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훈화(3월1-6일) 제33장 :레지오 단원의 기본의무 1)-6)
레지오 단원이 해야 할 기본 의무는 주로 복무 규정이므로 많은 부분이 상훈(교본 168면 참조)에 포함되어 있다.
1)-3) 주회합에 규칙적으로 정각에 출석해야 할 의무; 주간 활동을 완수해야 할 의무; 회합에서 구두로 활동 보고해야 할 의무(교본 288-292면)
위에서 언급한 의무들은 다음과 같은 상훈 제1항에 해당한다. "레지오 단원이 지켜야 할 의무는 첫째,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규칙적으로 정각에 출석하여 자신의 한 주간 활동에 대하여 알맞고 또렷한 보고를 한다."레지오의 기본 요소 중에서 단원의 으뜸가는 의무는 주회합에 출석하는 일이다(교본 11장 4항, 111면 참조).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의무는 주간 활동 완수와 활동 보고이다. 주회합을 뿌리라고 한다면 활동은 꽃이다. 뿌리 없이 꽃이 필 수 없듯이 주회합 없는 활동은 있을 수 없다. 레지오를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주회합이므로 주회합에 출석하지 않고서는 활동 보고도 할 수 없다. 주회에서 레지오의 모든 것이 발생하고 이루어진다. 주회 출석률이 저조하니까 영성 생활과 활동에 소홀해져 급기야 레지오가 침체되고 만다. 따라서 활동 완수나 활동 보고보다도 주회 출석이 더 중요하다.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만나려고 먼길을 다녀오신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니었던 것처럼 주회합에 출석하기 위해 소요된 왕복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단원이 수행한 전체 활동의 일부가 된다.
세계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서 성모님은 병사들이 모이기도 전에 이미 그 자리에 와 계셨다. 병사들을 기다리다가 팔을 벌리면서 환영해 주는 모습이었다. 단원들은 그러한 모습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상을 보고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정각에 출석해야 할 의무를 느꼈을 것이다. 단원들은 출석을 하되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시간 엄수는 순명과 같다. 단장은 단원들이 모이지 않더라도 제시간에 회합을 시작해야 하며 결석이나 지각이 잦은 단원에게는 따끔하게 경고해야 한다. 어느 쁘레시디움은 주회에 연속 3회 결석하면 퇴단시키겠다고 단장이 단호하게 엄포를 놓았더니 처음에는 반발이 있었으나 차츰 출석률이 향상되어 단원 수가 늘어나고 활동 실적도 나아졌다고 한다.
주회합에서는 활동 배당을 받아 다음 회합에서 구두로 활동 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단원들은 반드시 배당 받은 활동을 주간에 두 시간 이상 수행해야 한다. 개인의 기분에 따라 활동 배당을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나 그 밖의 신심 행위는 아무리 많이 했다 하더라도 활동의 일부도 되지 못한다. 다만 특별 지시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단원의 경우에 기도 보고를 할 수 있다.
레지오는 예수님께서 사도들로부터 활동 보고를 구두(口頭)로 받으신 것을 본받아(루가 10,17 참조) 회합에서도 그대로 실천한다. 구두로 활동 보고를 하는 것은 활동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켜 주고 회합에 정보를 제공해 준다. 구두 보고는 단원을 훈련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단장은 단원들이 육하 원칙에 의거하여 조리 있게 활동 보고를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4)-6) 비밀을 엄격히 지켜야 할 의무; 활동 수첩을 지녀야 할 의무; 레지오의 까떼나를 매일 바쳐야 할 의무(교본 292-294면)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레지오 교본 제19,20항에서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강조하고 있고 상훈 제4항에서도 "회합에서 토의된 사항이나 레지오 활동에 관련하여 알게 된 모든 일에 대하여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라고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면 왜 레지오 조직에서 이처럼 비밀 엄수를 강조할까? 레지오 마리애의 기원은 빈첸시오회에서 비롯되었다. 빈첸시오회의 활동 대상자는 물질적으로 궁핍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가정이나 개인은 당연히 자신들의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보장받기 원한다. 빈첸시오회는 그러한 점을 중요시하였다. 봉사 활동도 정보 취득과 정보 교환을 필요로 한다. 비밀과 관련된 문제들은 흔히 이러한 정보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회원들은 그러한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에 대한 보호자가 되어야 하고 이를 책임 있게 활용해야 한다.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무심코 흘린 말이 활동 대상자인 본인에게 알려져 상처를 입힌 일들이 있기 때문에 활동 대상자의 인적 사항이나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오는 빈첸시오회의 이러한 비밀 엄수 규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단원들이 회합에서 보고하는 것은 가족이 자기 가정의 비밀스런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과 같다. 레지오 단원이 회합에서 들었거나 활동 중에 알 게 된 사실은 어디까지나 레지오 단원이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기밀을 누설하는 단원은 레지오에 대하여 배신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공지 사항은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단원들이 방문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 대상자에 대한 비밀 엄수에 해당하는 활동 보고가 적은 점이 안타깝다.
단원들은 활동 대상자의 인적 사항과 활동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기록해 두는 활동 수첩을 늘 지니고 다닐 의무가 있다. 활동 수첩은 뗏세라처럼 신분증으로 여겨야 한다. 오늘날 복잡다단한 하루 일과에서 수첩에 메모하지 않고 머리에만 담아 두어서는 곧잘 잊어 버리게 된다. 단원들은 활동을 수행할 때와 회합에서 활동 보고를 할 때에 수첩을 활용해야 한다. 기록 없는 껍데기 수첩은 활동 수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활동 대상자가 보는 앞에서 수첩에 기록해서는 안 되며 수첩에 적힌 기밀 사항이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활동 수첩 사용의 용도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일을 능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2) 지나간 활동이나 완결되지 못한 활동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3) 적절한 활동 보고를 하기 위해서,
(4) 일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5)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실패를 바로 잡을 수 있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단원들은 활동 수첩에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상급 평의회에서 활동 수첩을 제작할 때 매일매일 메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단원들은 상훈 제2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레지오의 까떼나'(Catena Legionis)를 날마다 바쳐야 한다. 까떼나는 그 주요 부분이 성모님 자신의 기도요 찬미가인 마니피캇(Magnificat)으로 구성되어 있다(루가 1,46-55 참조).
까떼나는 고리, 사슬이라는 그 뜻처럼 레지오와 모든 단원의 일상 생활을 연결해 주고 단원과 단원, 단원과 성모님을 결합시켜 준다. 각 고리는 전체 사슬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레지오 단원이 이 까떼나 기도를 소홀히 한다면 레지오의 기도 사슬에서 떨어져 나간 고리가 된다. 그러므로 퇴단한 단원일지라도 이 기도를 습관적으로 바쳐 레지오와의 유대를 보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