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네고시앙의 이야기
와인 유통시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어휘 하나가 있다. 바로 네고시앙이란 말이다. 이는 불어로서 ‘상인’(merchant), 또는 ‘거간꾼’(dealer)의 뜻을 지니고 있다. 실제 이들이 하는 일, 그리고 그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아직은 우리들에게 생소한 면이 있어 네고시앙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갖고자 한다.
글 | 최훈(보르도와인아카데미 원장)
네고시앙이란?
‘네고시앙이란 포도의 재배자 또는 와인을 양조한 생산자로부터 벌크, 아니면 배럴로 매입해 자기 와이너리에서 양조하거나 블렌딩, 숙성, 병입 등의 과정을 거쳐 자기의 명의로 와인을 유통시키는 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오늘날 와인 유통의 메커니즘이 변천되면서 네고시앙의 개념도 와인을 벌크로 사들여 병입을 하는 단순 유통에서부터 국제간 와인 거래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향유하면서 시장의 한가운데서 중개기능을 보이는 브로커(broker)의 역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실 와인을 수요로 하는 소비시장의 입장에서는 생산자 측이 어떤 빈티지의 와인을, 어느 누가, 얼마만큼이나 갖고 있으며 가격은 어떠한지 등에 관해 제대로 정보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당사자가 바로 네고시앙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네고시앙은 정보를 향유하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브로커의 기능도 함께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간에 와인을 딜링하는 브로커가 오늘날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현실도 이러한 시대적 수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네고시앙 발전의 역사
이의 역사는 11세기부터 비롯된다. 1152년 보르도가 영국의 영토로 넘어간 12세기, 이후 17세기 이르러 화란(네덜란드)상인이 들어서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왕성한 거래를 이끌어 나갈때 네고시앙의 집군(集群)이 형성되었다.
이와는 달리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귀족과 사원이 갖고 있던 영지(포도원)를 몰수해 혁명에 가담했던 농민들에게 조각내어 분할해준 일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세한 포도밭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 남의 포도를 사들여 유통시키는 네고시앙이 자리를 잡고 거래의 중심에 선 데서 비롯되었다.
네고시앙의 기능과 종류
네고시앙의 종류에는 와인을 구입, 소비시장에 주로 배럴(barrel)로 내다 파는 네고시앙 엑스뻬디뙤르(négociant-expéditeur), 와인을 구입, 자기의 셀러에 저장해 두었다가 병입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네고시앙 앙부떼이외르(négociant-embouteilleur), 배럴로 와인을 사서 그들의 와이너리에서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직접 블렌딩하거나 숙성, 병입 등을 거쳐 유통시키는 네고시앙 엘르뵈르(négociant-élever) 등이 있다.
와인 레이블과 네고시앙의 표지
포도밭을 지닌 샤또나 도멘이 직접 포도를 수확, 완제품을 유통시킬 때는 mise en bouteille au Château, 또는 Domaine. (달리 mise en bouteille à la propriété? 네고시앙이 병입, 자기의 명의로 유통 시킬 때는 mise en bouteille par M.Chapoutier(네고시앙의 이름)으로 표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