리!!.........달(月)별로 날(日)별로 사람 그만 간 떨어뜨리구
(두섭모 앞으로 가 머리를 들이밀며) 그냥 이 자리서 깨끗하게, 조용히, 죽여!!
두섭모 : (천천히 눈을 뜬다)
석현모 : 나두 이제 지친다......용가리 통뼈두 아니구.....인제 진짜 지쳐, 나두!!... 자....죽여어... 죽여어....
두섭모 : 염색 다시 해야 것다, 국자야.....아이구, 여기 여기 흰머리 봐라. (하며 석현모의 흰머리 카락을 하나 뽑는데)
석현모 : 아야.!!......이 년이 진짜......(잡아 먹을 듯 하는데)
두섭모 : 어디 가냐? (두섭은 뒤 쪽에서 엄마가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고)
석현모 : 남이야 어딜 가건?!!........(두섭모의 고쟁이 차림을 환장하겠다는 듯 보며) 아이유.... 개망신....개 망신......
너 진짜 이러구 살구 싶냐? 다 늙어서 동네 부끄럽지두 않어? 그렇게 수줍음 많구 부끄럼 많던 년이
왜 이렇게 드럽게 변했어, 대체?!
두섭모 : 가던 길이나 가라, 이년아......(하며 석현모를 스쳐 간다)
석현모 : (어이가 없고)
두섭 : (두섭모에게 뛰어 와) 알았어....내가 잘못 했어.....일단 치마는 입어. 안 따라 다닐테니까 치마부터 입어.
두섭모 : (그 말에 치마를 홱 채서 입는다)
석현모 : 저 년이 치매가 옮았어.....안 그러군 저럴 수가 없어.....치매가 옮았어. 분명히.
두섭모 : (울컥 터지는) 그래!! 차라리 치매라두 걸렸으면 좋겠다!
석현모 : (흠칫 보는)
두섭모 : (울먹이는) 병국이 오빠처럼 다 까먹구 잊어 버리구.....그냥 철부지 애들처럼 마냥 신나구 즐겁기만 하구......
나두 차라리 치매나 걸리게 해 달라구 밤마다 달 잡구 빈다, 내가!....됐냐?!!
석현모 : (어이 없는) 저 년이 진짜 미쳤네에.......미쳤네에, 저년이.
두섭모 : 그래, 미쳤다.....세상에 어느 사랑이 미치지 않는 사랑이 있겠냐?
석현모 : 뭐?
두섭모 : 평생을 사랑 한번 제대로 못 해본 년이......니가 뭘 알겠냐?...사랑을 알어, 니가?!!
석현모 : (표정 굳는)
S#54. #석현모 차안 (달리는)
석현모,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싸 잡고 뒷자리에 앉아 있다.
석현모 : 김기사!
김기사 : 네!
석현모 : 생각해보니까 봄이두 있구 영감님두 있구....안되겠어. 영신일 좀 나오라 그래. 내가 좀 보잔다구.
S#55. #영신 집 앞
기서, 차 세우고 내린다. 한쪽에 석현모의 차, 서 있다.
기서, 누구 찬가?......의아한 표정 지으며 마당 쪽으로 가는데.
김기사(E) : 영신아! 영신아!!
S#56. #영신 마당
기서, 들어 서려다 걸음 멈추고 본다.
김기사, 등을 보이고 서 있고, 영신, “예! 아저씨이.....” 하며 뛰어나온다.
영신 : (김 기사 뒤로 서 있는 기서에게 잠깐 시선주고 김 기사보며) 웬일이세요, 아저씨?
김기사 : 용주 할머니가 지금 좀 보자셔서.
영신 : (당황, 불안) 저를요?
기서 : ........
김기사 ; 지금 정자에서 기다리고 계셔.
영신 : .....예.
김기사 : (돌아 서려다 영신 다시 보며 걱정스럽게) 화가 많이 나셨어, 사모님.....봄이가 석현이랑 같이 서울에 갔었다면서?
영신 : (당황하는)
기서 : ........
김기사 : 각오하구 가라구.....석현이가 푸른도 영영 떠난 것도 다 너 때문이라구 생각하구 계신데.
영신 : (안색 창백해지는)
김기사 : (기서를 스쳐서 나가고)
기서 : (영신을 무표정하게 보는)
영신 : (멍하게....한대 맞은 듯 서 있다가.......영신 방쪽에 대고) 봄아!! 엄마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할아버지랑 놀구 있어.
영신,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고.......기서를 스쳐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때, 영신의 팔을 꽉 잡는 기서의 손.
영신 : (당황해서 기서를 보는데)
기서 : (가지 말라고 고개 저어 보이는)
S#57. #마을 정자 (바다가 보이는, 노을녘)
석현모, 치미는 화를 달래며 바다를 보며 염주를 돌리고 있는데.
누군가 온 발걸음 소리와 인기척 들린다.
석현모, “왔니?” 하며 뒤를 돌아보는데.....석현모 앞에 기서가 서 있다.
석현모 : (당황하며) 아니.....이....이게 누구야?
기서 : 민기섭니다. (무표정하게 꾸벅 인사하는)
석현모 : 아...알지.....그거는 내가 아는데......여긴 웬일이시냐구?...누구 만나기루 했어요, 여기서?
기서 : 아주머니 뵈러 나왔습니다.
석현모: 어떤 아주머니?......(자기 가리키며) 나?.......난 지금 영신일.....기다리고 있는데.
기서 : 영신씬 안 나옵니다. 제가 못 나오게 했습니다.
석현모 : (황당해서) 어엉?
기서 : 앞으루 댁에 아드님.....봄이 엄마와 봄이 곁엔 얼씬도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석현모 : (점점 더 당황스럽고)
기서 : 어쭙잖은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제가 막을 겁니다. 앞으룬.
석현모 : (뭔가 말을 하고 싶지만.....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서 : 그러니까, 절 믿구....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석현모 : 그...그럼.....그러니까......그 쪽이 혹시 그럼........그새 (마른 침 삼키고) 우리 영신이랑......혹시 우리 영신이랑......
(조심스럽게) 그렇고 그런.....
기서 : (대답 안 하는데)
석현모 : 어머니두 아시나? 어머니가 우리 석현이 회사 회장님이라며?......
어머니두 영신이랑 이렇게 기가 멕힌 거.....아셔요?
기서 : 대답 드릴 이유, 없는 거 같은데요?
석현모 : 같이 아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돼서 그러지......아이구, 우리 회장님 어떡하나.......
아시면 회사 꼭대기서 뛰어내릴라 그러시겠다....아이구,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냐?
기서 : (서늘하게 보는데)
석현모 : ......세상에........아이구 참. 세상에.......우리 같은 것들은 쳐다도 못 볼 그 대단한 집안에 그 잘난 인물에
더구나 의사선생님이라면서........아니, 뭐가 부족해서....뭐가 부족해서 대체.....
기서 : (O.L.) 영신씨, 부족하지 않습니다.
석현모 : (이잉? 하는 표정으로 기서를 보는)
기서 : 저보다 훨씬 부자구, 훨씬 똑똑하구, 훨씬 훌륭한 사람입니다.
석현모 : 죄다 미쳤구만.....죄다 미쳤어........사람도 미치고, 산도 미치고, 들도 미치고.....바다도 미치고........
미친 봄날이라서 그래.....미친 봄날이라서.....흐흐흐 흐흐흐 (어이 없고 기가 막힌 웃음 웃다가
표정이 서늘하게 굳는....잘됐다 안도하는 게 아니고)
기서 : .........
S#58. #영신 집 앞(밤)
영신,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기서가 오나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지만, 기서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이렇게 내려 앉고 있는대도.....
S#59. # 영신집 외경(밤)
영신이 읽어주는 동화책 소리 들린다.
S#60. # 이노인 방
방 한켠에 박씨가 놓고 간 초코파이 상자 가득 쌓여 있다.
이노인, 영신이 읽어주는 동화책 소리에 서서히 꿈 나라로 빠져 들고 있다.
영신, 이 노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시계를 본다.
시계, 저녁 10시를 넘어서고 있다.
영신 : (어떻게 된 건가.....걱정스러운)
S#61. #영신 방
영신, 클레멘타인 노래 불러주며 봄이(노란 코트는 죽어라 입었다)를 재우고 있다.
봄이도 한참 꿈나라로 빠져 들고 있다.
영신, 노래를 부르며 걱정스럽게 시계를 보는데......시계, 11시를 넘어서고 있다.
영신, 점점 더 걱정스러운데.....
이때, 영신의 핸드폰이 울린다.
영신, 봄이가 깰까봐 발신자 확인도 못하고 얼른 핸드폰을 받는다.
영신 : 네.
기서(F) : 민기섭니다.
영신 : (몹시 반갑다. 목소리만 들어도.....가슴 한켠이 철렁하는)....네.
기서(F) : 할아버지랑 봄이....자요?
영신 : ......네.
기서(F) : 우리........술 한잔 합시다, 그럼.
영신 : .......
S#62. #마을 정자 일각 (석현모와 기서가 있었던)
영신, 쉐타로 몸을 따뜻하게 여미고, 정자 쪽으로 걸어온다.
외등이 밝혀진 정자에 기서가 바다를 보며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S#63. #마을 정자
영신, 정자 가까이로 와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여기저기 맥주 빈 캔 널려 있다. 빈 캔이 스무 개는 더 되어 보인다. 한쪽에 아예 캔 맥주 박스도 보인다.
기서, 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영신 : 저기요.......
기서 : (못 듣고 뒷 모습 보인 채 맥주만 마시고 있는)
영신 : (더 크게) 저기요!!
기서 : (그제야 돌아 본다. 어투는 건조하게).....왔어요?
영신 :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드셨어요?
기서 : 주량이 좀 쎄요.......안 취했어요, 하나두......(따지 않은 맥주 캔을 집어 영신에게 내미는)
시간 경과. 을씨년스러운 외등이 비치고 있는 정자.
기서와 영신, 마주 앉아 있다. 기서와 영신, 서로 제법 취했다.
영신 : 뭐라....그러셨어요?
기서 : (캔 맥주 마시는) 뭐.......그냥.......
영신 : 화 많이 내시죠?.......그냥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딥따 화 나셨겠다....아우우.....어뜩해애애......
(머리를 싸잡고 괴로워하는)
기서 : (갑갑한 표정으로 영신을 보는)
영신 : 무서워 가지구요......너무 무섭더라구요........전요......용주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거든요.
귀신보다두 무섭구, 드라큘라 보다두 무섭구, 쥐보다두 무섭구......
기서 : (안스럽게 보는)
영신 : 왜 돌아오셨어요?
기서 : ........(캔 맥주 마시는...다시 캔이 비었다.)
영신 : 푸른도에 뭐하러 다시 오셨어요?
기서 : .......(빈 캔은 손 안에서 찌그러뜨리고, 다시 새 캔을 딴다)
영신 : 그냥 서울에 계시지......뭐 좋은 꼴 볼 게 있다구.........괜히 속만 상하게.......마음만 아프게........
기서 : (멀건히 영신을 보는)
영신 : 내가 아저씨한테 얼마나 미안해하구 쪽팔려 하는 지 모르죠?
기서 : ...........
영신 : 서울 도루 가세요.......더 계셔봤자 맘만 다쳐요....... 그냥 가버리세요. 우리 걱정 하지 말구.
기서 : ........
영신 : (미소 지으며) 우리는 그냥 어떡해든 살아요.....소란이 언니두 있구, 보건소 선생님두 계시구.......
박씨 아저씨두 있구.......가만히 세 보면 우리 편 대따 많아요.
기서 : ........
영신 : 가세요오.......제발 서울 가세요오......다른 사람이 아무 상관없는 우리 때문에 힘든 거.......
저 진짜 그거 싫거든요?....우리가 해 준 건 쥐콩 만큼두 없는데.....무조건 받기만 하 는 거.....죽기 보다 싫거든요, 전.
기서 : .........(멀건히 영신을 본다)
영신 : (기서의 뺨을 안쓰럽다는 듯 톡톡 두드리며) 으이유.....이렇게 정 많구, 헤프구, 착해 빠져가지구.......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갈라 그러냐? 아저씨두 진짜 안됐다.
기서 : (눈빛이 흔들린다. 자신의 뺨을 두드리는 영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댄다)
영신 : (그제야 흠칫....당황하며 손을 빼려는데)
기서, 그대로 영신의 얼굴을 잡고 입맞춤 하려다.....차마 못하고...멈칫 멈추는데서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