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화. 첫날. 인천 -> 델리 |
--인천공항--
인천 최저 기온 영하 13도, 세찬 바람 때문에 체감 기온은 21도의 혹한이 계속되는 계절에 15~19도 된다는 부처님 성지, 30도 이상 따뜻한 곳으로 간다. 설렘이 더한다.
8시도 안 돼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낮 12시 5분 델리행 비행기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몇몇 분들이 와 계시다. 여행사 데스크에 가서 이름을 등록하고 여행사에서 발급받아준 인도비자(E-visa)를 수령했다. 옛날, 한남동 언덕받이에 위치한 주한인도대사관을 찾아가 인터뷰를 거치고, 6만~7만원 수수료를 내고 “비자발급이 안 될 수도 있다. 비자발급이 안 되더라도 전적으로 신청인의 책임이다.”라는 다짐을 받고 서명을 하고, 혹시 비자 발급 안 될까봐 초초하게 일주일여를 기다려 겨우 유효기간 6개월짜리 비자를 받으며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브라만이 하층 계급 대하듯하는 그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대사관 사람들의 갑질행태에 ‘다시는 인도 가나 봐라. 아~ 더럽고 치사해서... 인도 안 가고 말지...’ 투덜대면서도 방학 되면 또 그 짓을 되풀이하고 했는데, 그런 라떼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가만 앉아서 여행사에서 받아주는 E비자를 받는다.
한 명, 두 명,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착해서 여행사 데스크에 등록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 대개의 성지순례단이 특정 사찰의 신도들로 구성되어 공항 만남부터 왁자지껄하게 팀웍이 구축되는 데 비해 우리 25명은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모인데다 여행사에서 그 흔한 목걸이 이름표조차 준비하지 않아서 각각등보처다. 아주 서먹서먹하고 데면데면하게 각자 짐 실은 카트옆에 서서 ‘저 커플은 부부불자신가?’ ‘저 분은 혼자 가시나?’ ‘저 분하고 엮이면 좀 피곤하겠다.’ ‘저 분들은 연세가 상당해 보이시는데 힘들지 않으시려나, 나도 저 나이까지 성지순례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 말없는 탐색전만 했다.
--델리 도착--
인천에서 약 8시 걸려 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함께 모여서 입국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서로 모르는 사이, 누가누군지 서로 이름도 얼굴도 익히지 못 한 채다.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공항청사에 발을 들여 놓자, 여행사 인솔직원 K가 “여기 모여서 함께 입국수속을 해야 합니다.”라고 뒤늦게 외쳤지만 지리멸렬, 중구난방이다. 이미 앞에 입국 수속대로 나가버린 이도 있는지... 2명이 모자란다. 결국, 우리 비행기에 탔던 승객들을 실은 셔틀버스가 끊길 때까지 기다리다가 입국수속을 하기로 했고, 입국수속 후에 짐을 찾아 싣고 일행은 “00여행사 성지순례단 모여주세요.”를 외쳐야 했다.
전화 통화는 서로 해외로밍을 전제로 해야 하니, 어느 한쪽이라도 로밍 안 해 왔으면 불통... 우리는, 인터넷과 전화가 없으면 마른땅에 내던져진 물고기 신세가 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인천에서 함께 타고 왔던 개인 여행객들은 물론이고, 다른 단체 여행단들이 공항을 다 빠져나간 뒤에도 우리만 2시간여를 공항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 사정을 알고 보니, 보살님 한 분이 인도비자를 신청하고 난 뒤에 새로 여권을 발급 받았는데, 그 구여권을 지참하지 않고 신여권만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러니 아침에 인천공항 여행사 데스크에서 받아온 E-visa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결국 즉석 입국비자 신청을 새로 해서 입국하는 수속을 하느라 여행사 직원 K도 함께 붙들려 있었던 것이다. 휴...
그 기다리는 두 시간여 동안, 일단 인솔자 K도 입국 수속 관문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그냥 우리끼리 호텔로 일단 먼저 갑시다. 피곤하고 배도 고픈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유럽에 갔을 때도 이런 비슷한 일 있었는데 그때도 일단 전용버스로 호텔로 가고, 늦게 나오는 사람은 택시로 개별적으로 도착하고 그랬어요. 한두 사람 때문에 단체가 왜 이렇게 기다려야 돼요?”
“아무래도 여행사를 잘못 택한 것 같아. 이게 뭐야.”... 불만들이 쏟아졌다.
탑승 항공권 없이는 입장할 수 없는 인도 공항이라, 우리의 현지인 가이드는 공항 바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우리를 태울 전용버스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현지 가이드 이름을 듣기도 했고, 여행사 이름을 적은 종이나 표식을 들고 있을 터이니 그를 만나 우리끼리 버스 타고 먼저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호텔로 가서 짐 풀고 밥 먹으러 가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면, 인도가 초행길이라는 인솔 담당 K와, 비자 받은 여권을 집에 두고 신여권만 들고 여행길에 나선 오늘의 주인공, 그분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미 어두워진 낯선 땅에서 어떻게... 빠니 보틀이나 곽튜브처럼 척척 호텔을 찾아올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의 현지 가이드가, 인솔자를 버려두고 우리끼리 호텔로 가겠다는 우리 일행의 이기심에 응해줄까? 각인각론 의견이 엇갈리지만, 단 하나 공통점은 다들 화가 잔뜩 난 상태라는 사실, 각자 인내심을 가동 중이라는 사실...
애초에 여행사에서 모객하면서 내세운 기치는 ‘김호성교수와 함께 하는 불교 탐방’이었지만, 사실 김호성선생의 입지는, 이번 여행을 프리젠테이션한 옛 제자인 여행사 직원 K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부처님 성지에서의 설명이나 해설 등을 자임하고 동참했을 뿐, 여행사에서 따로 수고비를 받는다거나 여행일정이나 진행은 영역 밖의 문제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행사 몫이라 관여할 입장도 아니고, 여행사의 책임인솔자 K가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내내 말없던 김호성 선생이 나선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개별 행동하려면 개인여행을 가야죠. 일단 우리는 오늘부터 공동운명쳅니다. 단체여행인데 도착 첫날부터 멤버를 낙오시키고 우리끼리 가는 것은 좀 아니라고 봅니다. 힘드시더라도 좀 기다려서 함께 가시죠.”
더 토로하고 싶은 불평들이 있는 듯한 표정들이었지만, 보살님들도 더 나서지는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보살님과 K가 나타났다.
아, 다행이다. 혹시 (아직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그 보살님이 끝내 인도 입국 못 한 채, 곧바로 공항에서 한국으로 되돌아가셔야 하면 어쩌나... 내가 그 보살님 입장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목이 타들어가도록 마음 졸였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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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화) - 2.1.(목)
불교성지를 다녀왔습니다.
‘김호성교수와 함께 하는 북인도, 네팔 불교탐방’
부처님 7대 성지를 8박10일 동안 참배하는 여정이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 몰아 쓰느라 세부적 여정이나 시간적 오차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