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사랑(仁) 이어라◁
雪消氷泮淥生溪
淡淡和風颺柳堤
病起來看幽興足
更憐芳草欲抽荑
傍柳尋溪坐白沙
小童新試從婆娑
誰知滿面東風裏
繡出千芳與萬葩
눈 녹고 얼음 풀려
맑은 시내 흘러가고
살랑살랑 봄 바람은
버들 둑에 불어오네
병 나아 와서보니
그윽한 흥 넉넉한데
새싹 돋는 고운 풀은
더욱 어여쁘네
버들가 시내찾아
모래위에 앉았더니
아이들은 새옷 입고
따라와 뛰어노네
누가 알랴
얼굴가득 봄 바람속에
천만가지 꽃들이
수 놓은 듯 피어날 줄.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
'봄날 시냇가에서'
☞근엄한 학자 입에서 이런 감성 가득한 노래는 반전이다. 사람은 이성과 감성을 고루 갖춰야 균형이 잡힌다. 다시 찾은 봄의 정경을 이처럼 잘 묘사한 시가 있을까? 이 시를 읽노라면 긴 잠에서 깨어난 만물이 재잘거리는 듯 하다. 봄은 계절의 시작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선사한다. 생명이 움트듯이 에너지를 솟게 한다. 춘심(春心)이 발동한다는 것은 생명을 잉태할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다. 봄이 여자의 계절인 이유다. 성리학의 사단(四端)에서 仁은 봄에 해당한다. 봄의 원리인 사랑(仁)으로 만물을 살리니 그렇다. 단 역병(코로나)만은 예외로 했으면 한다.
한의학에서는 봄을 '발진(發陳)'이라 하는데 영어에서 '일어나다'의 Spring이다. 즉 '묵은 것을 떨치고 솟아난다'는 뜻이다. 올해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얼굴 가득 봄바람이 부는 滿面春風(만면춘풍)'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