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길
문향 서린 길을 걷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1396년(태조 5년)에 한양 둘레에 약 18km의 성곽을 쌓는다. 이후 세종때에는 흙으로 된 구간을 모두 돌로 바꾸어 쌓았고 영조때에는 성곽 동쪽 부근에 방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치성을 쌓았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능선을 잇는 성곽과 성문은 일제강점기에 훼손 되어 일부만 남았다. 지금 이 성곽을 ‘서울성곽’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성곽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했다. 이번 걷기여행 코스는 대학로에서 성북동에 이르는 약 3.8km 정도의 성곽길과 문학의 향기 짙게 풍기는 성북동 골짜기 골목길을 걷는 것이다.
이화장~혜화문 구간 걷기 좋은 성곽길 걷기여행의 출발지점은 이화장이다. 이화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사저이다.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1947년 10월부터 이 집에 살았다.
낙산공원으로 가는 서울성곽길. 오른쪽에 서울성곽이 있다. 왼쪽은 오래된 낡은
집들이 보인다. 그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서울성곽 옆으로 가면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화동사무소 표지석 앞 사거리에서 예림음악학원 건물 왼쪽 도로로 올라가다 보면 오르막 계단이 앞에 보인다.(이화장 대문은 왼쪽에 있다.) 그 계단으로 계속 올라간다. 계단길 좌우로 좁은 골목길이 나 있다. 계단이 끝나고 좁은 도로를 건너면 또 계단이 이어진다.(계단 앞에 낙산공원 이정표가 있는데 그 이정표를 무시하고 계단으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 계단으로 또 올라간다. 그림이 그려진 계단길을 올라서면 작은 공터가 나오고 공터 오른쪽 앞으로 작은 철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서 좌회전 하면 본격적으로 성곽길을 걷게 된다. 길 오른 쪽에 성곽이 있다. 성곽 가까이서 보면 전망이 좋다. 길 왼쪽에는 낡은 집들이 오래된 추억처럼 남아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성곽이 구불거리며 길게 이어지고 저 멀리 동대문 쇼핑타운의 빌딩들이 한 눈에 보인다. 빌딩과 산비탈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망을 감상하고 다시 돌아서서 낙산공원으로 올라간다. 낙산공원은 간단한 운동기구 등이 있는 마을 쉼터다. 낙산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만 가다 보면 오른쪽에 성곽 밖으로 나가는 작은 통로가 하나 나 있다.(문은 없고 그냥 통로다.) 그 통로로 나가서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내려간다. 길은 마을로 한 가닥 나 있고 하나는 성벽 바로 아래로 이어진다. 성벽 바로 아랫길로 가야 한다. 웅장한 성벽이 구불거리며 이어지고 그 아래 산비탈 마을이 평온하게 자리잡고 있다. 마을 골목길 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추억 같은 골목길과 벽에 그린 그림을 구경하고 싶으면 마을 골목길로 갔다가 성곽이 있는 곳으로 나오면 된다. 성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 앞에 의자도 있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봄이면 신록도 피고 벚꽃도 피어나겠지. 그 성벽길은 혜화로터리에서 한성대입구 전철역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끊어진다. 성곽이 끊어지는 곳에 도로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서 우회전, 한성대입구전철역 4번 출구로 들어가서 5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서 인도를 따라 가다 보면 혜화문이 나온다. 문으로 오르는 계단을 끝까지 올라 문 앞에 선다.
서울성곽 아래 성북동 마을에서 만난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대학로부터 혜화문까지 약 2km의 성곽길은 성곽을 바로 옆에 두고서 걷는 걷기 좋은 길이다. 혜화문까지 왔다면 이 번 걷기 여행에서 반 정도 걸은 셈이다. 혜화문은 조선 태조가 서울성곽을 지을 때 함께 건설한 문이다. 서울성곽에는 4대문과 4소문이 있었는데 혜화문은 북동쪽에 있는 작은 문이었다. 처음에는 홍화문이라고 했는데 창경궁의 동쪽 문인 홍화문과 이름이 같아서 1511년에 혜화문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혜화문 오른쪽으로 난 성벽 바로 아랫길을 따라 걷는다. 얼마 못 가 성벽이 끝나고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건너서 성벽은 다시 이어진다. 성벽을 왼쪽에 두고 걷는다. 이제부터 주택가 골목길인데 다른 골목으로 꺾지 말고 걷는 길로 계속 걷다 보면 경신중고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담을 왼쪽 옆에 두고 골목길을 계속 걷는다. 골목길이 끝나고 큰 도로가 나오는데 오른쪽에 돈가스 집이 몇 곳 있다. 돈가스 집 앞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서울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성곽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걷는다. 중간에 계단도 나온다.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전망도 좋아진다. 담장 가까이 서면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만든 풍경이 보인다.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계단 바로 오른쪽 옆에 작은 통로(성곽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그 쪽을 나가면 오래된 마을 전경이 바로 눈 아래 보인다. 골목길로 내려가서 도로가 나오면 좌회전 한 뒤 조금만 올라가서 갈림길에서 우회전. 길 모퉁이 벽에 새 한 마리가 그려졌다. 이 마을에 행운을 전해주는 파랑새 같다. 그곳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거주자우선주차장이 길 오른쪽에 있고 전봇대와 의류수거함이 함께 있는 곳 바로 옆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왼쪽으로 난 골목길로 접어든다. 삼거리 골목길에서 우회전, 이후 사거리 골목길에서 우회전 후 길 왼쪽 첫 집이 심우장이다. 심우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마당 한쪽에는 만해가 직접 심었다고 전하는 향나무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소설가 상허 이태준의 수연산방
심우장에서 나오면서 왼쪽 골목길로 걷는다. 내리막 골목길을 다 내려가면 큰 도로가 나오는데 거기서 우회전 해서 걷는다. 길 왼쪽에 성북구립미술관 건물이 보인다. 이번 걷기 코스의 종착지점인 수연산방은 성북구립미술관 건물을 바라보며 왼쪽에 있는 한옥 건물이다.
심우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던 집이다. 5칸 한옥인데 만해가 서재로 사용했던 방에는 ‘심우장’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다. 마당 한 쪽에는 만해가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서 있다.
수연산방은 일제강점기 때 소설가 상허 이태준선생이 살던 집이다. 이 집은 상허가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던 집이다. 상허는 이 집에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본채 건물 안방과 건넌방 모두 햇살이 잘 든다. 유리창으로 드는 햇살이 따듯하다. 건넌방에는 한지를 발랐다. 햇볕이 한지를 통과하면서 고운 가루가 되어 방바닥에 쌓이는 느낌이다. 아주 포근한 느낌으로 쌓이는 햇볕이 파스텔톤으로 빛난다. 상허는 이곳에서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했다. 해방 이후 상허는 가족을 데리고 월북했다. 그리고 1988년 월북작가의 작품이 해금 되기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1988년 월북작가의 작품이 해금 되면서 소설가 이태준, 홍명희 등 수 많은 월북 문인들의 작품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대청마루 한 쪽에 옛날 사진이 보인다. 상허와 가족들이 찍은 사진이다. 상허의 집에 별채 형식으로 지은 상심루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상심루는 없어지고 지금은 그 자리에 전혀 다른 모양의 건물을 만들었다. 본채에 손님이 꽉 차면 옛날 상심루가 있던 자리에 지은 건물에 손님을 안내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이곳 수연산방은 햇살 좋은 오래된 한옥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찻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서울성곽과 성곽 아래 오래된 마을,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등을 걷고 나서 차 한자의 여유와 함께 여행 뒷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출처:(서울성곽길)
2024-04-07 작성자 청해명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