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황제는 1883년 미국에 『보빙사』라는 사절단을 파견하였는데 그 일원이었던 최경석이 미국에서 돌아와 1884년 왕실 직속기구로 <농무목축시험장>이라는 시범농장을 만들고 미국에서 얻어온 종자를 심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양배추 재배의 시초가 되었다.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고 하여 양배추라도 하였으며 1930∼1940년대 중국인과 일본인들에 의해 재배가 시작되었고 6.25 전쟁 이후에 유엔군의 채소공급을 위해 본격적으로 재배가 늘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배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소비량이 7kg정도로 배추, 무, 양파와 함께 4대 채소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적으로도 토마토, 양파, 오이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채소이다.
생산과 소비가 많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겨진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양배추 원산지는 유럽 북부의 해안지역으로 강한 해풍을 견디며 절벽 위에서 자생한 케일의 한 종류로 춥고 습한 기후지역을 좋아하는 식물로 출발하였다. 양배추는 한 종에 속하는 여러 개체들에서 구조나 형태의 다양성이 나타나는 다형체 식물로 케일, 적색양배추, 콜라비, 유채,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같이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잎겨드랑이(엽액)에서 겨드랑이 눈(액아)이 작게 결구되는 방울다다기양배추도 식물분류학적으로 양배추 종류이다.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의 기록에 약용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에서 실제 재배된 것은 9C경부터이고 개량된 결구 양배추가 나타난 것은 13C경부터이다.
요즈음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콜라비가 있는데 이 식물의 특성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콜라비는 양배추에서 진화 선발된 채소로서 기원 전 8C부터 그리스 로마에서 재배되어 독일로 전파되었다고 하며 독일어 양배추(kohl)와 순무(rabi)를 합성한 단어이다. 품종은 유럽계와 아시아계가 있는데 구의 색깔에 따라 녹색과 적색품종이 있으며 육색은 모두 백색이다.
유럽에서는 구경 3∼4㎝ 크기의 베이비 콜라비도 재배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부위는 줄기가 비대된 동그란 부분이며 유럽에서는 식물체 전체를 샐러드로 이용한다.
양배추는 유럽이 원산지인 채소 중에서 미주대륙이나 아시아에 도입된 채소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분포가 넓고 기후 적응력이 좋아 극지방이나 열대지방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러시아 극동부의 야쿠추크시는 겨울철 영하 40℃는 기본이고 추운 날에는 영하 50℃까지 내려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주민들에게 여기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양배추처럼 껴입어라.’가 대답이었다. 이처럼 세계 사람들에게 친숙한 채소가 양배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계절 생산이 되고 있으며 일부 겨울재배 품종의 경우 영하 12℃까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몇 세기 동안 로마인이 의사 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양배추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 중세 유럽에서는 양배추를 ‘가난한 사람들의 의사’라고 불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수확한 양배추의 즙이 풍요의 신인 ‘민(Min)’ 체액이라고 여겨 강장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어 즐겨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양배추를 먹을 형편만 된다면 권력 앞에 무릎 꿇을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 채소로 중요하게 여겼고 프랑스에서 ‘양배추를 심으로 간다.’는 말은 은퇴하여 자유를 얻는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라키아의 왕이 술의 신 디오나스소의 포도밭을 엉망으로 만든 벌로 포도나무에 몸이 묶였는데 그가 분노의 눈물을 흘린 곳에 훗날 양배추가 자랐다는 것이 양배추 탄생 신화이다. 이는 와인을 많이 마셔도 양배추를 먹어 두면 숙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1ㆍ2차 세계대전 당시에 양배추 재배를 권장하여 채소생산을 늘리면서 국민 식료품 공급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조지 5세는 궁전 화단에 양배추와 감자를 심어 부족한 전쟁 중 식량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일요일에 노동을 금하던 영국 성공회에서도 신도들이 일요일에 양배추 밭을 가꾸는 일만큼은 허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에서는 ‘채소를 직접 길러 먹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리너는 백악관 잔디밭을 채소밭으로 바꿔 양배추를 비롯한 채소를 심었다.
19C 영국의 원예저널리스트 ‘존 라우든’은 양배추는 건강을 가져 다 주는 유익한 식품이라고 하여 꽃말을 ‘수익과 이윤’으로 지었다.
유럽에서는 ‘마음껏 먹고 마시고 싶다면 그 전에 양배추 초절임을 먹어라.’는 말과 함께 ‘신혼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들의 정원에 양배추를 심는 것이다.’는 충고어린 말도 있다.
양배추는 비타민C, 안토시아닌, 유황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피부 노화방지에도 좋지만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일으켜 체중조절에도 좋으며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장운동을 촉진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비타민 U를 함유하고 있어 위 점막을 강화시켜 주고 재생력 향상에 효과가 높다.
요즈음 양배추가 한창이다. 가성비도 좋지만 맛이 그만이다.
식탁에 가깝게 두고 친하게 지내면 손해 보는 일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